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2023년은 기상 관측 이래 지구가 가장 뜨거운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뜨거워진 지구는 인류에 이전과 다른 극단화된 기후를 보여줬다. 지구촌 곳곳은 전례없는 폭염과 한파, 가뭄과 홍수를 겪었다. 기후위기는 정치, 경제, 산업 등 인류 생활 전반에 강한 영향을 미쳤다. 비즈니스포스트는 지난 1년 동안 기후리스크와 국제대응뿐 아니라 기후스튜어드십, 기후테크, 워터리스크 등 기후변화로 인해 달라지고 있는 산업, 금융 현장의 트렌드들을 취재해 심층 보도했다. 그 중 핵심 이슈를 되짚어 본다.
① 기후재난 심화에도 인류는 허둥지둥, 숙제는 2024년으로
② 세계 큰손들의 기후행동 본격화, ‘기후스튜어드십’
③ '워터리스크' 한국도 예외 아니다, 삼성 등 대응 분주
④ 물 문제는 이제 국가 안보, 워터리스크 대응에 진심인 국가들
⑤ 수십조 투자 끌어들이는 시장, 기후테크가 뜬다
⑥ 묻혀가는 기후위기 대응 법안, 다음 국회서 빛 볼 날 기다린다
[2023 기후 결산] 기후재난 심화에도 인류는 허둥지둥, 숙제는 2024년으로

▲ 2023년 8월10일 경남 창원시의 한 도로가 제6호 태풍 카논의 북상에 따라 내린 비로 물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올해 지구는 전례 없이 뜨거웠다. 뜨거워진 지구에 세계 곳곳은 기후변화로 고통을 받았으나 인류의 대응 움직임은 여전히 지지부진했다.

한동안 기후변화는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이 큰 만큼 2024년에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인류의 노력에 속도를 내는 일이 절실해 보인다.

26일 올해 기후와 관련된 분석을 종합해 보면 2023년은 지구가 가장 뜨거웠던 해로 기록될 것이 유력하다. 

세계기상기구(WMO)가 11월30일 잠정적으로 내놓은 올해 지구 기후현황 보고서를 보면 올해는 174년 관측 사상 가장 지구의 온도가 높은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10월 말까지 데이터를 기준으로 올해 지구 온도는 산업화 이전인 1850~1900년보다 섭씨 1.4도 정도 높을 것으로 분석됐다.

유럽연합(EU)의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기후변화연구소(C3S) 역시 6일 내놓을 보고서를 통해 올해 11월까지 지구의 평균 온도는 산업화 이전인 1850∼1900년 평균 기온보다 섭씨 1.46도 높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전까지 가장 더웠던 해인 2016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섭씨 0.13도 더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지구 온난화가 심각해지면서 세계 곳곳에서는 이상기후 기록이 속출했다.

유럽에서는 영국 런던이 평년보다 섭씨 10도 이상 높은 섭씨 40도까지 기온이 오르는 등 이상 폭염이 발생했다.

동부 아프리카에서는 기아가 발생할 정도로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다 12월 들어서는 100년 만의 홍수가 발생했다. 인도에서는 10월에 폭우로 히말라야 빙하호가 녹아 홍수가 발생하기도 했다.

중국 베이징은 12월에 72년 만의 한파로 고통받는 중이다.
 
[2023 기후 결산] 기후재난 심화에도 인류는 허둥지둥, 숙제는 2024년으로

▲ 22일 인천 중구 마시안 해변에서 바닷물이 한파에 얼어있다. <연합뉴스> 

한국 역시 기후위기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남부지방은 상반기에 역대 최장인 227일 동안 가뭄에 시달리다가 역대 1위인 712.3mm의 장맛비(6월25일~7월26일)를 맞기도 했다.

12월 들어서는 전국적으로 이상고온을 겪다가 서울 기준으로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0도를 밑도는 한파가 찾아오는 극단적 날씨 변화를 겪기도 했다. 

세계적으로 지구 온난화에 따른 극단적 기상현상이 빈발하고 있으나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인류의 움직임은 여전히 지지부진한 것으로 보인다.

기후위기 앞에 의견을 모으지 못하는 인류의 모습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는 11월에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이다.

이번 COP28에서는 서구권을 중심으로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phase out)을 위한 합의를 이끌어 내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산유국, 개발도상국의 반대에 부딪혔다. 결국 합의문에는 ‘화석연료로부터 벗어나는 전환(trasitioning away)’이라는 표현을 싣는 것으로 COP28이 마무리됐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엘 고어 전 미국 대통령은 합의문 표현을 놓고 “비로소 기후위기에 화석연료가 핵심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중요한 이정표”라면서도 “절반의 대책과 허술한 구멍이 있는 최소한의 것”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COP28에서는 그밖에도 기후위기에 피해를 보는 국가를 지원하기 위한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 기금’ 마련과 관련해 기금에 어느 국가가 얼마나 기여할 것인지 등 핵심 내용에는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2023 기후 결산] 기후재난 심화에도 인류는 허둥지둥, 숙제는 2024년으로

▲ 13일(현지시각)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기후총회 현장에서 최종합의문 채택이 발표되자 박수를 치는 술탄 아흐메드 알 자베르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의장. <연합뉴스>

세계가 기후위기 앞에 좀처럼 뜻을 모으지 못하는 상황과 관계없이 기후위기는 지속적으로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2024년에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기후위기 대응 목표인 파리협정의 목표치가 깨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파리협정의 목표란 지구의 평균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섭씨 2도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에서 유지하는 것, 섭씨 1.5도로 제한하는 것을 뜻한다.

이미 올해 지구 온도 상승치가 산업화 이전 대비 섭씨 1.5도에 육박한 데다 내년에는 지구 온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는 주기적 변동인 엘니뇨의 영향도 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기상청의 닉 던스톤 박사는 8일 내년이 올해보다 더 지구가 뜨거운 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며 “엘니뇨에 따른 영향으로 2023년과 2024년 두 해 연속으로 지구 온도 기록이 경신될 것이라는 합리적 추론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