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현대중공업 최대주주의 동생인 정몽일 전 현대기업금융 회장이 현대기업금융 대표이사를 맡으며 경영에 복귀했다.

현대중공업이 비핵심 계열사의 지분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정몽일 전 회장에 현대기업금융의 지분을 넘긴 데 따른 후속조치다.

  정몽일, 현대기업금융에 복귀해 현대중공업과 분리 추진  
▲ 정몽일 전 현대기업금융 회장.
정몽일 대표는 향후 현대기업금융을 현대중공업그룹으로부터 계열분리해 독자경영의 길을 걸을 것으로 관측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정 전 회장이 8월 현대중공업의 금융자회사인 현대기업금융의 새 대표이사에 올랐다.

현대중공업이 자구계획안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 전 회장에게 현대기업금융의 지분을 넘긴 데 따른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자구계획안에 따라 7월 말 보유하고 있던 현대기업금융 지분 72.1% 가운데 62.2%를 매각했다.

이 가운데 31%가 현대미래로에 매각됐는데 현대미래로가 정몽일 회장이 7월20일에 설립한 회사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정 전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긴 것으로 볼 수 있다. 나머지 지분 31.2%는 범 현대가가 나눠 사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정 대표는 현대기업금융의 자회사인 현대기술투자의 대표이사도 겸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정 전 회장은 현대미래로→현대기업금융→현대기술투자의 지배구조를 짜게 됐다.

정 대표는 지난해 5월 현대중공업그룹이 금융계열사 재편작업에 착수하자 보유하고 있던 현대기업금융의 지분 4.6%을 모두 처분하고 대표이사 회장에서 퇴임했다. 하지만 정 대표는 이번 현대기업금융 지분 인수를 통해 1년3개월 만에 경영일선에 복귀하게 됐다.

현대중공업이 어떤 배경에서 정 대표에게 현대기업금융의 지분을 매각했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정 대표가 현대기업금융을 인수하기 위해 현대미래로라는 새로운 회사를 세울 때 현대중공업그룹 측과 미리 협의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대중공업이 애초에 하이투자증권을 매각하려고 했지만 매각이 난항을 겪자 다른 금융계열사인 현대기업금융 매각으로 방향을 선회했는데 이 과정에서 정 대표가 경영에 복귀하는 그림을 그린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현재 현대미래로는 현대중공업과 함께 계열사로 분류돼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이 애초 비핵심 계열사를 모두 매각하는 것으로 구조조정 방향을 잡았기 때문에 곧 계열분리를 해 정 대표가 현대기업금융의 독자경영에 나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