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7나노 반도체 개발에 "비밀 조력기업 있다", 블룸버그 '시캐리어' 지목

▲ 시캐리어라는 반도체 제조장비 기업이 화웨이와 비밀리에 협업하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9월8일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화웨이 판매점에 인근에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가 펄럭이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화웨이가 7나노 미세공정 반도체를 직접 개발할 수 있던 배경에는 비밀리에 화웨이를 돕는 기업들이 있었다고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반도체 제조장비와 부품을 들여서 화웨이와 공유하는 기업 ‘시캐리어(SiCarrier) 테크놀로지’가 그 가운데 한 곳이다. 

1일 블룸버그는 중국의 반도체 산업을 잘 아는 익명의 취재원의 발언을 인용해 “화웨이를 비밀리에 지원하는 기업 가운데 가장 중요한 곳은 2021년에 설립된 시캐리어라는 반도체 제조 장비회사”라고 보도했다. 

시캐리어 등 반도체 장비회사 네 곳을 포함해 12곳 정도가 화웨이를 지원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시캐리어를 포함한 이 회사들은 선전시 시 당국이 2019년 조성한 ‘선전시 주요 산업 투자그룹’의 투자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이 투자그룹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 구체적으로 화웨이를 지원하라는 명령을 중국 당국으로부터 직접 받았다며 중국 당국의 간접적 관여 의혹을 제기했다.

반도체 전문 조사기관 세미애널리시스의 선임분석가 딜런 파텔은 블룸버그를 통해 “중국 정부의 지원 규모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크다”며 “(일하는 노동자들이 거주할) 아파트를 짓고 토지를 제공하며 법인세도 받지 않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시캐리어와 선전시 주요 산업 투자그룹은 화웨이와 비밀리에 협력하는 것 아니냐는 블룸버그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블룸버그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화웨이는 시캐리어와 같은 비밀 기업을 통해 중국 당국의 직간접적인 지원을 받으며 미국 제재를 우회해서 성과를 내고 있는 셈이다.

시캐리어는 반도체 인력과 지적 재산권(IP)를 비롯해 다양한 자원을 화웨이와 공유하며 화웨이를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화웨이의 본사가 위치한 중국 광둥성 선전시에 사업장을 두고 있다. 

블룸버그는 "시캐리어가 화웨이의 프로젝트를 진행할 인력을 모으면서 그들에게 화웨이를 위해 일한다고 외부에 발설하지 말라는 지시를 하기도 했다며 “화웨이에 시캐리어의 중요성은 단순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 그 이상”이라고 짚었다. 

대외적으로 시캐리어는 화웨이와 해외 공급망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장비 및 부품 공급사다. 이는 화웨이가 시캐리어를 통해 미국의 제재를 우회해서 제조 장비를 들여올 수도 있다는 뜻이다. 

미국은 트럼프 정부 시기부터 국가 안보를 이유로 화웨이를 비롯해 중국 기업들에 수출되는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를 통제하고 있다. 

화웨이는 미국 정부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지난 8월 7나노 미세공정 반도체를 탑재한 ‘메이트60’을 출시했다. 메이트60은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으며 2024년 예상 판매량이 최대 6천만 대까지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