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허은철 GC녹십자 대표이사 사장이 3번의 도전 끝에 미국 진출에 성공했다.
허 사장은 미국에 판매망도 이미 구축해둔 만큼 내년 미국 시장에서 혈액제제 판매를 위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 허은철 GC녹십자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8년이 넘는 시간 동안 노력한 끝에 미국 진출을 위한 허가를 획득했다. |
18일 GC녹십자에 따르면 이르면 2024년 하반기부터 미국에서 혈액제제 알리글로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알리글로는 면역글로불린 10% 제제로 15일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았다.
알리글로는 미국 시장에 진출한 국내 최초의 혈액제제다. FDA 승인을 얻어낸 7번째 국산 신약이기도 하다.
GC녹십자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GC바이오파마USA 통한 직접 판매를 위해 물류업체 및 유통업체와 계약을 체결해 공급할 것"이라며 "내년 하반기 등재 및 정식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 사장의 미국 진출 노력이 드디어 빛을 본 셈이다.
GC녹십자가 미국에서 혈액제제 품목허가 신청을 처음 낸 것은 2015년으로 약 8년 만에 허가를 획득했다.
GC녹십자는 2015년 정맥투여용 면역글로불린 5% 제품에 대해 미국 FDA에 품목허가를 신청했지만 2017년 최종 실패했다.
이후 GC녹십자는 목표를 바꿔 면역글로불린 10% 제품으로 미국 FDA 허가에 재도전 했지만 코로나19로 현장 실사가 지연되면서 좌절을 맛봐야 했다. 하지만 허 사장은 포기하지 않고 올해 7월 재신청을 했다.
국내 혈액제제가 미국에 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더욱 크다.
특히 허 사장으로서는 미국 시장에 빠르게 안착하는 것이 중요하다. GC녹십자가 국내 5대 제약사 가운데 유일하게 실적 부진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GC녹십자는 2023년 3분기까지 연결기준으로 누적 매출은 1조2217억 원, 영업이익은 428억 원을 거뒀다. 1년 전보다 매출은 6%, 영업이익은 58.7% 감소했다.
주요 수입원으로 꼽히던 헌터증후군 치료제 수출이 부진하면서 실적에 타격을 받았다.
허 사장으로서는 안정적 매출을 위한 제품 다변화를 위해서도 알리글로의 미국 진출 성과가 중요해진 셈이다.
▲ 알리글로 제품 관련 이미지. < GC녹십자> |
품목허가라는 큰 산을 넘은 만큼 허 사장은 직판 체제를 통해 미국에서 알리글로 출시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GC녹십자는 미국 내 자회사인 GC바이오파마USA를 통해 현지 공급 및 판매를 준비해왔다.
GC바이오파마USA는 2022년 8월 기존 미국 법인이었던 GC목암의 사명을 변경한 이후 소수 영업인력을 중심으로 판매망 구축 작업을 진행해왔다.
이뿐 아니라 미국 혈액제제시장 규모가 세계 최대규모인 데다 수요가 많다는 점에서 GC녹십자에 긍정적이다.
의약품 시장조사 기관 MRB에 따르면 미국 면역글로불린 시장 규모는 104억 달러(약 13조 원)로 추산됐다.
GC녹십자가 현재 목표로 세운 시장 점유율 3%를 2022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3900억 원 규모에 이른다.
정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에서 혈액제제 공급 부족 현상이 자주 발생한다”며 “이뿐 아니라 국내와 비교해 미국 혈액제제 가격은 약 4~5배 차이가 나는 만큼 출시만 문제없이 성공적으로 한다면 빠르게 녹십자 실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