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글로벌 1위 컨설팅기업 맥킨지앤드컴퍼니가 한국이 고속 성장하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산업에서 기회를 포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생성형AI에서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대체할 신경망처리장치(NPU)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는데 삼성전자, SK하이닉스도 이미 관련 기업과 협력하거나 계열사를 통해 NPU 설계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맥킨지가 주목한 AI 반도체, 삼성전자 SK하이닉스도 NPU에서 기회 본다

▲ AI 반도체 사피온 'X220'. < SK텔레콤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그동안 메모리반도체 제조로 성공해왔지만 생성형AI 시대 시스템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분 투자, 인수합병 등을 적극 활용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21일 맥킨지앤드컴퍼니에 따르면 생성형AI로 인한 글로벌 경제적 효과는 연간 최소 2조6천억 달러(약 3393조 원)에 이르며 한국에서의 경제적 효과는 100조 원 안팎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맥킨지는 “생성형AI는 첨단 제조업, 전기·전자 및 반도체, 정보통신 산업, 금융업 등 국내 산업 및 영업·마케팅,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공급망 관리 등 비즈니스 영역에서 가장 큰 경제적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생성형AI 시장 개화는 AI 반도체에 대한 수요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은 그래픽처리장치(GPU)의 약 80% 이상을 점유한 엔비디아가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생성형AI 서버의 구동이 아직까지는 대부분 GPU 솔루션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성형AI 분야에서는 신경망처리장치(NPU)가 점차 GPU를 대체할 것으로 예상된다.

NPU는 인공지능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딥러닝 알고리즘 연산에 최적화된 반도체다.
 
GPU와 비교해 범용성은 떨어지지만 딥러닝 연산에 특화된 만큼 더 빠르게 연산작업을 진행할 수 있고 전력 소모를 최소화해 비용 효율성을 높이는 것도 가능하다. 최근 탄소 배출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되는 인공지능 서버의 문제점을 어느정도 해결할 수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메모리반도체를 주력사업으로 하고 있지만 AI 반도체의 성장가능성이 가시화되고 있는 만큼 NPU 분야에도 손을 뻗기 시작했다.

SK하이닉스는 SK텔레콤, SK스퀘어와 함께 지분을 보유한 AI반도체 계열사 ‘사피온’을 통해 NPU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피온의 지분은 SK텔레콤이 62.5%, SK하이닉스가 25%, SK스퀘어가 12.5%를 들고 있다.

사피온은 2020년 11월 국내 첫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인 ‘X220’을 내놓았고 2023년 11월에는 전작보다 4배 빨라진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 'X330'을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마이클 쉐바노우 사피온 최고기술책임자(CTO)는 “X330은 내부 분석 결과 동급 GPU보다 전력 효율이 1.3배에서 최대 1.9배 뛰어나다”며 “경쟁사 GPU를 X330으로 교체하면 소나무 1130만 그루를 심는 탄소 저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도 올해 12월19일 네이버와 손잡고 지난 1년 동안 개발한 AI 반도체를 공개했다.

삼성전자와 네이버는 이번에 개발한 새 AI 반도체(NPU)를 활용하면 엔비디아의 기존 AI 반도체(GPU)보다 같은 성능을 내면서도 전력효율은 8배 이상 높다고 자신했다.
 
맥킨지가 주목한 AI 반도체, 삼성전자 SK하이닉스도 NPU에서 기회 본다

▲ 삼성전자와 네이버 관계자가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테렝서 열린 2023 인공지능(AI) 반도체 미래기술 콘퍼런스에 AI 반도체 솔루션 설계 검증 시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네이버와 삼성전자는 공동 개발한 AI 반도체를 우선 네이버의 초거대 AI모델 ‘하이버클로바X’에 활용해 성능을 검증한 뒤 글로벌 빅테크에 공급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동수 네이버클라우드 이사는 “지구상에서 가장 전력 효율적인 반도체”라며 “굉장히 저전력이기 때문에 언어 모델뿐 아니라 자동차, 로봇까지도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 스타트업에 직접적으로 투자하거나 지원을 하면서 새로운 기회도 찾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삼성캐털리스트펀드(SCF)를 통해 캐나다 AI 반도체 스타트업 ‘텐스토렌트’에 투자를 진행했다. 투자를 한 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올해 7월부터 텐스토렌트와 손잡고 AI 반도체 연구개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텐스토렌트의 최고경영자(CEO)인 짐 켈러는 반도체 설계 분야에서 전설로 불리는 인물로 애플 아이폰에 쓰이는 ‘A바이오닉’ 칩, AMD의 CPU ‘라이젠’ 설계를 주도했던 만큼 이번 협력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텐스토렌트는 현대자동차로부터도 투자를 받았다.

국내에도 퓨리오사AI, 리벨리온, 딥엑스, 모빌린트 등 유망한 AI 반도체 스타트업이 등장하고 있다.

이 가운데 특히 딥엑스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의 멀티프로젝트웨이퍼(MPW)와 설계자산(IP)을 지원받아 최근 AI 반도체 4종 시제품 생산에 성공했다. 현재 딥엑스는 2024년 하반기부터 양산할 NPU를 한국, 미국, 중국, 대만 고객사에 공급할 수 있도록 초기 프로모션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지원 프로그램(EECP)을 운영하고 있다.

정부도 국내 기업들이 AI 반도체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19일 제4차 ‘인공지능 반도체 최고위 전략대화’에 참석해 “세계는 지금 생성형AI의 등장과 함께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며 기후변화 대응 측면에서 데이터센터의 저전력화 필요성이 이슈가 되고 있다”며 “달리는 걸음을 멈출 수 없다며 전국민이 활용할 수 있도록 AI 대중화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