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저비용항공사(LCC) 에어프레미아의 성장세가 매섭다.

유명섭 에어프레미아 대표이사는 첫 분기 흑자 달성을 통해 장거리 위주 노선전략의 가능성을 입증했는데 첫 연간 흑자달성의 관건이 될 유가·환율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에어프레미아 매서운 상승세, 유명섭 '조기 흑자달성' 변수 유가·환율에 촉각

▲ 유명섭 에어프레미아 대표가 6월14일 서울 영등포구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업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에어프레미아> 


3일 항공업계에서는 유가·환율의 하향세와 여객수요 고공행진에 힘입어 에어프레미아의 연간 흑자달성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피어오르고 있다.

만약 조기 흑자달성에 성공한다면 에어프레미아에 따라다녔던 의문부호가 대부분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에어프레미아는 2017년 장거리 전문 LCC를 정체성으로 내세우며 출범했는데 일부에서 비관적인 시선이 있었다. 기존 대형항공사(FCS) 대비 서비스 품질, 기단 운용 여유, 정비 역량 등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해외 저비용항공사들의 장거리 노선 전략의 성공 사례도 드물었다는 점도 의구심을 키웠다.

연간 흑자달성은 유가·환율 등 외부변수가 우호적인 방향으로 흘러줘야 하는데 최근 흐름만 놓고보면 에어프레미아의 흑자가 4분기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의 경제통계 시스템에 따르면 두바이산 원유(현물)의 월 평균가격은 11월 기준 배럴당 84.25달러로 9월 배럴당 92.93달러, 10월 배럴당 86.66달러와 비교해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월평균 원달러환율은 9월 달러당 1329.5원에서 10월 달러당 1350.7원으로 상승했다가 11월 1310.4원으로 낮아졌다. 12월1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환율은 달러당 1299.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항공사의 비용구조를 살펴보면 유가는 통상 약 20~30%의 비중을 차지한다. 환율은 급유, 항공기 리스부채 상환, 엔진 및 부품 유지보수 정비 등의 거래비용에 영향을 미친다.

유가와 환율 외에 고점을 찍고 내려올 것이란 예상이 많았던 이연수요도 아직 탄탄하다. 

양승윤 유진투자 연구원은 “4분기는 계절적 비수기이나, 10월 운송 데이터에서 생각보다 견조한 여객 흐름이 확인되었다”며 “11월 약간의 부침을 겪은 이후 12월 겨울 성수기 진입에 따라 재차 여객 수요가 반등하겠다"고 예상했다.

물론 올해 연간 흑자달성에 실패하더라도 계획에서 벗어나는 일은 아니다. 유 대표는 올해 6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매출 3500억 원, 영업손실 100억 원을 예상한 바 있다. 당초 유 대표가 전망한 연간 흑자달성 시기는 2024년이다. 

에어프레미아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4분기는 전통적 비수기인데다 11월까지는 유가와 환율 수준이 높았다”며 “4분기에도 흑자를 이어갈 것으로 장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유 대표는 내년 B787-9 기체를 2대 더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기재 도입에 맞춰 신규 취항이 예상되는데 유럽보다는 미국 노선 취항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럽은 여행수요의 회복속도가 기대보다 더디게 나타나고 있다”며 “교민·비즈니스 수요가 있는 미국 노선이 수익성 측면에서 나을 수 있다”고 봤다.

에어프레미아는 대형항공사 대비 저렴한 가격에 넓은 좌석간격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올해에만 승객 약 48만 명이 에어프레미아를 이용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없진 않다. 일부 소비자들은 에어프레미아가 정비를 사유로 운항사변경, 대체편성, 스케쥴 변경 등의 공지가 잦아졌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물론 정시운항보다 안전을 우선하는 것이 맞다. 다만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신생항공사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미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에어프레미아 매서운 상승세, 유명섭 '조기 흑자달성' 변수 유가·환율에 촉각

▲ 에어프레미아는 올해 B787-9 여객기 보유량을 5대까지 늘렸다. 유 대표는 내년 2대를 추가 도입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에어프레미아 직원들이 새로운 기체 도입 기념식을 하는 모습. <에어프레미아>



유명섭 대표는 2021년 11월 에어프레미아의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1990년 대한항공에 입사한 뒤 구주지점장, 영업기획팀장, 여객팀장, 마케팀당담, 영업운송교육팀장 등 항공영업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2017년 제주항공에 영입돼 영업본부총괄, 커머셜본부총괄을 지냈고 사내이사로 선임되는 등 저비용항공사에서도 역량을 인정받았다.

유 대표는 최근 에어프레미아의 지배구조 변화에도 대표이사를 유지하는 등 경영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에어프레미아의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JC파트너스는 올해 7월 지분 21.4%를 AP홀딩스에 570억 원에 매각했다. 매각 후 지분율은 JC파트너스 35.3%, AP홀딩스 30.4%로 AP홀딩스 측 인사인 문보국 사외이사가 각자대표이사로 선임돼 유 대표와 에어프레미아를 함께 이끌고 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