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장남 신유열 '성과 날 만한 자리' 배치, 롯데 오너 3세 시대 준비 포석

▲ 롯데가 신유열 전무의 오너 3세 시대 준비에 들어갔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장남을 ‘성과가 날 만한 자리’에 배치했다.

기존 롯데케미칼 소속이었던 신유열 상무를 전무로 승진시키며 롯데지주 미래성장실과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을 통째로 맡겼는데 경영승계를 가속화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6일 실시된 롯데그룹의 2024년도 정기 임원인사에서 신유열 전무가 승진과 동시에 롯데지주·롯데바이오로직스 소속으로 이동한 것은 롯데그룹의 오너3세 경영 체제가 가시화하고 있다는 뜻으로 여겨진다.

신 전무가 이번에 맡게된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은 새로 만들어진 조직이다. 롯데지주에 따르면 바이오와 헬스케어 등 롯데그룹이 기존에 추진해왔던 신사업 관리뿐 아니라 또다른 성장 엔진을 발굴하는 임무도 맡는다.

원래 롯데지주에서 이와 유사한 업무를 맡았던 인물은 이훈기 롯데지주 ESG경영혁신실장 사장이었다. 
 
신동빈 장남 신유열 '성과 날 만한 자리' 배치, 롯데 오너 3세 시대 준비 포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이 아들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전무의 경영수업을 가속화하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 사장이 이번 인사에서 롯데그룹 화학군HQ(헤드쿼터) 총괄대표 겸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사장으로 이동하게 되면서 빈자리를 신 전무가 맡게 된 셈이다.

이 사장이 롯데그룹 내부에서 기획 및 전략 전문가로 두루 평가받은 인물이라는 점에서 신 전무가 새로 맡게 된 직책이 얼마나 무거운 일인지 잘 드러난다. 

신 전무는 롯데바이오로직스의 글로벌전략실장도 함께 맡는다.

롯데그룹은 바이오사업에 진출하면서 2030년까지 글로벌 톱10 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세웠는데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글로벌전략 수립을 신 전무에게 맡겼다고 볼 수 있다.

신 회장이 신 전무에게 역할을 맡긴 곳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사실상 후계자로서 경영성과를 입증하는데 보다 효과적인 자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재벌기업의 후계자들이 경영수업을 받으며 일정 시간이 지난 뒤 경영 전면에 나서는 것은 한국에서는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후계자가 경영수업을 받으면서 구체적으로 어떤 성과를 냈는지 ‘히스토리’를 만드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많은 재벌기업들이 후계자 수업을 진행할 때 ‘신성장담당’ ‘신사업추진실’ 등의 자리를 새로 마련해 자녀들에게 맡긴 뒤 이를 바탕으로 대관식을 진행하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신 회장이 이번 인사에서 선택한 방향도 다른 재벌그룹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롯데지주의 미래성장실뿐 아니라 롯데바이오로직스의 글로벌전략실도 사실상 신 전무의 경영성과를 위해 신설된 조직과 다름없다.

특히 롯데그룹이 헬스케어와 바이오 등 신사업에 전략적으로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점에서 신 전무가 보다 쉽게 성과를 얻어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의견도 많다.

롯데지주는 신 전무의 이번 인사와 관련해 “(롯데지주에서) 다양한 글로벌 투자 경험을 토대로 그룹 중장기 비전과 신성장 동력 발굴, 미래 신사업 확대의 중책을 수행할 것이다”며 “(롯데바이오로직스에서는) 바이오사업 경영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글로벌 CDMO기업으로 성장을 성공적으로 이끌 것이다”고 말했다.
 
신동빈 장남 신유열 '성과 날 만한 자리' 배치, 롯데 오너 3세 시대 준비 포석

▲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겸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 전무. <비즈니스포스트>


신 전무가 초고속 승진하고 있다는 점도 오너 3세 경영 시대가 점차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는 시각을 뒷받침한다.

신 전무는 2020년 일본 롯데 부장으로 입사한 뒤 2년 만인 2022년 5월 롯데케미칼 상무보에 이름을 올리며 한국 롯데그룹에 처음으로 모습을 보였다.

7개월만인 2022년 12월 실시된 임원인사에서 상무로 곧바로 승진했는데 약 1년 만인 이날 전무까지 오르면서 부장에서 전무까지 승진하는데 단 3년밖에 걸리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자녀의 후계자 수업을 진행하며 각 직급마다 많게는 3~4년의 시간을 보내게 하는 재벌그룹도 적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이례적인 일이다.

신 회장이 신 전무의 초고속 승진을 하는 배경에는 오너 3세 시대를 위해 빠르게 성장하라는 임무를 부여하며 동시에 무거운 책임감을 더했다는 것이 재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