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이 자체 개발 프로세서의 성공 사례를 다른 부품 개발 과정에서 재현하는 데 다소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분석된다. 애플 신형 맥북에 적용되는 'M3' 시리즈 프로세서. <애플> |
[비즈니스포스트] 애플이 아이폰 등 주요 제품에 탑재하는 여러 부품을 자체 기술로 개발해 협력사에 의존을 낮추려 하고 있지만 성과를 확인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애플은 통신반도체와 마이크로LED 디스플레이에 이어 카메라용 이미지센서와 배터리까지 직접 상용화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중장기 계획을 세웠다.
20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선보인 아이폰15 프로 및 맥북용 3나노 미세공정 프로세서로 확실한 반도체 기술력을 증명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형 아이폰에 탑재된 A17프로 프로세서와 맥북용 M3 프로세서는 업계 최초로 TSMC의 3나노 파운드리를 활용해 생산되는 고성능 반도체다.
블룸버그는 애플의 이러한 업적이 절대 쉽게 이뤄낼 수 없는 성과라며 자체 부품 개발에 여러 난제를 지속적으로 해결해가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
그러나 애플이 아이폰을 비롯한 제품에 쓰이는 여러 핵심 부품을 직접 설계해 상용화하겠다는 목표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는 분석도 나온다.
CPU(중앙처리장치)와 GPU(그래픽처리장치) 등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애플의 역량이 크게 발전한 반면 통신반도체를 비롯한 다른 부품 개발에는 진전이 더디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직접 통신모델 반도체를 개발해 활용할 수 있는지가 ‘진정한 시험대’로 작용할 것이라며 앞으로 2~3년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애플은 현재 퀄컴에서 사들이는 통신반도체를 자체 기술로 내재화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수 년째 막대한 금액을 들여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자체 통신모뎀 상용화 시점을 2026년으로 1년 가량 늦췄다. 퀄컴과 기술 격차를 좁히기 쉽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자체 와이파이 및 블루투스 통신모뎀을 개발하려던 계획에도 어려움을 겪어 당초 목표했던 2025년까지 상용화에 성공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 애플 아이폰14 프로 및 아이폰14 프로맥스 홍보용 이미지. <애플> |
애플은 카메라와 함께 쓰이는 이미지센서 부품도 직접 설계해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주요 공급사인 일본 소니에 의존을 낮추기 위한 목적이다.
블룸버그는 “카메라 성능은 애플의 아이폰의 최대 장점으로 앞세우는 마케팅 포인트”라며 “향후 증강현실 기기와 자율주행차 기술에도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도체 이외에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도 외부 공급사에 의존을 낮추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애플워치를 시작으로 아이폰 등 다양한 기기에 탑재가 검토되고 있는 마이크로LED 패널이 대표적이다.
블룸버그는 “애플은 지난 5년 넘게 마이크로LED 기술 확보에 주력했지만 여러 걸림돌을 만났다”며 자체 기술 개발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마이크로LED는 화면 밝기와 화질, 전력효율 등에서 현재 널리 쓰이는 LCD 또는 올레드(OLED)와 비교해 우수성을 갖춘 기술이다. 그만큼 기술 장벽도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애플은 최근 들어 아이폰과 같은 기기에 탑재할 배터리 기술을 직접 개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17프로 등 자체 프로세서의 기술 발전 성과에 힘입어 통신반도체와 이미지센서, 마이크로LED 디스플레이와 같은 여러 분야에서 이를 재현하려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블룸버그 보도와 같이 애플의 여러 부품 개발 프로젝트가 장기간 기술 발전에 고전하며 투자 대비 성과를 확인하기 어려워진 만큼 미래 전망은 다소 불투명하다.
블룸버그는 “애플은 자체 부품 상용화를 추진하는 과정에도 계속해 외부 협력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부품 공급망을 직접 컨트롤해야 제품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의지는 꺾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