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국의 규제 피해 인공지능 반도체 생산, 말레이시아로 공급망 우회 노려

▲ 중국 반도체 설계기업이 말레이시아를 통해 반도체 패키징 공정을 진행하는 우회로를 마련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반도체 패키징 기술 안내 이미지. < TSMC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인공지능(AI) 반도체 설계기업들이 미국 정부 규제를 피해 말레이시아에서 고사양 반도체를 생산하고 수급하는 우회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로이터는 18일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다수의 중국 반도체기업이 일부 GPU(그래픽처리장치) 제조 공정을 말레이시아 기업들에 맡기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GPU는 엔비디아와 AMD 등이 판매하는 인공지능 반도체에 사용되는 핵심 요소다.

로이터는 말레이시아 기업들이 이미 중국업체들의 제안을 받아들였다며 이는 현재 미국 정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규제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중국이 인공지능 반도체와 같은 주요 분야에서 기술 역량을 확보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강도 높은 수출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중국에 위치한 반도체기업들은 고사양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장비를 사들일 수 없고 다른 국가들도 중국에 첨단 반도체를 제조해 수출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그러나 현재 중국업체가 말레이시아에 생산을 맡기기로 한 고사양 패키징 등 공정은 이러한 규제 영향에서 벗어나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 반도체 설계기업들이 미국 정부의 규제를 우회해 인공지능 반도체 공급망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로이터는 “중국업체들이 반도체 공급망을 중국 이외 지역으로 다변화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며 “언제든 미국 정부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이라고 전했다.

만약 중국 반도체기업들이 말레이시아를 통해 반도체 제조를 맡긴다면 미국이 중국을 대상으로 패키징 관련 규제를 시행한 뒤에도 안정적인 공급망을 마련할 수 있다.

말레이시아는 전 세계 반도체 패키징 및 조립 시장에서 약 14%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로이터가 이러한 정황을 보도한 만큼 미국 정부에서 중국 반도체기업의 우회로를 차단할 수 있는 새 규제를 마련해 시행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 상무부는 이러한 내용과 관련한 로이터의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