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탱커선사들의 발주 증가에 따라 국내 조선소들의 대형 탱커 수주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변용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1일 “올해 4분기 들어 탱커선사들이 발주한 초대형원유운반선(VLCC)는 여전히 중국 조선사가 수주했지만 수에즈맥스(15만~16만 DWT) 발주는 중국 조선사가 아닌 한국의 대한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 손에 들어갔다”며 “중국의 2026년 슬롯(건조공간)이 대부분 소진된 것으로 보이며 향후 '역(逆) 낙수효과'에 따라 한국 조선소의 수주가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 탱커선사 발주가 확대될 조짐을 보인다. 사진은 국내 조선소가 건조한 원유운반선의 시운전 모습. < HD한국조선해양 >
변 연구원은 “폐쇄 조선소의 재가동 등 중국의 공급 증가 가능성이 여전한 리스크지만 다행스럽게도 현재까지 관측되는 더 이상의 공급 증가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의 대형 탱커 수주는 이제 시작되고 있다”고 파악했다.
현재 탱커선사들은 자금 여력만 있으면 언제라도 신규 발주를 진행할 준비가 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가격 경쟁력이 높은 중국 조선사를 선호하지만 한국 조선사로도 발주 물량이 확대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신호도 포착되고 있다.
이는 최근 탱커선사 유로나브 발주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유로나브는 12월 초대형원유운반선 1척과 수에즈맥스 2척을 발주했다. 초대형원유운반선은 중국 조선소에, 수에즈맥스는 한국 조선소에 발주했다.
수에즈맥스는 깊이가 20m인 수에즈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선박 크기를 말한다. 수에즈맥스의 적재용량은 15만~16만 DWT로 초대형원유운반선(30만~32만 DWT)의 절반 수준이다.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촉발된 수에즈운하 봉쇄 사태도 탱커 발주에는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됐다.
앞서 2021년 3월 에버그린호의 좌초로 수에즈운하가 폐쇄됐을 때 운하를 지나는 수에즈맥스급 탱커의 현물 운임은 1주일만에 평균 11~14% 급등한 적이 있다.
클락슨을 비롯한 여러 선박 중개업자들에 따르면 세계원유 물동량의 8~12%가 수에즈운하를 통과하고 있다. 수에즈운하 봉쇄 사태가 지속되면 현재 하루 5만 달러 수준인 수에즈맥스 운임이 20만 달러까지 치솟을 가능성이 보고되고 있다.
변 연구원은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탱커 선사들에게는 운임 상승에 따른 현금 유입이 가속화할 수 있으며 현금 확보가 빨라질수록 신조선 발주 가능성은 커질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원유 수요 증가도 탱커선 발주 증가 요인이 될 것으로 분석됐다.
클락슨과 프론트라인은 2024년 말까지 129척의 초대형원유운반선이 부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변 연구원은 “당장 발주를 하더라도 세계조선소의 가장 빠른 납기는 2026년이기 때문에 2024년, 2025년 선대 부족에 따른 운임 상승은 피할 수 없다”며 “발주가 시간문제라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라 사실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높은 신조선가에 가로막혀 본격적 발주 증가는 시한폭탄처럼 뒤로 미뤄지고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