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리케이션(앱)의 선탑재를 규제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삼성전자가 공을 들이고 있는 삼성페이를 비롯해 소프트웨어 경쟁력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생태계 구축에 빨간 불
8일 정치권에 따르면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스마트폰에 앱을 사전설치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과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7일 대표발의했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필수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앱의 선탑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조항을 새로 만들었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있는 앱의 과도한 접근권한 실태를 정부가 사후에 심사하고 시정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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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
정부가 앱의 선탑재를 규제하게 되면 하드웨어 경쟁력을 확보한 삼성전자가 이를 소프트웨어 경쟁력으로 이어가기가 어려워지게 될 수도 있다.
삼성전자는 당초 ‘킬러앱’의 부재가 고질적 문제라는 지적을 들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5와 갤럭시S6 엣지플러스에 선탑재로 출시된 삼성페이가 인기를 끌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갤럭시노트5와 갤럭시S6엣지 플러스는 출시된지 한달 만에 50만 대가 넘게 팔렸다. 삼성페이 이용자도 같은 기간 가입자가 50만 명을 넘어섰다.
삼성페이의 흥행은 단말기 선탑재의 힘이 크지만 거꾸로 갤럭시노트5 등의 판매호조도 삼성페이의 덕을 봤다.
삼성페이는 출시 1년 만에 국내 거래액 2조를 넘어섰다. 전 세계에서 가입자 수 1천만 명, 누적거래 1억 건을 달성했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은 8월3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갤럭시노트7 기자간담회에서 “삼성페이가 출시되고 1년 동안 단말기 판매에 영향이 있었고 특히 국내 가입자 수는 500만 명에 이른다”며 “삼성페이를 쓰고 싶어서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새로 구매한다는 고객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미국의 투자은행 JP모건은 지난해 '삼성페이가 판을 흔들 수 있다''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삼성페이가 삼성 스마트폰 생태계를 구축하게 돼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판매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가 콘텐츠사업에 노력하는 이유는 스마트폰의 하드웨어 격차가 줄어들면서 소프트웨어 경쟁력 강화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도 올해 무선개발실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분야로 분리해 소프트웨어 경쟁력 확보에 힘쓰고 있다.
또 삼성전자는 자체 운영체제인 타이젠의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애플과 구글이 각각 ‘iOS’와 ‘안드로이드’라는 독자적 운영체제를 보유하고 있는 데 비해 삼성전자는 구글 운영체제에 의존하고 있어 독자적인 생태계 조성이 어렵다.
운영체제의 성공에는 앱을 통한 생태계 구축이 필수적이다. 리처드 위 화웨이 소비자사업부 회장은 “새로운 운영체제를 디자인하기는 쉽지만 문제는 운영체제에서 생태계를 구축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앱의 다양성이 확보되지 않는 상태에서 운영체제의 성공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다.
◆ 구글앱의 독식 방어에 긍정적
삼성전자 등 국내기업이 안드로이드앱시장에서 구글과 콘텐츠 경쟁을 하는 상황에서 선탑재 앱의 규제가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구글이 내놓은 안드로이드페이는 9월 일본에서 서비스를 시작한다. 국내 출시도 머지않아 보인다. 안드로이드페이가 보유한 가장 큰 경쟁력은 다른 구글앱과 마찬가지로 안드로이드 기기가 수많은 사용자들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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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 |
하지만 앱 선탑재를 할 수 없게 되면 이런 장점은 무용지물이다. 이미 삼성페이로 모바일결제시장에서 자리잡은 삼성전자가 방어하기에 훨씬 유리한 입장이 되는 셈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2015년 통신시장 경쟁상황 평가’의 ‘유·무선 C-P-N-D 생태계 경쟁관계 분석 보고서’에서 “구글은 유무선 콘텐츠 및 플랫폼, 모바일 네트워크 및 단말 등 광범위한 계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럽연합(EU)도 4월20일 구글이 안드로이드로 반독점법을 위반했다고 최종결론을 내렸다.
마그레테 베스타거 EU 경쟁 담당 집행위원은 “구글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며 “소비자들의 선택 폭을 제한했으며 다른 기업들의 기술혁신을 가로막았다”고 말했다.
지난 8월 초 코리안클릭이 내놓은 애플리케이션 순위(설치자 수 기준)에 의하면 카카오톡을 빼고 10위 안에 전부 유튜브, 구글지도, 구글플레이무비 등 구글이 선탑재한 앱이 올라 있다.
이 때문에 안드로이드 모바일앱시장은 구글이 독식하지 않은 게임과 소셜 네트워크 위주로만 형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와 국회가 나서서 선탑재앱 문제를 확실히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