[비즈니스포스트] 카카오모빌리티의 글로벌 확장 계획이 꼬이고 있다. 오랜 기간 동안 공들여 온 유럽 최대 택시 플랫폼 '프리나우' 인수가 사실상 불발됐기 때문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기업공개(IPO)를 전제로 막대한 투자를 받아왔는데 수익성 악화에 시장 확장에도 실패하게 되면서 기업공개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카카오모빌리티 수익성 악화에 글로벌 확장도 무산, 기업공개에도 '브레이크'

▲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택시인 카카오T 블루 택시가 서울시내를 운행중인 모습. <연합뉴스>


27일 IT업계 소식을 종합하면 카카오모빌리티가 추진한 유럽 최대 택시플랫폼 '프리나우' 인수가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프리나우는 2009년 독일에서 설립돼 유럽 택시플랫폼이다. 시장 점유율은 83%에 이른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프리나우 지분 80%를 3천억~4천억 원에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웃돈을 주고 유럽 택시플랫폼을 인수하는 계획에 모기업인 카카오 투자심의위원회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카카모빌리티는 부분인수로 계획변경을 지시한 카카오 투자심의원회와 완전 매각을 바라는 프리나우 사이 의견 조율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원안 부결을 주도한 인물이 최근 카카오 총괄 대표로 내정된 정신아 카카오 CA협의체 사업 총괄 겸 카카오벤처스 대표라는 점에서 무산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국내 수익성 악화 탈출구로 해외 진출을 목표로 삼아 왔다.

플랫폼 기업의 기업가치를 상정할 때 수익성 만큼 시장 지배력 측면을 살펴본다는 점에서 해외 진출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었는데 이조차 불가능해진 것이다.

최근 카카오모빌리티는 국내 택시단체와 협의를 통해 수수료 인하 및 알고리즘 투명화, 가맹사업 축소, 유료구독상품 폐지와 같은 대대적인 서비스 개편을 약속했다. 특히 카카오T 앱을 이용하는 택시기사에 부과하는 실질 수수료 부담율을 기존 기존 3~5%에서 2.8%로 낮췄다.

택시업계와 상생을 하겠다는 취지이지만 당장 내년부터 수익 감소가 예상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21년 흑자전환에 성공한 이후 3년 연속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나 2024년부터 다시 적자전환을 걱정해야 할 수도 있다.

또한 기존 가맹사업의 수익모델을 축소하고 비가맹 택시기사를 상대로 한 유료구독상품도 출시하지 않기로 하면서 국내 택시플랫폼 사업에서 더 이상 가파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시선이 많다.
 
카카오모빌리티 수익성 악화에 글로벌 확장도 무산, 기업공개에도 '브레이크'

▲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이사(가운데)와 택시단체 대표들이 12월13일 간담회를 진행해 합의안을 도출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


고금리와 경기침체로 기업공개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국내와 해외에서의 성장 계획이 모두 틀어지면서 2023년에 이어 2024년에도 기업공개에 대한 희망이 희박해졌다.

문제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상장을 염두에 두고 1조 원에 이르는 외부 투자 자금을 유치해 운영자금을 조달해왔다는 점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17년 미국 사모펀드 텍사스퍼시픽그룹(TPG)과 한국투자증권, 오릭스 등이 함께한 TPG컨소시엄에서 5천억 원을 투자받은 것을 시작으로 2021년 칼라일에서 2200억 원, 구글에서 565억 원, TPG컨소시엄에서 다시 1400억 원, 국민연금에서 1400억 원을 투자받았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20년과 2021년 IPO 절차를 시도한 적이 있지만 모회사인 카카오의 ‘쪼개기 상장’ 논란에 함께 휘말리면서 뜻을 이루지 못했다. 2022년에도 2023년 상반기 기업공개를 목표로 상장주관사까지 선정했으나 이후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2017년부터 카카오모빌리티 2대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TPG컨소시엄은 2024년에는 투자 7년차에 접어드는 만큼 자금회수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제 값을 받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당장 투자자금 회수에 나서기보다는 카카오모빌리티 기업가치 회복을 기다릴 가능성이 높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21년 기업가치를 약 7조 원으로 평가받았다. 비상장주식 거래소 등에 따르면 2023년 12월27일 기준 카카오모빌리티 1주당 가격은 기준 1만3천 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에 따른 시가총액은 3조3천억 원으로 추정된다.

TPG컨소시엄은 투자 당시 경영진 교체를 비롯해 조건부로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조항도 넣은 것으로 알려져 향후 기업가치 회복을 위해 경영진교체와 같은 강수를 둘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