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트업 CEO의 최대 난제는 인재확보다. 11월8일 오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국내 최대 규모 스타트업 행사 '컴업 2023'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그런데 많은 스타트업 CEO들이 어떤 직원을 뽑아야 할 지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 비즈니스 모델마저 수시로 변화하는 스타트업의 특성을 감안할 때 직원을 채용할 때 어디에 중점을 두고 판단해야 할지 혼란스러운 것이다.
“저희 멤버들은 대기업 출신이었어요. 저희가 취업하던 당시엔 학력이나 전공 같은 스펙이 중요했죠. 그런데 새로 직원을 뽑으려니 이전처럼 스펙을 중시 해야 할지 유관 실무 경력과 창의성, 도전정신 같은 잠재역량을 우선시 해야 할지 혼란스럽습니다.”
스타트업에서 성과를 내는 핵심인재는 공통적으로 어떤 역량을 갖고 있을까?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것은 변화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자기주도학습’과 ‘위기대응력’이다. 초기 스타트업은 규모가 작기 때문에 개개인의 역할이 매우 크다. 한 명이 다양한 영역을 포괄해야 한다. 이슈가 발생했을 때 담당자가 오너십을 발휘하여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이 때문에 스타트업 직원들은 정보를 스스로 빠르게 습득할 수 있는 학습의욕, 문제를 조기 감지하고 현장에 기반해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해나가는 위기대응력을 필수적으로 갖춰야 한다.
또 스타트업은 대기업과 달리 정해진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아서 직원 한 명 한 명의 실수나 판단 착오가 조직 운영이나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 이를 방지하려면 직원들이 조직 안팎과 효과적인 ‘의사소통능력’과 ‘조직지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스타트업은 성장 초기단계에서는 고정적 보상이 크지 않고 미래도 불안정하다. 이 때문에 스타트업 직원들에겐 보상이 아닌 도전, 호기심, 성장을 기반으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내적동기’, 그리고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집중해 성과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몰입’이 필요하다.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이유로 종종 취약한 비즈니스모델과 자금부족이 꼽힌다. 그러나 창업 멤버나 조직원 사이의 불화가 더 큰 실패요인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조직원간 불화는 회사의 성장을 방해하고 이미지를 훼손해 결국 회사의 생존까지 위협한다.
이 때문에 CEO는 외부에서 유능한 인재를 영입해 보다 단단하고 다양하고 추진력과 실행력을 갖춘 조직을 구성해서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분담해 나가야 한다.
한편, 어느 정도 투자를 받아 성장 궤도에 오른 스타트업의 경우 기존의 관성을 버리지 못해 인재를 놓치기도 한다. 비즈니스 초창기를 벗어나 일정 수준 이상으로 도약하려면 조직을 재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인재 전략을 다시 짤 필요가 있다.
우선 경쟁력 있는 보상 패키지를 마련해야 한다. 과거에는 스타트업에서 시작하여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한 빅테크기업에서 스톡옵션을 통해 연봉의 몇 배에 해당하는 보상을 받는 사례들이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스타트업의 경우 고정급보다 스톡옵션이 선호되기도 했다.
▲ 박선정 커리어케어 전무는 스타트업이 필요한 핵심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CEO가 직접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커리어케어>
그러나 현재는 고정급을 중시하는 인재가 다수를 이룬다. 회사의 비전과 커리어 성장을 기대하면서 지원을 결정한 핵심인재가 기대에 못 미치는 고정급 제안을 받고 입사를 포기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또 과거에는 유연한 조직 문화와 수평적 의사결정을 통해 본인의 역량을 최대로 발휘하고 빠르게 성장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스타트업의 장점으로 꼽혔다. 하지만 현재는 다양한 직무 수행에 따른 스트레스와 지켜지지 않는 워라밸, CEO 리더십 이슈가 스타트업의 문제로 거론되고 있다.
이 때문에 스타트업은 채용과정에서 CEO 리더십 특성, 차별적 조직문화, 의사결정 구조, 투자 계획 등에 대해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면서 합리적으로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해졌다.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스타트업들이 핵심인재를 확보하려면 CEO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점이다. 직원 한 명의 합류가 사업을 좌우하는 만큼 인재확보를 직원들게만 맡겨둬선 안 된다. CEO가 나서서 지원자들에게 현재 회사에 어떤 인재가 필요한지를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
CEO는 또 헤드헌팅회사와 같은 전문기관을 활용해 비즈니스 방향과 조직운영 원칙, 역할과 책임에 대해 동의할 수 있는 적임자를 찾아야 한다. 필요하다면 직접 나서서 인재를 설득해야 한다. 특히 기업의 비전, 사업의 안정성, 성장 전망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직원들과 공유하면서 기대하는 역할과 권한, 책임, 보상에 대해 명확한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
짐 콜린스는 “Good to Great”에서 위대한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중요한 원칙으로 “First Who, Then What”을 제시했다. 스타트업은 특성상 적은 인원으로 빠른 성장을 추구해야 하기 때문에 구성원 한 명 한 명의 존재감과 영향력이 매우 크다. 따라서 스타트업 CEO는 성장단계에 적합한 인재를 확보해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조직을 지속적으로 빌드업해야 한다. 박선정 커리어케어 전무, 디앤서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