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해상풍력 세미나, “중국이 공급망 장악해 불확실성 걷어낼 정책 절실”

▲ 1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해상풍력 활성화를 위한 산업 정책의 방향' 세미나 참석자들. (왼쪽부터) 최덕환 한국풍력산업협회 대외협력실장, 구덕윤 한국에너지공단 풍력산업팀장, 강화구 HD현대일렉트릭 에너지솔루션사업 담당임원, 최지원 기후변화센터 팀장, 권정민 GE리뉴어블에너지코리아 상무, 최정철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풍력PD, 김창섭 기후변화센터 공동대표, 배용성 전라남도 해상풍력산업과장, 김윤성 해상에너지산업체포럼 대표, 김재백 대상해운 기획실장. <기후변화센터>

[비즈니스포스트] 해상풍력 분야에서 중국의 공급망 장악이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한국이 세계 해상풍력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국내 시장을 육성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불확실성을 제거할 정책적 신호가 절실하다는 데 목소리가 모였다.

1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후변화센터, 소셜벤처 에너지와공간, 해상에너지산업체포럼, 한국풍력산업협회가 주최한 ‘해상풍력 활성화를 위한 산업 정책의 방향’ 세미나가 열렸다.

이번 세미나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세계적으로 에너지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해상풍력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첫 번째와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최정철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풍력PD(피디)와 최덕환 한국풍력산업협회 대외협력실장은 중국이 해상풍력 시장에서 공급망을 장악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피디는 ‘글로벌 해상풍력 공급망과 국제무역규범 현황’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현재 세계 풍력(육상·해상 포함) 공급망에서 중국의 비중이 60% 이상 되고 이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며 “거기에 더해 중국산과 비중국산의 가격 경쟁력 차이가 심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풍력에너지위원회(GWEC), 글로벌 에너지 시장조사기관 라이스타드에너지 등에 따르면 현재 중국은 세계 풍력 터빈 생산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블레이드(날개)는 60%, 제너레이터(발전기)는 65%, 기어박스(변속기)는 75%가 중국에서 생산된다.

현재 계획되고 있는 풍력 발전기 부품의 조립 공장 개수도 중국이 압도적으로 많다. 육상풍력 공장 17개, 해상풍력 공장 47개가 중국에 지어질 예정인 반면 중국을 제외하고는 육상과 해상을 모두 합쳐도 10개에 불과하다.

육상풍력 기준으로 올해 1분기 지멘스가메사의 터빈 가격은 메가와트(MW)당 13억 원인 것과 비교해 중국 터빈의 평균 가격은 메가와트당 4억 원에 불과하다. 중국의 보조금 정책을 고려하더라도 매우 큰 수치이며 해상풍력 분야에서도 비슷하다는 것이 최 피디의 설명이다.

최 실장은 ‘국내 해상풍력 공급망과 단지 개발의 현재’ 발표를 통해 “해상풍력 설치 용량 등을 보면 모든 부문에서 중국이 앞서나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중국은 유럽 중심의 탄소국경세 등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기후변화 대응 차원에서 (서구권보다) 우위를 가져가고 싶어 하는 뜻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까지 중국의 해상풍력 누적 설치용량은 31.4GW(기가와트)다. 이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90% 이상을 차지할 뿐만 아니라 유럽 전체의 누적 설치용량 30.3GW를 능가하는 것이다.

지난해 한 해 세계 해상풍력 신규 설치용량을 봐도 중국이 5.0GW로 세계 8.8GW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와 비교해 한국의 해상풍력 시장 확대는 매우 더딘 상황이다. 지난해까지 국내 해상풍력 누적 설치용량은 146.3MW에 불과하다.

참석자들은 국내 해상풍력 산업이 결국 수출로 나아가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먼저 내수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이 신속히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윤성 해상에너지산업체포럼 대표는 ‘해상풍력 발전을 위한 국가 산업정책 제안’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해상풍력 가치사슬이 매우 광범위해 우수한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음에도 뚜렷한 산업 정책 방향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국가전략기술에 해상풍력이 제외된 것을 여기에 해상풍력이 추가적으로 포함돼야 한다고 봤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국가전략기술 육성방안’을 발표하며 12개 기술을 중점적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다만 에너지 분야에서는 ‘차세대 원자력’과 ‘수소’만 포함됐을 뿐 풍력은 제외됐다.

김 대표는 “해상풍력은 공급망의 파급 효과, 성장 전망 등을 고려할 때 내수시장 확대 및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그런데 연구개발비와 시설투자비에 세액공제혜택이 적용되는 국가전력기술에 포함되지 않은 기술에는 상대적으로 투자유인책이 줄어든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장] 해상풍력 세미나, “중국이 공급망 장악해 불확실성 걷어낼 정책 절실”

▲ 1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해상풍력 활성화를 위한 산업 정책의 방향' 세미나에서 토론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는 모습. (왼쪽부터) 강화구 HD현대일렉트릭 에너지솔루션사업 담당임원, 구덕윤 한국에너지공단 풍력산업팀장, 권정민 GE리뉴어블에너지코리아 상무, 김창섭 기후변화센터 공동대표, 김재백 대상해운 기획실장, 배용성 전라남도 해상풍력산업과장, 최지원 기후변화센터 팀장. <비즈니스포스트>

토론자로 나선 강화구 HD현대일렉트릭 에너지솔루션사업 수석매니저(담당임원)은 “불확실성이 가장 큰 장애요인”이라며 “현재 가장 필요한 것은 한국 시장이 확대될 수 있다는 신호를 세계 시장에 빨리 보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수석매니저는 “또 이에 앞서 국내 생태계가 조성돼야 하기 때문에 민간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라는 용기를 낼 수 있도록 마중물인 정부가 제도의 정비, 개정 등에 속도를 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권정민 GE리뉴어블에너지코리아 상무도 “기업이 계획을 세운 뒤 수주를 따내는 등 성과를 내려면 해상풍력 프로젝트가 적기에 진행돼야 하는데 아직은 불확실성이 높아 전반적으로 (시장 확대가) 미진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김재백 대상해운 기획실장은 “중량물 운송 및 수중 유지관리(O&M) 중소기업인 자사의 경우에는 불확실한 정책이나 일정 변동 등으로 큰 타격을 입게 되기 때문에 투자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정부 차원에서 확실한 신호가 있어야 산업 생태계가 구축되고 중소기업도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덕윤 한국에너지공단 풍력산업팀장은 “정부는 과거 보급에 방점을 뒀던 해상풍력 분야에서 앞으로 산업 육성에 더 중점을 두고 (산업부와) 정책을 추진하려고 하고 있다”며 “정부가 정책적 신호를 계속 시장에 줘서 국내외 기업이 한국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토론 좌장을 맡은 김창섭 기후변화센터 공동대표는 “세계 해상풍력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빠르게 국내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서 수출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그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이 투자를 결정할 수 있는 안정적 물량 확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또 올해 안에 해상풍력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많은 관계자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