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카드사들이 주요 자금조달원인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장기물 발행을 줄이며 조달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고금리 지속에 따라 이자비용이 급증해 수익성에 타격을 입고 있는 가운데 실적 개선을 위한 움직임으로 파악된다.
▲ 카드사들이 자금 조달 포트폴리오를 다변화를 통해 이자 비용 증가에 대응하고 있다. <연합뉴스> |
23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여전채 3년물(AA, 무보증, 평가사 5사 평균) 금리는 전일 기준 4.532%다.
10월 말 5%를 돌파했던 것과 비교하면 금리가 하락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카드사들의 자금 조달 포트폴리오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카드사들의 여전채 발행 규모는 감소세로 전환한 모양새다.
카드사들이 2023년 10월 발행한 여전채 규모는 9월보다 2400억 원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앞서 9월에도 발행금액은 전월보다 1조3100억 원 줄었다.
카드사들은 수신기능이 없어 채권 등으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데 여전채는 자금 조달의 60% 이상을 담당하는 주요 자금 조달원이다.
그런데도 여전채 발행을 줄이는 이유로는 고금리에 늘어난 이자 부담이 꼽힌다.
전업카드사 8곳의 2023년 3분기 누적 이자비용은 2조956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5% 늘었다. 3조 원 턱밑까지 급증한 이자비용은 이미 지난해 연간 이자비용인 2조7321억 원도 넘겼다.
이자비용이 늘어난 탓에 카드사들은 올해 수익성에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이자비용은 대손비용과 더불어 카드사 이익에 영향을 주는 대표적 요인이기 때문이다.
카드사 8곳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조96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가량 줄었다. 롯데카드의 자회사 매각 이익을 제외하면 순이익 감소폭은 20.4%대로 커진다.
하지만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들이 자금 조달을 멈출 수 없는 만큼 카드사들은 조달 포트폴리오를 다변화를 통해 이자 비용 부담을 낮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KB국민카드는 5억 달러 규모 해외ABS(자산유동화채권)를 MUFG은행과 싱가포르 DBS은행을 통해 발행했다. 앞서 우리카드는 10월25일 2억 달러 규모로 해외ABS 발행했다.
카드사들은 이를 두고 하나같이 조달비용 절감 효과를 언급했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고금리 상황에서 조달비용을 절감하고 향후 국내 카드채 발행 부담도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조달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고 카드채 발행 부담도 경감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조달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해 재무 안정성을 공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 카드사들은 ABS(자산유동화채권)를 발행하고 단기차입금을 늘리는 방식으로 자금 조달 포트폴리오에 변화를 주고 있다. <여신금융협회> |
ABS는 카드 매출 채권 등 담보가 있다는 점에서 여전채와 비교해 낮은 금리로 발행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만큼 카드사들이 조달 비용을 낮춰야 하는 시기에 발행을 늘리는 경향이 있다.
카드사들은 ABS 발행 이외 단기차입금을 늘리는 방식으로도 이자비용과의 전쟁에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단기차입금은 만기가 1년 이내인 차입금, 채권 등을 말한다.
금리가 높은 가운데 장기 채권을 발행하면 해당 부담을 계속 가져가야 하는 반면 단기차입금은 추후 금리가 하락하면 낮아진 금리로 재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카드사들의 단기차입금과 단기채권 규모는 8조2318억 원이다. 지난해 6월 말 7조3401억 원보다 12%가량 늘었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