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왼쪽)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오른쪽)이 극적 통합을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되면서 탈당을 시사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를 만날지 여부에 관심이 모인다.
한 전 장관이 총선 승리를 일구려면 당내 역량을 최대한 결집해야 한다는 시선이 적지 않다. 이를 위해 이전 지도부는 물론
윤석열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돌아선 이 전 대표까지 품어야 한다는 것이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전 장관의 비대위원장 취임과 이 전 대표 탈당 시계가 맞물려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 전 장관은 26일 국민의힘 전국위 표결을 거쳐 비대위원장에 정식 취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교롭게도 다음날인 27일은 이 전 대표가 국민의힘 탈당을 예고한 날이다. 여러 차례 탈당 의지를 내비친 이 전 대표와 여당 구원투수로 등판한 한 전 장관의 만남 가능성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두 사람은 만날 여지를 열어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 전 장관은 21일 장관 이임식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 전 대표와 만남 여부를 질문받고 “당 가리지 않고 많은 분들 만나야 한다고 생각하고 특정한 사람을 따로 생각한 적 없다”고 대답했다. 원론적 답변이지만 가능성을 차단하지 않았다.
한 전 장관은 이임사에서 현실 상황이 ‘비상’하다며 “다양한 목소리를 잘 듣고 하나의 목소리를 내면서 이겨야 할 때 이기는 정당으로 이끌어가겠다”고 말했다.
당내 상황이 비상한 이유에는 이 전 대표의 탈당이 초래할 위기가 크게 자리하고 있는 데다 이 전 대표가 '다양한 목소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만큼 만남 성사 쪽에 무게를 싣는 의견도 고개를 든다.
이 전 대표 역시 한 전 장관을 만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2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한 전 장관과) 만남을 회피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피상적 대화로는 지금의 문제가 아무것도 풀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기대가 없다”고 만남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진 않았다.
이 전 대표는 보수성향 청년층의 지지를 받고 있는 만큼 신당이 출현하게 되면 국민의힘이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한 전 장관이 이 전 대표를 포용하는 모습을 보이면 시작부터 분명한 성과를 낸 것으로 평가를 받으면서 정치인으로서 경험이 부족하다는 우려도 지워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 역시 신당의 성공 가능성이 불투명한 가운데 한 장관과 만남을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할 수 있다. 현재로선 현역 정치인 가운데 이 전 대표의 신당에 동참하겠다는 이들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이날 이 전 대표와 뜻을 같이해 온 '천하용인'의 일원인 김용태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탈당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 전 대표가 국민의힘을 진작 탈당하지 않고 기간을 정해놓은 것을 두고 극적인 타협을 위한 '공간'을 의도적으로 남겨둔 것으로 해석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이 전 대표는 20대 대선을 앞둔 2021년 12월에도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갈등이 고조됐으나 울산에서 극적 만남이 성사되면서 대선 승리로 가는 발판을 마련한 바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두 사람이 만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럿 나온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21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한 장관이 적극적으로 만나서 대화하고 이 전 대표가 탈당을 안할 수 있는 조건을 내건다면 훨씬 넓은 연대가 가능할 것”이라며 “더불어민주당 비명(비
이재명) 세력과도 대화하고 협력할 방안을 모색하는 정치적 길을 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도 21일 YTN라디오 신율의 뉴스정면승부에서 “
한동훈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신속하게 서로 대화를 해 신당까지 안 갈 수도 있는 상황이 오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다만 이 전 대표가 지닌 리스크가 한 전 장관에게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 전 대표의 언행이 문제가 된 적이 많아 한 전 장관이 지닌 법치와 쇄신 등 이미지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도 이 전 대표는 JTBC 유튜브 생방송에서 아버지뻘인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을 대상으로 욕설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욕설 논란이 일자 이 전 대표는 20일 페이스북을 통해 안 의원에게 사과했다.
이 전 대표는 “안 의원에게 죄송하게 생각한다. 제 부주의·불찰”이라며 “앞으로 더 조심히 방송에 임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여전히 강성지지층을 중심으로 이 전 대표를 탈당 전 제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전여옥 전 새누리당 의원은 21일 페이스북에서 이 전 대표를 놓고 “아버지뻘 안 의원에게 상욕하는 패륜아가 됐다"며 "망가질 대로 망가진 생양아치”라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전 전 의원은 “탈당이고 뭐고 탈여의도가 답이다"며 "이것이야말로 당 윤리위원회 제명감”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 전 대표를 포용하는데 회의적인 시선도 있다.
이 전 대표와 함께 박근혜 키즈로 정계에 입문한 손수조 리더스클럽 대표는 이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이 찾아갔을 때도 '미스터 린튼'이라면서 무안을 주고 스스로가 그 길을 막아버렸다"며 "더 이상 그렇게 (포용) 하기보다는 우리 스스로 개혁하고 당내에서 잘할 것을 고민을 해야 한다”고 바라봤다. 이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