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키움증권이 내부통제 부실로 초래된 위기에서 벗어날 새로운 리더십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내부통제 문제로 4천억 원이 넘는 피해를 본 만큼 다음 대표 선정에 더욱 신중을 기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애초 엄주성 전략기획본부장 부사장과 박연채 홀세일총괄본부장 부사장 중 새 대표가 선임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새 대표 결정이 늦어지면서 제3자가 등장하거나 황현순 대표 체제가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도 나온다.
 
키움증권 새 대표 선임 진통, 엄주성 박연채 물망 속 황현순 유지 가능성도

▲ 16일 키움증권이 새 대표 선임을 논의하는 이사회를 열었지만 새 대표를 결정하지 못했다.


16일 키움증권은 이사회를 열고 차기 대표이사 선임 문제를 논의했지만 결정을 미뤘다. 다음 이사회 일정도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증권업계에서는 내부출신인 엄 부사장과 박 부사장 가운데 한 명이 이날 대표이사로 선임될 것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선임 과정이 길어지면서 변수가 생길 가능성도 나온다.

키움증권 이사회가 이번 위기를 극복하며 키움증권의 실적에 활력을 불어넣을 제3의 외부출신 카드를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키움증권은 앞서 벌어진 내부통제 문제로 김익래 회장이 물러나고 황현순 대표가 사의를 밝혔다.

여기서 또다시 내부출신이 대표가 된다면 무너진 고객 신뢰를 회복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인상을 시장에 심어줄 수 있다.

일각에서는 황현순 대표가 그대로 자리를 지킬 가능성도 나온다. 
 
키움증권은 이날 이사회에서 황현순 대표이사 사장의 사임 의사를 받아들이지 않고 보류하기로 핬다.

다만 이미지 쇄신과 조직의 안정성 측면을 본다면 외부출신이나 기존 체제 유지하기보다는 새로운 내부출신 인사를 새 대표로 맞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키움증권이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문제 수습을 위해서는 내부 상황을 잘 아는 내부출신 인사가 대표를 맞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새 대표 유력 후보로 꼽혔던 엄주성 부사장과 박연채 부사장은 각자의 강점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엄주성 부사장은 투자운용과 전략기획 모두를 잘 수행할 수 있는 전문가로 여겨지며 키움증권에 문제가 된 내부통제 위기를 극복할 적임자로 꼽혔다.

엄 부사장은 연세대학교에서 응용통계학과를 졸업한 뒤 KDI투자경영학 석사 과정을 마쳤다. 그 뒤 1993년 대우증권에 입사해 증권업계에 첫발을 들이며 경력을 쌓았다.

키움증권에는 2007년 자기자본투자(PI) 팀장으로 들어왔다. 투자운용본부 상무와 전무를 지나다가 2022년부터 전략기획본부장을 맡았다.

박연채 부사장은 분석과 영업 측면에서 강점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박 부사장은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시카고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받았다.

1989년 한일투자신탁에서 일했고 1994년 제임스카펠, 1995년 메릴린치, 2003년 한누리증권에서 일하다 2006년에 키움증권에 입사했다. 이후 키움증권에서 리서치센터장으로도 10년을 일했다.
 
키움증권 새 대표 선임 진통, 엄주성 박연채 물망 속 황현순 유지 가능성도

황현순 키움증권 대표. 키움증권은 황 대표가 사의를 밝히면서 리더십 공백 상황을 맞았다.


키움증권은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2718억 원, 순이익 2040억 원을 거뒀다.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 영업이익은 51.7%, 순이익은 64.4% 증가했다.

3분기 실적만 놓고 보면 키움증권이 순항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올해 2건의 커다란 내부통제 실패를 겪으며 위기를 맞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키움증권은 4월 CFD(차액결제거래) 사태와 10월 영풍제지 미수금 사태에 따라 각각 회장과 대표가 물러났고 이에 따라 리더십 공백 상황을 맞았다.

증권업계에서는 키움증권이 2건의 내부통제로 본 피해 규모가 약 4천억 원에서 5천억 원 사이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키움증권이 4월 CFD 사태를 겪고도 내부통제 문제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해 10월 영풍제지 미수금 사태를 맞이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새 대표 후보로 누구를 놓고 이사회에서 논의했는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조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