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현대카드가 올해 건전성 지표를 개선한 데 이어 비우호적 업황에도 카드사 본업인 신용판매에서 두드러진 성장세를 구가하면서 업계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이사 부회장이 공들여 온 데이터사이언스 역량이 빛을 발한 것으로 풀이되는데 내년 연간 시장점유율 2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어서다.
▲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이사 부회장이 공들여 온 데이터사이언스 역량이 카드업 위기 속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
24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전업카드사 가운데 신용판매취급액 2위의 입지를 다져나가고 있다.
올해 10월 삼성카드를 제치고 개인 신용판매취급액 2위에 오른 뒤 11월에도 개인 신용판매취급액 10조9901억 원을 기록하며 순위를 유지했다.
이러한 성장세는 한동안 정체됐던 카드업계 시장점유율 판도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현대카드가 아직까지는 연간 누적 순위에서 3위를 차지하고 있으나 2024년에는 연간 시장점유율 2위에 안착할 가능성이 점쳐진다는 것이다.
현대카드의 성장 전망이 힘을 받는 배경에는 일시적 지표 끌어올리기를 위한 무리한 영업이 아니라 몇 해 동안 공들여온 데이터사이언스 역량이 자리하고 있다.
현대카드는 인공지능(AI)·결제 데이터 분석 기반 개인화 마케팅이 기존 마케터가 추천할 때보다 6배 높은 효율을 낸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2023년 10월 기준 월 평균 119만 원이라는 국내 카드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의 이용액을 기록하며 신용판매취급액 2위에 올라선 것이다.
현대카드가 데이터사이언스 역량에 힘입어 지금의 성과를 내는데는 5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2018년 11월 “디지털기술을 적용해 개인 맞춤 마케팅을 준비하고 있다”며 “지금까지는 디지털 인프라를 축적하는 시기였으나 내년부터는 실제 구체적 성과를 만들어낼 것이다”고 말했다.
현대카드는 앞서 2016년부터 2년여 동안 인공지능과 기계학습 기술인 머신러닝으로 현대카드 결제데이터를 분석하기도 했다.
현대카드의 성과가 모래 위가 아닌 안정적으로 다져진 기반 위에 자리한다는 것은 대표적 건전성 지표인 연체율에서도 나타난다.
▲ 현대카드가 신용판매취급액 증가와 연체율 개선에서 모두 성과를 거두고 있다. <현대카드> |
2023년 3분기 말 기준 현대카드의 신용카드 연체율은 0.85%로 2022년 말보다 0.14%포인트 낮아졌다.
연체율 개선은 선제적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카드대출을 줄인데 따른 것으로 현대카드가 리스크관리에 집중하고 연체채권 회수 역량을 꾸준히 쌓아온 결과로 풀이된다.
이처럼 현대카드가 오랜 시간 일궈온 데이터 역량에 힘입어 신용판매취급액 증가와 연체율 개선 모두 달성했다는 점에서 해당 역량을 고도화하면서 안정적 성장세를 더욱 키워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대감을 더하는 요소로는 올해 고금리에 따라 카드업황이 부진한 가운데서도 성과를 냈다는 점이 꼽힌다. 위기 상황에서 성과를 거둔 만큼 업황 개선이 예상되는 내년에는 더욱 가파른 성장세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정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2023년은 화려함보다는 기초와 본질에 충실하는 한 해가 될 것이다”며 “위기 뒤에는 반드시 기회가 찾아오는 만큼 이 위기를 성장의 발판으로 삼는 현대카드, 현대커머셜이 되겠다”고 말했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