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니발 하이브리드 정측면. <비즈니스포스트>
카니발은 국내 미니밴 시장에서 독보적 입지를 다지고 있는 차종이자 올해 1~11월 국내 누적판매 3위를 달리고 있는 기아의 대표 볼륨 모델이다.
때마침 국내에선 시들해졌던 하이브리드차 인기가 다시금 살아나고 있다.
더욱이 카니발 하이브리드의 출시 여부는 수년 전부터 국내 자동차 커뮤니티 등에서 가장 큰 관심사로 자리잡은 바 있어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추가한 카니발은 현대자동차 그랜저를 제치고 국내 판매 왕좌를 차지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 패밀리룩 입고 세련되게 변신한 외모, 첨단감성 더한 고급스런 실내
카니발 하이브리드가 좋은 반응을 얻어 국내 자동차 판매시장에서 새로운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지 시승행사에 참가해 직접 타봤다.
19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신형 카니발 시승행사가 열렸다.
시승차량으로는 더 뉴 카니발 7인승 1.6 터보 하이브리드 모델의 최상위트림인 시그니처(4975만 원)에 모든 옵션이 다 들어간 5764만 원짜리 차량이 제공됐다.
▲ 카니발 하이브리드 정면. <비즈니스포스트>
기아는 4세대 카니발이 기존에도 디자인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왔음에도 이번 부분변경을 거치며 큰 폭의 디자인 변화를 줬다.
전면부에선 올 8월 출시된 중형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쏘렌토의 향기가 강하게 느껴졌다.
신형 카니발은 쏘렌토와 같이 기존의 가로형 헤드램프를 수직형으로 바꿔달았다. 또 그릴 상단 중앙에서부터 양 헤드램프 끝까지 수평으로 이어지다 수직으로 떨어지는 얇은 주간주행등(시그니처 스타맵 라이팅)이 적용돼 신형 쏘렌토, EV9 등 기아의 중대형 SUV라인업과 패밀리룩을 이뤘다.
기아는 신형 카니발의 외관을 놓고 "정제된 세련미와 SUV 같은 강인함이 조화를 이뤘다"고 설명했는데 과연 디자인에선 현대자동차 스타리아나 토요타 알파드 등 박스 형태의 미니밴보단 SUV에 가깝게 다가왔다.
라디에이터 그릴에는 다이아몬드를 연상시키는 장식이 추가됐고 단순하고 깔끔한 디자인의 범퍼 아래로는 날렵하게 다듬은 스키드 플레이트(오프로드 등에서 차량 하부를 보호하는 장치)를 장착했다.
▲ 카니발 하이브리드 정면. <비즈니스포스트>
실내에는 각각 12.3인치 클러스터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연결된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탑재됐다.
그 아래로는 수평으로 끝까지 이어진 앰비언트(은은한) 라이트와 인포테인먼트·공조 전환 조작계가 배치돼 고급스런 첨단 이미지를 줬다.
전환 조작계는 전환 버튼을 누르면 공조 조작계에서 인포테인먼트 조작계로 또는 그 반대로 순식간에 바뀐다. 이는 공간 활용 측면에서 장점이 있었지만 전방을 주시한채 조작할 만큼 손에 익을 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듯 했다.
▲ 카니발 하이브리드 실내1. <비즈니스포스트>
▲ 카니발 하이브리드 실내2. <비즈니스포스트>
신형 카니발에는 헬스케어 사양인 UV-C 살균 암레스트 수납함과 에어컨 광촉매 살균 시스템이 기아 브랜드 최초로 적용됐다. 또 기아 디지털 키 2, C타입 USB 단자, 후드 가스리프터 등 선호도가 높은 사양들을 새로 탑재했다.
운전자 관련 사양으로는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운전석 에르고 모션 시트, 디지털 센터 미러(DCM), 지문 인증 시스템 등을 적용했다.
◆ 충분한 가속성능과 반전의 경쾌한 몸놀림, 연비까지 갖춘 매력적 '패밀리카'
시승은 경기 고양시 킨텍스 제1전시관을 출발해 고양시 덕양구에 위치한 한 카페를 들렀다 돌아오는 왕복 약 80km 코스에서 진행했다.
시승차량은 차를 모는 내내 반전의 매력을 뿜어냈다.
카니발 하이브리드는 기아 승용 라인업에서 가장 큰 차체를 갖춘 만큼 공차중량이 2165kg(7인승 기준)에 달한다. 그럼에도 330kg이나 더 가벼운 쏘렌토 하이브리드와 같은 1.6 터보 가솔린 엔진을 탑재했다.
▲ 카니발 하이브리드 주행1. <기아>
엑셀을 세게 밟으면 1초 안팎의 시차를 두고 육중한 차체를 강력한 힘으로 밀고 나가는 게 몸으로 느껴졌다.
고성능 세단이나 전기차처럼 튕겨나가는듯한 역동적 가속성능은 아니었지만 고속도로에서 100km/h 이상 고속으로 달리다 추가적 가속을 할 때도 충분한 힘으로 시원하게 치고나갔다.
시승차량은 1.6 터보 가솔린 엔진과 6단 변속기, 전기모터를 조합해 시스템 총 출력 245hp(마력), 최대토크 37.4kg.m의 힘을 낸다. 쏘렌토 하이브리드와 최대토크는 같고 시스템 총 출력은 10hp가 높다.
시승차량은 에코 모드를 기본으로 스마트 모드, 스포츠 모드 등 3가지 주행 모드를 제공하는데 주행 모드별로 느껴지는 차이는 크지 않았다.
다만 에코 모드에서 스마트 모드, 스마트 모드에서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엑셀에 반응하는 속도가 조금씩 빨라지는 감이 있었다.
회생제동은 스티어링 휠 양 옆에 붙은 패들시프트를 누르면 0~3단계로 조절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회생제동은 차량을 제동할 때 발생하는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기능을 말한다. 단계를 높이면 액셀에서 발을 떼는 것만으로 브레이크가 작동하는 효과를 내며 더 빨리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다.
다만 스포츠 모드에서는 패들시프트가 기어를 조작하는 용도로 전환된다.
시승차량은 회생제동을 3단계까지 높여도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는 것만으로 차를 완전히 세울 정도의 강력한 제동이 걸리진 않았다.
▲ 카니발 하이브리드 주행1. <기아>
시승차량은 전장은 5155mm, 전고는 1775mm로 현대차 팰리세이드보다 전장은 160mm, 전고는 25mm 더 높다.
곡선 주로가 이어지는 구간에서 시승차량은 빠르게 스티어링 휠을 이리저리 돌릴 때도 그 즉시 반응하며 경쾌하게 고개를 돌렸다.
특히 시승차량은 좁은 길에서 유턴을 할 때도 예상을 뛰어 넘는 작은 반경을 그리며 5미터 넘는 차체를 한 번에 돌려놨다.
기아는 카니발 하이브리드에 E-핸들링 기술을 탑재해 주행성능을 높였다고 강조했다.
E-핸들링은 구동 모터의 토크를 기반으로 곡선로에 진입·탈출할 때 구동모터의 가감속을 제어해 무게 중심을 이동시켜 조향 응답성과 선회 안정성을 증대시켜 주는 기능이다.
정숙성도 준수했다.
하이브리드차는 저속에서 배터리로 바퀴를 돌리다 엔진이 힘을 보탤 때 가솔린차보다 힘겨운 엔진 소리를 내는 경우가 많지만 시승차량의 엔진음은 본격 속도를 내보겠다는 신호로 여길 수 있을 만한 수준이었다.
왕복 약 80km의 코스에서 2시간가량 이어진 시승코스에서 시승차량의 연비는 리터당 13.1km를 보였다.
이는 히터를 켜고 가속성능을 보느라 엑셀을 거칠게 밟으며 주행한 결과인데 회생제동을 적절히 활용하며 배터리 운전 구간을 늘리면 훨씬 높은 연비를 낼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같은 코스에서 시승에 참가한 차량 가운데 연비에 주안점을 두고 운전한 경우에는 리터당 19km를 기록하기도 했다. 시승차량의 공인 복합연비는 리터당 13.5km다.
카니발 하이브리드 9인승의 트림별 가격은 △프레스티지 3925만 원 △노블레스 4365만 원 △시그니처 4700만 원, 7인승은 트림별로 △노블레스 4619만 원 △시그니처 4975만 원 등이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