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로버트 취크 전 현대차증권 연구원 “매도의견 리포트 나오려면 공매도 존재해야”

▲ 로버트 취크 전 현대차증권 연구원이 14일 유비파이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유비파이>

[비즈니스포스트] “매도의견 리포트가 더 나오기 위해선 공매도가 존재해야 한다."

14일 만난 로버트 취크(Robert Cheek) 전 현대차증권 로봇 분야 연구원은 공매도에 대해 이같이 분명한 입장을 취했다.

로봇 전문가인 그는 오랫동안 국내 증권업계 연구원으로 활동하다 현재 드론 업체인 유비파이(Uvify)의 COO(최고운영책임자)를 맡고 있다.

지난달 국내 금융당국이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금지했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연구원들에게 매도의견 리포트 비중을 늘리라 요구하면서 공매도를 금지키시는 건 상반된 행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비즈니스포스트가 전직 외국인 연구원에게 국내 리포트 업계와 공매도에 대한 전반적인 의견을 들어보았다.

- 우선 국내 증권사 리포트에 대한 의견이 궁금하다. 국내 증권사들도 영어로 된 국내 종목 리포트를 내고 있는데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이 많이 참고하나.

"물론 참고한다. 한국인이 영어로 리포트 냈다 해서 경시하거나 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제이피모건이 낸 리포트라 해서 무조건적으로 선호하는 것도 아니다. 

그보다 중요한 건 이들 기관투자자의 이목을 끌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관투자자들은 하루에도 수백개씩 리포트를 받는다. 그리고 이들은 컨센서스(시장 전망치)에서 어긋나는 걸 원치 않는다. 따라서 한국 증권사든 글로벌 증권사든 리포트는 다 거기서 거기이기 마련이다. 

따라서 기자들이 기사 제목을 쓸 때와 마찬가지로 리포트도 제목에서부터 관심을 끌어야 한다. 혹은 다른 이들과 확실하게 차별된 인사이트(직관)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에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같은 대형 증권사들은 번역, 편집팀을 따로 두어 연구원들이 1차적으로 생산한 리포트를 더 흥미있고 참신하게 가공하게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 국내 연구원들이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에게 더 관심을 받을 방법이 있다면.

"앞서 말했듯 연구원 자체 역량으로 차별점을 지니는 것이 중요하다. 소위 ‘핫한’ 애널리스트가 되서 영향력을 갖게 되면 기관투자자들이 알아서 찾게 된다.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은 한국인이 삼성전자 리포트를 냈다고 해서 더 정확할 거라 생각치 않는다. 

남들이 보지 못한 종목을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 유럽, 한국에서만 수만 개의 삼성전자 리포트가 나온다. 내용은 다 비슷하기 마련이다. 차이점이 얼마나 있겠나.

따라서 대형 글로벌 증권사들이 발굴하지 못했지만 잠재가치가 큰 국내 종목들을 찾아내면 좋을 것이다."

- 최근 한국에선 일부 개인투자자들이 연구원들의 신변을 위협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외국에서도 마찬가지인가.

"미국이든 유럽이든 증권업계라면 어디에서든 구조적으로 일어나는 문제다. 그러나 대부분은 그냥 무시하고 넘어간다. 

특히 SNS(사회관계망)가 발달하면서 이러한 행태가 더 늘어났다고 본다. 

아무리 극성맞은 개인투자자라해도 의견 표현 자체를 규제할 순 없다. 정부가 한 번 규제하기 시작하면 규제는 꼬리에 꼬리를 물며 끝이 없는 법이다. 

그렇지만 연구원에게 실제적인 위협을 가한 경우라면 제재를 받아야 한다. 미국에서는 심각한 위협의 경우 법적 제재가 가해진다."

- 금융당국을 위주로 한국 리포트가 매수의견 일변도라는 지적이 있다. 어떻게 보는가. 미국도 마찬가지인가.

"한국이 더 매수에 치우친 경향은 있다. 그러나 원래 증권업계 자체가 그렇다. 구조적인 문제다. 

미국에서도 연구원이 매도의견 내면 기업들이 IR 초청 안하고 자료를 안 넘겨준다. 그래서 중립의견이 사실상 매도의견으로 읽힌다는 말이 나오는 거다.  

매도의견이 더 있어야 되는 건 맞다. 특히 금융당국이 연구원에게 매도의견을 더 내라고 주문하려면 공매도를 허락해줘야 한다."

- 최근 금융당국이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금지했다. 주식시장에 어떤 영향을 가져오겠나.

"좋지 않을 것으로 본다. 공매도는 주식시장에 자연스런 한 부분이다. 

2008년 같은 위기 상황에선 금지할 수 있다. 큰 불이 난 상황에선 당연히 긴급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정상상황에선 공매도가 주식시장에 순기능을 한다. 금융당국이 매도의견을 요구하면서 공매도를 금지시키면 엇갈린 메시지를 전달하게 될 수 있다."

-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대해선 어떻게 보는가.

"약 15년 전에나 나오던 얘기고 지금은 유효하지 않다. 한국은 현재 개발도상국도 아니고 선진국이다. 

사회가 발전하고 인프라가 발달하고 경제가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진 것이다. 

예를 들면 럭키금성 때와 지금의 LG 가전제품을 비교해보라. 지금 한국 가전제품은 미국에서 프리미엄 제품으로 인식될 정도로 한국은 괄목상대할 만한 발전을 이뤘다. 

지금 한국증시는 디스카운트도, 과평가도 아닌 정상 수준으로 본다."

- 그럼에도 북한과 대치라는 지정학적 리스크는 여전하지 않나.

"북한과 일부 잡음이 있더라도 전쟁은 벌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외국인투자자들이 모두 깨달았다. 

김정은은 저쪽에선 이미 신과 같다. 리스크를 지려하겠나.

오히려 현재 한국에겐 중국과 러시아가 더 큰 지정학 리스크다. 다만 증시에 반영될 수준은 아니다." 

- 최근 한국 로봇 종목이 예사롭지 않다. 전직 로봇 분야 연구원으로서 의견이 궁금하다. 방산기업인 LIG넥스원의 고스트로보틱스 인수는 어떻게 보는지.

"일부 한국 로봇 종목들은 과열돼 있다.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역량)과 주가는 다른 얘기다. 시장의 열기가 지나치면 주가가 과열되기 마련이다. 

다만 LIG넥스원의 고스트로보틱스 인수는 좋은 선택이라고 본다. 양사에 지인들이 다 있어서 좀 알고 있는데 충분히 설득력이 있는 인수다. 

LIG넥스원과 고스트로보틱스는 시너지를 낼 수 있다. 고스트로보틱스는 이미 방산 분야에도 전문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방산과 로봇의 결합은 이미 진행되고 있던 일이다. 여기서 핵심은 자율주행성인데 LIG넥스원의 고스트로보틱스 인수가 이를 가속화시킬 것이다.

LIG넥스원은 자금력이 있고 고스트로보틱스는 기술을 갖추고 있다. 이 사례를 보면서 향후 방산과 로봇 기업 사이 인수합병이 더 활발해질 수 있다."
 
[인터뷰] 로버트 취크 전 현대차증권 연구원 “매도의견 리포트 나오려면 공매도 존재해야”

▲ 로버트 취크 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LIG넥스원의 고스트로보틱스 인수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유비파이>

- 유비파이는 어떤 기업인가.

"뿌리는 한국에서 출발했지만 미국기업이라고 보면 된다. 씨애틀에 본사를 두고 유럽, 아시아, 북미에도 지점이 있다. 현재 남미에도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주력 상품은 드론이다. 특히 드론 공연 분야에서는 글로벌 점유율 90%에 이른다. 피파, NFL 등의 드론 공연을 맡기도 했으며 영화 아바타2의 공개 전 광고를 위한 드론 공연도 펼친 바 있다.

방산용 드론 및 드론 연구 플랫폼 사업도 하고 있다. 드론 연구 플랫폼 분야에선 전세계 거의 모든 주요 대학에 이 플랫폼을 제공하며 글로벌 선두 지위를 구축하고 있다."

- 우크라이나, 팔레스타인 두 전쟁을 통해 차세대 핵심 무기로서 드론의 존재감이 입증됐다. 향후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

"향후 드론 산업의 키워드는 스웜(Swarm, 무리/떼)이 될 것으로 본다. 한 개 드론이 아닌 소형화된 자율주행 드론들이 무리를 지어 다니는 개념이다.

드론의 위력이 입증되면서 현재 대드론 방어 체계가 개발되고 있는데 수 천개의 스웜 드론들이 한꺼번에 달려들면 막을 방도가 없다. 

방어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것으로 사실상 현대의 핵무기로서 전쟁 억지 기능이 있을 것으로도 보고 있다.

상업용에서도 스웜 드론의 가치가 높다. 대표적으로 위에서 언급한 드론 공연이 스웜 드론을 활용하는 것이며 나중엔 수색 등에서도 요긴하게 활용될 수 있다.

지금 전세계 정부들은 스웜 드론을 다양한 공공 서비스 영역에 이용하려고 개발에 착수한 상태이다." 

로버트 취크 COO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나 플로리다 대학교를 졸업한 뒤 헬싱키 대학교에서 MBA를 취득했다.

2000년대에 한국으로 건너와 한국투자증권에서 로봇 분야 연구원으로 증권업계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사핀다(Sapinda) 그룹의 기술투자 부문으로 옮겼다. 특히 국내 e스포츠 업계에 투자를 단행해 2012년 LCK(리그오브레전드챔피언스코리아)가 개막하는 데 힘을 보탰다.

그 뒤 유진로봇에서 사업개발 총괄을 맡았으며 이후 현대차증권에서 다시 로봇 분야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현재 유비파이의 COO를 담당하고 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