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HBM 주도권 잡기 시급, 경계현 싱크탱크도 지휘해 위기 넘는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삼성전자의 싱크탱크 SAIT(옛 종합기술원) 수장을 겸하면서 기술고도화에 온 힘을 다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의 제품 주기 단축에 따라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에서 주도권을 빠르게 잡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은 연말 인사에서 삼성전자 싱크탱크 SAIT(옛 종합기술원) 수장도 함께 맡은 만큼 기술 고도화를 통해 경쟁사에 뒤처진 현재 위기 상황을 극복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30일 시장조사기관과 증권업계 말을 종합하면 인공지능 반도체 선두 엔비디아가 신제품 출시 사이클을 당길 것으로 예상돼 삼성전자가 경쟁사와 비교해 뒤처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인공지능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HBM을 탑재하는 인공지능 서버용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 신제품 출시 주기를 기존 2년에서 1년으로 앞당길 것으로 예상된다”며 “인공지능 반도체는 제작 과정에서 메모리 업체와 긴밀한 협업이 필요해 현재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SK하이닉스가 가장 유리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HBM 시장은 기존 메모리 반도체와 다르게 인공지능용 GPU 업체와 협업이 필요하기 때문에 양산 노하우와 원가경쟁력을 확보한 선두업체의 승자독식 구조를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대규모 적자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연말 인사에서 경계현 사장을 유임한 것도 사업의 연속성을 확보해 SK하이닉스에 뒤처진 것으로 평가받는 HBM 시장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자리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22년 기준으로 40%의 시장점유율을 보여 SK하이닉스(50%)에 뒤처진 2위에 머무른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들어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으나 인공지능 반도체 선두인 엔비디아와 협력 관계에서는 여전히 SK하이닉스에 뒤처져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인 메모리반도체로 SK하이닉스가 2013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SK하이닉스는 세계 최초로 4세대 제품인 HBM3도 양산해 선제적으로 엔비디아에 제품을 공급하며 삼성전자보다 우위에 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더해 SK하이닉스는 인공지능 반도체 메인칩 위에 6세대 제품인 HBM4를 바로 올리는 방식의 기술을 놓고 엔비디아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기존 HBM은 인공지능용 GPU와 HBM이 분리된 구조에서 이를 회로로 연결하는 방식을 취해왔는데 이를 단일칩 형태로 구성한다는 구상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달리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와 기술 협력을 진행하는 소식이 전해지지 않아 차세대 HBM에서 SK하이닉스를 따라잡을 가능성이 옅어지고 있는 신호일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삼성전자 HBM 주도권 잡기 시급, 경계현 싱크탱크도 지휘해 위기 넘는다

▲ 삼성전자의 HBM3 제품 모습. <삼성전자>

경 사장은 올해 연말 인사에서 삼성전자에서 기술적 싱크탱크 역할을 담당하는 SAIT(옛 종합기술원) 조직의 수장도 겸하게 된 만큼 기술 최적화에 온 힘을 쏟아 SK하이닉스 추격에 고삐를 죌 것으로 예상된다.

SAIT는 1987년 설립돼 최근까지 삼성전자의 주요 연구개발을 이끌고 있는 글로벌 조직이다. 

특히 인공지능과 관련된 논문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게재했을 뿐만 아니라 2021년 고대역폭 메모리에 연산기능까지 더한 HBM-PIM을 2021년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데 밑거름을 제공하면서 삼성전자 기술개발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경 사장은 삼성전자와 SAIT를 모두 맡으면서 인공지능 반도체 관련 기술역량을 융합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5세대 제품인 HBM3E를 9.8Gbps(초당 기가비트)로 개발해 고객사에 24기가바이트 용량제품에 대한 샘플 공급을 마쳤고 내년 상반기 양산을 시작할 계획을 세웠다.

경 사장은 고객사 확장에 힘을 싣는 것에 더해 대규모 영업적자 국면에서도 HBM 생산능력을 확장하기 위한 작업에도 힘써 왔다.

삼성전자가 최근 삼성디스플레이의 천안 사업장 안의 일부 건물과 장비를 사들인 것도 HBM 생산능력을 키워 적극적으로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경 사장의 뜻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내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회복세를 탈 것으로 예상돼 경 사장이 HBM 사업에 무게를 실을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보고서를 통해 내년 반도체 시장 규모가 올해보다 13.1% 증가한 5880억 달러(760조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HBM을 포함한 고부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올해보다 40% 이상 증가한 1300억 달러(168조 원)에 달해 전체 시장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 사장은 대표적 고부가 메모리 반도체인 HBM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삼성전자 DS부문의 실적을 개선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경 사장은 최근 임직원과 진행한 소통행사에서 “4세대와 5세대 HBM 제품이 내년에는 DS부문의 이익증가에 크게 기여하도록 만들어 삼성전자 D램이 더 앞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