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영미 커리어케어 사장은 헤드헌터에게 고객 이해와 글로벌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커리어케어> |
[비즈니스포스트] “헤드헌팅 업무를 20년 넘게 할 줄 몰랐습니다. 할수록 보람과 의미를 더 크게 느끼게 돼서 오래 하게 됐고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영미 사장(54)은 최근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커리어케어에 입사해 근무한 지 17년 만에, 헤드헌팅업무를 시작한지 20년 만에 최고의 자리에 오른 것이다. 커리어케어가 국내 1위의 헤드헌팅회사인 것을 감안하면 한국의 헤드헌팅업계를 주도하는 위치에 선 셈이다.
이 사장은 항공사와 의류회사를 거쳐 헤드헌팅업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2006년 커리어케어에 입사했고 팀장과 본부장을 거쳐 얼마 전까지 수석 부사장으로 글로벌본부의 컨설팅 조직을 이끌면서 평판조회 전문 조직인 씨렌즈센터를 관장해 왔다.
- 상당히 오랜 기간 헤드헌팅을 해왔는데, 입문한 계기가 궁금하다.
“의류회사에서 인적자원(HR)을 담당하던 시절 헤드헌팅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헤드헌팅에 대해 알게 됐다. 헤드헌팅 업무가 장기적으로 여성으로서 비전이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때만 해도 헤드헌팅 회사는 외국계기업이 주로 이용했을 뿐 국내기업들은 잘 몰랐다.
하지만 기업들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라고 생각했고 경력을 쌓는다면 프로페셔널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때 마침 헤드헌터를 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의가 들어왔다.”
- 여성으로서 헤드헌터라는 직업이 비전이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 이유는 무엇인가?
“업무 전문성 외에 헤드헌터에게 필요한 자질은 크게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하나는 서비스 마인드고, 다른 하나는 고객기업 입장에서 바라보는 시각이다.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면서 기업에 필요한 사람은 어떤 사람일지, 기준이나 스펙, 컬처 핏 같은 것들을 바라보고 생각하는 자세가 매우 중요하다.
또 후보자와 고객기업의 이해를 잘 조율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소통 능력과 기술은 아무래도 남성보다 여성이 조금 더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현업에 와서 보니 남성들도 여성 못지않게 잘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 일반 컨설턴트로 입사해 임원이 되고, 사장에 오르는 과정에서 원동력이 된 것은?
“헤드헌터의 일은 성과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나는 성과에 의해서 평가 받는 것을 굉장히 좋아한다. 내가 한 업무의 과정이나 결과가 눈에 보이고 이것이 실적으로 귀결되는 것이 누군가에겐 스트레스일 수 있겠지만 나에겐 오히려 오랫동안 지속하게 한 원동력이었다.
또 기업에게 인재는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핵심요소인데, 그런 사람을 내 손으로 뽑는 것에 엄청난 자부심을 느끼는 것도 큰 힘이 됐다.”
- 같은 일을 오래 하면서 권태로웠던 적은 없나?
“헤드헌팅 업무는 매번 새롭다. 매번 다른 인재 추천 요청이 들어오고 매번 새로운 기업을 만나고, 매번 새로운 산업을 접하고 새로운 사람을 찾는다. 이렇게 각각의 프로젝트가 전혀 다르고 매일 매일이 새롭다. 밖에서 보면 이 일이 반복적이고 지루해 보일 수 있다. 적임자를 찾아서 제안하고 추천하는 과정은 비슷할지 모르겠지만 그 안을 채우는 내용들이 너무나 달라서 싫증이 날 틈이 없었다.”
- 사장으로서 어떤 리더십을 보여주고자 하는가?
“최근 기업들이 원하는 리더십은 핸즈온(Hands-on) 리더십인 것 같다. 실무에 강한 리더십이다. 헤드헌팅은 사람, 특히 핵심인재를 다루는 일이어서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 헤드헌터들이 산업과 기술의 변화, 기업과 후보자의 기대와 요청에 부응하려면 지식과 경험이 깊고 넓어야 한다.
나는 오랫동안 실무를 담당하다 보니 일정한 수준에서 경험과 지식을 축적하게 됐다. 나는 이것을 토대로 커리어케어의 컨설턴트들의 고객 서비스는 물론이고 자기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부담도 클 것 같다.
“물론이다. 이전에는 내가 맡고 있는 프로젝트의 진행과 조직의 성과만 챙기면 됐지만 이제는 회사 전체를 바라봐야 한다. 현재 커리어케어에 100명이 넘는 전문 컨설턴트들이 일하고 있다. 이들의 성장발전을 어떻게 돕고 어떻게 리더로 육성할 것인지, 어떻게 회사의 브랜드 가치를 키우고 성과를 끌어올릴 것인지 고민해야 할 것 같다.”
- 경기 전망이 밝지 않은데 현장에서 느끼는 분위기는 어떠한가?
“굉장히 힘든 시기다. 업무의 난이도도 매우 높아졌다. 시장을 확대하거나 신사업 추진에 적극적이었던 기업들이 상당히 몸을 사리고 있다. 그러다 보니 채용도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그래도 시장이라는 게 풍선처럼 어느 곳을 누르면 다른 곳이 튀어나오게 되어 있다. 그 튀어나오는 시장이 어디인지 살펴서 새로운 기회로 삼으려 한다.”
- 내년 계획이 궁금하다.
“모든 산업 영역에서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이 일어나고 있다. 기존의 전통적인 산업 분류는 이제 의미가 없어졌다. 디지털 헬스, 스마트 팩토리처럼 모든 영역에 디지털이 핵심이 되었다. 너도 나도 업무를 자동화하고 인력을 효율화는 데 필요한 핵심인재를 확보하려 한다. 당분간 기술인재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인공지능과 반도체 분야를 집중적으로 들여다 보려고 한다.”
- 마지막으로 헤드헌터를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을 부탁한다.
“헤드헌팅은 단순히 사람을 찾아주는 일이 아니다. 기업이 어느 시점에 어떤 사람을 써야 하는지, 그런 사람을 뽑으면 어떤 효과를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토대로 컨설팅 해주는 일이다. 따라서 기업이 원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경쟁기업의 임금이나 복리후생, 조직구조, 핵심인재에 관해 조사해 줘야 할 때도 있다. 조직구축 방법에 관한 조언도 할 수 있어야 하고 시장에서 확보 가능한 인력의 양과 질에 관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고객이 원하면 단기간에 대규모 인력 확보에 뛰어들어야 할 때도 있다.
고객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고 인재 컨설팅 역량을 갖춘 사람이라면 헤드헌터에 도전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 대한 안목을 갖추면 유리하다. 이제 국내에서만 사람을 찾기엔 인재 풀이 너무 좁다. 인재시장에는 이미 국경이 없다. 한국의 인재가 홍콩이나 싱가포르로 옮겨가기도 하고, 인도나 실리콘밸리 인재가 국내기업에 입사하는 게 다반사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