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윤주 기자 yjbae@businesspost.co.kr2023-12-21 16:4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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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HK이노엔 ‘케이캡’과 보령 ‘카나브'의 동맹.
HK이노엔 대표 제품인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의 새 계약 결과다.
▲ HK이노엔이 '케이캡' 새 계약 파트너로 보령을 택했다.
HK이노엔이 2023년 말 종근당과 케이캡 유통 계약이 종료되며, 종근당과 재계약 여부에 관심이 모였었다. HK이노엔은 종근당과 계약을 종료하고, 새 파트너로 보령을 택했다.
제약업계에서는 케이캡의 새 계약을 두고, ‘종근당과 재계약’ 또는 ‘HK이노엔의 직접 유통’ 두 가지 선택지만 두고 여러 예상들을 내놨었다.
HK이노엔이 선택한 제3의 대안을 두고, 연매출 1조 원대 제약사로 도약하기 위한 포석을 마련했다는 시선이 나온다.
21일 HK이노엔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이번 계약은 품목다변화와 매출 증대를 위한 결정이다”라고 설명했다.
보령과 공동판매 계약을 맺은 이유에 대해 HK이노엔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수익성 개선을 위한 결정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위식도역류질환 시장은 기존 프로톤펌프 억제제(PPI) 제품 위주에서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차단제(P-CAB) 제품으로 변화하는 과정 중에 있는데, P-CAB 시장점유율이 아직 크지 않아 P-CAB 제제인 케이캡의 점유율을 키우기 위해 보령과 손잡고 처방영역을 다양화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로 분야가 다른 대표 제품의 공동 판매로 처방 영역을 확대하고자 하는 이유도 있다”고 덧붙였다.
HK이노엔은 대표제품으로 P-CAB 제제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을 보령은 고혈압약 ‘카나브’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공동판매 재계약으로 HK이노엔은 ‘카나브’를 보령은 ‘케이캡’을 내년부터 판매할 수 있게 됐다.
각사의 대표 제품을 바꿔 판매함으로써 얻게 되는 첫 번째 효과는 ‘품목 다변화’다.
케이캡은 국내의 대표적인 ‘소화기 치료제’, 카나브는 ‘순환기 치료제’다. 공동판매를 통해 HK이노엔은 순환기 치료제로 보령은 소화기 치료제로 영역을 넓히게 됐다.
두 번째 효과는 ‘매출 증대’다.
케이캡과 카나브는 연 1천억 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2022년 케이캡은 1321억 원, 카나브는 1503억 원의 연 매출을 기록했다.
HK이노엔과 보령은 연 매출이 7천억~8천억 원 정도로 비슷한 규모의 제약사다. 각사가 대표 제품을 바꿔 판매하게 되면 상당한 규모의 추가 매출 증가가 가능할 것으로 두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최대 1천억 원까지도 가능하다고 본다.
즉, 공동판매로 향후 1조 원대 제약사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셈이다.
HK이노엔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왜 ‘보령’을 재계약 파트너로 택했냐는 질문에 “고려할 수 있는 제약사 가운데 가장 시너지를 낼 수 있어 택했다”며 “HK이노엔과 보령은 둘 다 블록버스터 신약을 시장에 잘 안착시킨 경험이 있는 회사다"고 답했다.
▲ HK이노엔은 보령과 공동판매 계약을 맺으며 1조 원대 제약사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 HK이노엔 >
업계에선 케이캡 판매 수수료 인하가 가장 큰 이유가 아니겠냐는 시선이 나온다.
정확한 수치는 회사 대외비로 공개되진 않았지만 HK이노엔이 케이캡 판매액의 30% 내외를 종근당에게 전달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지난해 처방액을 기준으로 약 400억 원 가량이 종근당에게 수수료 명목으로 준 셈이다.
박재경 하나증권 연구원도 이날 HK이노엔 보고서에서 이번 공동판매계약을 통해 HK이노엔에게 기대되는 효과 가운데 하나로 케이캡 판매 수수료율 인하에 따른 수익성 개선을 꼽았다.
보령은 종근당보다 좋은 조건의 수수료율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내년 HK이노엔의 실적 전망도 밝다.
박 연구원은 “케이캡은 꾸준한 매출 성장으로 2024년 1553억 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중국 판매에 따른 로열티도 2024년부터 본격화될 예정이다”고 바라봤다.
이에 따라 2024년 예상 매출과 영업이익도 상향 조정해 제시했다.
하나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HK이노엔이 2024년 매출 9181억 원, 영업이익 1091억 원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2023년 예상 매출보다 10.1%, 예상 영업이익보다 65.3% 각각 증가하는 것이다. 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