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욱 청와대 대변인 임명의 후폭풍이 거세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6일 트위터에 “현직 기자에서 청와대 직행이 찔리긴 찔렸나 봅니다. 회사가 민경욱씨를 2월4일자로 소급면직 시켰습니다. 아마도 KBS 역사상 최초의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라며 내용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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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경욱 대변인의 소급면직을 공개한 KBS노조 트위터 |
KBS가 민 대변임 임명에 대해 언론인의 직업윤리에 어긋나는 것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자 소급면직이라는 꼼수를 썼다는 얘기다. KBS 관계자는 “민경욱씨는 5일 부장회의에 들어가기도 했는데, 알아서 소급면직을 하는 KBS의 모습이 더 우습다”고 말했다.
민 대변인은 KBS 자체 윤리강령을 어겼다는 비난도 받고있다. KBS 윤리강령에 따르면 KBS 시사프로그램 진행자, 정치관련 취재 및 제작담당자는 KBS 이미지의 사적 활용을 막기 위해 해당 직무가 끝난 후 6개월 이내에는 정치활동을 하지 못하게 되어있다.
KBS 기자협회는 물론 기수별 기자 성명도 잇따라 나왔다.
KBS 기자협회는 5일 ‘민경욱 문화부장에 대한 공개질의서’를 통해 “KBS에서 청와대로, 기자에서 대변인으로, 하루 사이에 옮긴 위치에 KBS는, KBS뉴스는, KBS기자는 ‘공영’이라는 가치를 추구한다는 호소를 시청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새로운 삶’을 말씀하셨지만 20년 넘게 애정을 쏟은 공영방송과 그 구성원에 대한 배려는 어디 있는가”라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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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 |
2000년 입사한 27기 기자들도 성명을 내 “권력과 거리를 두고 감시와 견제에 매진해야 할 현직 언론인, 그것도 KBS 메인 뉴스 앵커라는 상징을 지닌 인물을 권력의 대변자 자리에 임명한다는 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가. KBS를 정권의 일개 부속기관으로 여기고, 정권의 입맛대로 움직이는 하수인 집단으로 여기고 있음을 대내외에 천명한 것에 다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민경욱 전 KBS 앵커를 청와대 대변인으로 내정한 결정을 즉각 철회하고 KBS 뉴스를 신뢰해온 시청자들과 KBS 구성원들에게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라”고 요구했다.
2011년 입사한 38기 기자들도 성명에서 “어젯밤 시청자 앞에서 데스크 분석을 하시고 오전에 단신 사인을 내신 뒤 오후에 청와대로 가 손수 나팔을 잡으신 선배 덕분에 오랜만에 다시 부끄러움이란 감정을 느껴본다”면서 “후배들의 자존심을 팔아 일신의 영달을 쫓는 선배는 선배로 인정할 수조차 없다”고 밝혔다.
민 대변인과 같은 KBS출신인 최경영 기자도 자신의 트위터에 "민경욱씨. 니가 떠들던 공영 방송의 중립성이 이런건줄은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축하합니다"고 비꼬았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트위터에서 “미국 간첩? 청와대 영전을 축하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진 교수는 "민경욱 '뉴스9' 앵커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당선을 낙관하며 미국에 각종 정보를 전달한 사실이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미 외교전문을 통해 드러났다"고 덧붙였다.
위키리크스가 2011년 폭로한 미 외교 전문을 보면, 민 대변인은 주한 미 대사관 측에 대선 후보자 정보를 전달한 인물로 그려져 있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작성된 전문에는 이명박 후보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민 대변인은 이 후보자를 '매우 깨끗한 사람' '수줍음이 많은 사람' 청탁을 받지 않는 사람' 등으로 평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5일 "해외특파원(주워싱턴 특파원)을 포함해 다년간 방송기자와 뉴스 진행자로서 활동해온 분으로 풍부한 언론경험과 경륜을 바탕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 철학을 국민께 잘 전달할 적임자라고 생각한다"며 민 대변인 임명 배경을 밝혔다.
민 대변인은 그 직후 “"설 연휴가 시작되기 전에 제안을 받았다"며 "워싱턴 특파원 때 (박 대통령이) 잠깐 왔는데 그 외에는 인연이 없으며 박 대통령의 후보 시절 뉴스를 진행하면서 인터뷰를 한 경험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