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3대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 피치,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가 한국 신용평가시장 진출을 확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 신용평가시장이 규모에 비해 진입장벽이 높고 상당한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신용평가회사들이 한국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면 신용평가제도 선진화를 도울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국내 기업정보의 유출 가능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 한국에서 삼파전 펼칠까

4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다드앤드푸어스는 NICE신용평가 지분을 일부 사들이려는 뜻을 내비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NICE신용평가는 NICE홀딩스에서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무디스 피치 S&P, 한국 신용평가시장 장악할까  
▲ 존 베리스포드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대표.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스탠다드앤드푸어스는 2007년에 NICE신용평가의 지분을 인수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하는 등 10여 년 동안 한국시장 진출의사를 계속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무디스는 7월에 NICE인프라에서 보유했던 한국신용평가 지분 49.99%를 전량 인수해 한국신용평가를 100% 자회사로 만들었다. 피치는 2001~2008년 동안 한국기업평가 지분을 지속적으로 매입해 73.55%를 확보했다.

한국 신용평가시장은 매출 기준으로 연간 1조 원 규모로 추산된다.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한국 국가와 기업들도 비교적 높은 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으며 한국 기업들이 외국에서 발행하는 외화표시채권(코리안페이퍼)의 발행규모도 계속 커지고 있다.

한국 신용평가시장에서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NICE신용평가가 30년 이상 과점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점도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는 요소로 꼽힌다.

금융권 관계자는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은 한국 신용평가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높여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아시아 지역의 거점으로 활용할 것”이라며 “한국 신용평가회사들이 전반적으로 높은 배당률을 유지하고 있는 점도 글로벌 신용평가회사들에게 매력적인 요소”라고 말했다.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NICE신용평가는 2015년 기준으로 평균 배당률 81.4%를 기록했다. 국내증시에 상장된 기업들의 평균 배당률 23.9%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무디스는 한국신용평가에 600억 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최근 10년 동안 주식차익과 배당 등으로 회수한 금액만 509억 원에 이른다.

피치도 한국기업평가에 투자한 것으로 추정되는 900억 원 가운데 436억 원을 배당으로 받아갔다. 주식평가차익 600억 원 규모를 감안하면 투자금을 이미 회수한 셈이다.

◆ 기대와 우려 교차

무디스는 한국신용평가를 완전자회사로 두게 되면서 경영에도 본격적으로 관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무디스가 국제기준에 맞는 평가체계를 한국신용평가에 도입해 신용평가제도를 지금보다 선진화시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무디스 피치 S&P, 한국 신용평가시장 장악할까  
▲ 레이먼드 맥다니엘 무디스 CEO.
국내 신용평가회사들이 부실기업에 대한 신용등급 산정에서 ‘뒷북’을 쳤다는 논란 등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글로벌 신용평가회사들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개편 요구를 거세게 받은 뒤 신용평가기준과 방법 측면에서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화해 왔다”며 “무디스가 한국신용평가에 선진제도를 도입한다면 다른 신용평가회사들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기업정보가 외국으로 유출될 가능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상장기업의 한 관계자는 “신용평가회사는 회사채 신용등급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유동성 등 재무상황뿐 아니라 기술 등 여러 정보를 얻게 된다”며 “국내 신용평가회사의 대주주가 외국계일 경우 이렇게 얻은 기업정보가 해외로 빠져나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내 신용평가회사 관계자는 “글로벌 신용평가회사가 국내 신용평가회사들의 대주주가 된다고 해도 자본시장법에 따라 기업정보의 외부유출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 것은 같다”며 “지금과 별다른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