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맡은 법원이 KDB산업은행에 한진해운을 대상으로 자금을 추가로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물류대란을 해소하려면 한진그룹에서 지원하기로 결정한 1천억 원보다 훨씬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
한진그룹이 조양호 회장의 사재 400억 원을 포함한 1천억 원을 한진해운에 지원하기로 했지만 시기가 정해지지 않았고 물류대란을 해소하는 데에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진해운은 선박의 하역비용을 내는 데에만 최소 1400억 원을 써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항만사용료와 운반비를 더하면 2200억 원, 용선료와 유류비까지 합치면 6500억 원에 이른다.
법원 측은 “물류대란을 해결하려면 이번주 안으로 자금을 지원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비정상운항 중인 한진해운 선박에 실린 140억 달러 규모의 화물을 제때 운송하지 못하면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현지공장까지 가동을 중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법원이 한진해운에 대한 파산보호를 일시적으로 승인하면서 미국 채권자를 보호하기 위한 자금조달계획을 9일까지 내야 한다고 명령했는데 법원은 이런 점도 감안해 산업은행에 자금지원을 요청했다.
재판부는 “미국 법원에서 회생절차를 승인받지 못하면 물류대란을 해결할 수 없고 한진해운도 파산을 피할 수 없다”며 “산업은행이 돈을 추가로 빌려준다면 해외채권자에게 지급하지 않고 법원의 감독 아래 물류대란 해결과 운영자금 용도로만 쓰겠다”고 밝혔다.
법원은 산업은행에서 추가로 지원한 자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도 낮다고 밝혔다. DIP파이낸싱으로 빌린 자금은 최우선 순위인 공익채권에 해당돼 법정관리를 받는 기간에도 우선적으로 변제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법원은 “산업은행이 한진해운에 자금을 추가로 지원한다면 법정관리 절차 안에서 전액을 회수할 수 있도록 최대한 협조하겠다”며 “한진해운이 파산해도 새로 지원받은 자금을 전액 변제한 뒤 파산절차를 밟도록 지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6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법원에서 요청한다면 한진해운에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한 적 있다.
이 회장이 한진해운에 자금을 추가로 빌려주기로 결정할 경우 지원주체가 채권단 전체일지 산업은행 단독일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KEB하나은행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우리은행 부산은행 등 채권단에 포함된 은행들이 손실에 대비해 쌓아야 하는 충당금 부담을 감안해 추가 지원을 거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은행들은 산업은행에서 2013년 5월에 법정관리 중이던 팬오션에 자금을 추가로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했을 때에도 참여하지 않았고 결국 산업은행이 2천억 원을 단독으로 빌려줬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