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 주요 계열사 안정적 이익 내며 성장세, 정기선 친정체제 안착 순항

▲ HD현대 주요 계열사들이 안정적으로 이익을 내며 실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정기선 HD현대 대표이사 부회장이 주력사업인 조선업에서 경쟁사들에 크게 앞서는 수주 성과를 거두며 글로벌 선두 조선사로서 역량을 과시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그룹 내 조직 구성에서 자신의 장악력을 한결 강화한 만큼 조선업을 비롯한 그룹 주요 사업들의 성과를 동력 삼아 내년에는 친정체제 안착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2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현대의 조선 중간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은 국내 조선 ‘빅3’ 가운데 유일하게 수주 목표를 초과달성할 가능성이 높다.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1~12월 260억 달러 가까운 수주잔고를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목표치였던 181억5700만 달러의 143% 수준이다.

삼성중공업은 22일 오세아니아 선주와 건조계약을 맺은 초대형암모니아운반선(VLAC) 2척(3108억 원 규모)이 수주잔고에 더해졌지만 올해 수주 실적은 연간 목표 95억 달러의 72% 수준인 68억 달러에 머물고 있다. 
 
HD현대 주요 계열사 안정적 이익 내며 성장세, 정기선 친정체제 안착 순항

정기선 HD현대 대표이사 부회장이 친정체제 안착에 힘을 받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한화오션은 1~11월 누적 수주실적이 29억9천만 달러로 연간 수주목표(69억8천만 달러)의 42.8%에 머물러 있었다. 22일 방위사업청과 '장보고III 배치(Batch)-II 3번함 건조사업' 본계약을 맺으며 1조1020억 원의 확정 수주 물량을 확보하긴 했지만 이를 포함하더라도 올해 목표치 대비 수주 달성률은 55%에 그칠 것으로 추산된다. 

물론 거의 확정적 수주 물량이라 할 수 있는 카타르에너지의 2차 발주분을 HD한국조선해양만 먼저 따냈다는 점도 감안할 필요는 있다. 

애초 올해 말에 HD한국조선해양뿐 아니라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도 카타르 2차 물량을 수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었다. 

협상이 길어지며 본계약 체결이 내년으로 미뤄질 수 있지만 큰 틀에서 계약 물량이나 금액은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힌 상황이기 때문에 이를 두고 빅3 사이에 수주 성과를 따지는 것은 타당하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HD한국조선해양은 5조2511억 원 규모의 카타르 2차 물량을 제외하더라도 연간 수주목표를 20% 이상 초과달성하는 것인 만큼 아직까지 연간 목표치에 미달한 삼성중공업, 한화오션보다 올 한해 일감 확보에 더 성공했다고 평가하는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영업이익 흑자전환도 유력하다. 조선업은 최초 수주 시점과 건조 진행에 따라 수주가 실적으로 반영되는 시점까지 간극이 큰 편인데 HD한국조선해양은 과거 저가 수주분을 거의 소화한 뒤 양질의 수주분이 실적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이에 올해 영업흑자 전환에 이어 이익은 매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HD한국조선해양은 1~3분기 영업이익 1212억 원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영업손실4727억 원을 냈다. 

HD현대는 조선업뿐 아니라 정유, 전력기기, 건설기계 등에서도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내고 있다. HD현대 내 조선, 에너지, 건설기계 3가지 축을 중심으로 하는 사업구조는 어느 정도 안정화 상태에 이른 것으로 평가된다. 

그룹 내 주요 사업들이 안정적으로 이익을 내며 성장하고 있는 만큼 그룹을 총괄하고 있는 정기선 부회장도 경영 점수를 차곡차곡 쌓아 올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정 부회장은 지주사 HD현대의 대표이사로서 그룹의 사업들을 직접 챙기는 역할을 맡고 있다. 정 부회장은 그룹의 모태이자 주력사업인 조선 부문을 담당하는 중간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의 대표이사도 함께 맡고 있다. 

정 부회장은 11월 치러진 그룹 사장단 인사를 통해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그룹 내 위상을 더욱 단단히 했다. 특히 사장단 인사와 후속 임원단 인사를 통해 정 부회장의 그룹 내 조직 장악력도 강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인사에서는 가삼현 HD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부회장과 한영석 HD현대중공업 대표이사 부회장 등이 물러나고 정 부회장을 보좌할 새로운 사장단이 대거 수혈됐다. 

이로써 HD현대 안에서 정 부회장보다 높은 직급을 지닌 인물은 권오갑 회장 1인만 남게 됐다. 

HD현대는 최대주주인 정몽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1988년 현대중공업 회장에서 물러나 정치활동에 뛰어든 뒤로 39년 넘게 전문경영인체제로 유지됐다. 

정기선 부회장이 그룹 경영에 참여하며 다시 오너경영체제로 전환되고 있는데 정 부회장의 그룹 장악력이 커진 만큼 오너경영체제 복귀에 거의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정 부회장은 대외 활동 빈도를 높이며 그룹의 얼굴 역할도 계속 해 나가고 있다. 올해 국내외 선급·선사 주요 관계자들을 접촉하며 다방면으로 협력의 접촉면을 넓히기도 했다. 

내년 초에는 전자박람회 CES2024 기조연설에도 나선다. 

CES는 매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전자박람회로 정보기술의 전반적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글로벌 최대 규모 행사로 꼽힌다. 

정보기술 위주의 박람회인 만큼 주로 IT기업들이 참석하는데 HD현대는 중후장대업종으로서는 이례적으로 2022년과 2023년 잇달아 CES에 전시관을 꾸려 친환경·인공지능 기술 등을 선보였다.

정 부회장은 내년 초 열리는 CES2024에서는 처음으로 기조연설도 맡는다. 정 부회장은 더욱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기술을 활용하는 ‘기술 우선’ 전략을 공유할 예정이다. 

그룹 총수로서 해외 사업 성과를 높이기 위해 외국 기업뿐 아니라 정관계 인사들도 두루 만나며 해외 사업의 기반을 다지는 일도 진행하고 있다.  
 
HD현대 주요 계열사 안정적 이익 내며 성장세, 정기선 친정체제 안착 순항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알코라이예프 사우디아라비아 산업광물자원부 장관 일행과 울산 HD현대중공업 내 정주영 창업자 흉상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 첫 번째부터 사드 알 칼브 사우디 수출입은행 CEO, 반다르 이브라힘 알코라이예프 사우디 산업광물자원부 장관,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술탄 빈 칼리드 알사우드 사우디 산업개발기금 CEO). < HD현대 >

정 부회장은 13일 HD현대중공업 울산 본사에서 울산 본사에서 반다르 이브라힘 알코라이예프(H.E. Bandar Ibrahim Alkhorayef) 사우디 산업광물자원부 장관과 술탄 빈 칼리드 알사우드(H.H. Sultan Bin Khalid Al Saud) 사우디 산업개발기금(SIDF)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HD현대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추진하는 사업 전반의 진행상황을 점검했다. 

네옴시티 프로젝트 등 향후 협력 확대 방안에 관한 의견도 주고받았다. 

정 부회장은 “HD현대와 사우디는 오랜 기간 다져온 협력관계를 바탕으로 조선사업뿐 아니라 친환경에너지사업 등 협력의 범위를 확대해 왔다”며 “현재 진행 중인 협력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나가는 동시에 앞으로도 공동 발전의 기회를 지속해서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