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이마트-네이버 지분 교환 2년 반, ‘혈맹’ 맺었지만 시너지는 '실종'

▲ ‘혈맹 관계’로까지 불렸던 신세계·이마트와 네이버가 지분교환을 발표한지 2년 반이 됐지만 기대만큼 성과가 나지 않고 있다. <그래픽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혈맹 관계’로까지 불렸던 신세계·이마트와 네이버가 지분교환을 발표한지 2년 반이 됐지만 기대만큼 성과가 나지 않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신세계·이마트와 네이버를 더 이상 ‘혈맹’으로 부르기 어렵지 않느냐는 얘기가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이마트와 네이버의 협업에 대해 앞으로도 시너지를 내지 못할 것이란 비관론이 팽배하다.

신세계·이마트와 네이버는 2021년 3월16일 사업제휴합의서를 체결하면서 커머스와 물류, 멤버십, 상생 등 여러 분야에서 전방위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말로만 합의한 것이 아니다.

신세계·이마트와 네이버는 2500억 원 규모의 지분을 맞교환하며 '피'를 섞었다. ‘혈맹을 맺었다’는 분석이 많았던 이유다.

지분교환 당시 신세계·이마트와 네이버가 멤버십 통합 혜택을 제공하면 강력한 협업 성과가 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하지만 신세계그룹이 올해 6월 통합멤버십인 ‘신세계유니버스클럽’을 론칭하면서 네이버 멤버십과 통합 혜택 제공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신세계유니버스’에 많은 공을 들였다.

신세계유니버스는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신세계그룹의 여러 온·오프라인 계열사와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는 생태계를 의미한다. 신세계백화점과 스타필드에서 쇼핑하고 이마트에서 장을 보며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는 등 신세계그룹이 품고 있는 계열사·브랜드와 관련한 충성도를 높여 고객이 '신세계'에 머무는 시간을 늘리겠다는 것이 정 부회장의 큰 그림이다.

론칭 당시 신세계유니버스클럽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가입자 확보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많았다.

가입자 확보가 중요한 이유는 이미 유료 멤버십을 내놓고 효과를 보고 있는 경쟁사들의 가입자 수를 보면 알 수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쿠팡 유료 멤버십 ‘쿠팡 와우’는 1100만 명을 넘었다. 네이버 유료 멤버십 ‘네이버 플러스’는 올해 3분기 구독료 매출을 봤을 때 400만 명 안팎으로 추정된다.

네이버 플러스와 통합 혜택을 제공하면 단숨에 가입자 몇백만 명을 늘릴수도 있지만 신세계그룹은 가입자 수보다 ‘온·오프라인 계열사 통합 혜택 제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현재 신세계유니버스클럽 가입자 수가 얼마나 되는지 공개할 수는 없지만 론칭 당시 의도대로 온·오프라인 계열사간 시너지는 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며 “아마 앞으로도 신세계유니버스클럽 가입자 수가 몇 명을 돌파했는지를 밝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이 생각하기에 가입자 수보다 온·오프라인 계열사 통합 혜택 제공이 더 중요하다면 네이버 플러스와 통합 혜택 제공은 앞으로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신세계·이마트-네이버 지분 교환 2년 반, ‘혈맹’ 맺었지만 시너지는 '실종'

▲ 신세계그룹이 G마켓의 운영사인 이베이코리아(현 지마켓)를 인수한 점도 네이버와 협력에 있어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사진은 G마켓 본사.


지분교환 3개월 후 신세계그룹이 G마켓의 운영사인 이베이코리아(현 지마켓)를 인수한 점도 네이버와 협력에 있어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마트는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기 위해 3조4천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썼다. 지마켓 성공이 신세계그룹에게 매우 중요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온라인에서 지마켓과 네이버는 경쟁 관계다. 신세계그룹으로서는 지마켓을 살려야 하는 상황에서 네이버와의 적극적인 협업이 쉽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네이버와 협업은 지난해 6월 ‘라인 넥스트’에서 진행한 대체불가토큰(NFT) 사업에 투자한 것이 마지막이다.

이베이코리아가 인수될 당시 이마트와 네이버가 손잡고 인수하려 했지만 마지막에 네이버가 발을 빼면서 이마트가 단독으로 인수하게 됐다. 이미 이 때부터 동맹 관계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네이버에게도 신세계·이마트와의 협력은 소비자들에게 선택지를 하나 넓혀주는 것일 뿐이다. 네이버의 오픈형 플랫폼 전략을 볼 때 신세계·이마트와의 협력은 최우선 전략이 될 수 없다는 얘기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신세계·이마트와 네이버의 지분교환은 당시 많은 기대를 받았지만 워낙 큰 기업들이고 양사의 기업 운영 전략이 다른 만큼 서로 협력한다는게 어려울 수 밖에 없다”며 “앞으로도 눈에 띄는 협력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