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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기후변화 대응 한목소리, 각자 사정 있어 내용은 '속 빈 강정'

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 2023-11-16 16:5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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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기후변화 대응 한목소리, 각자 사정 있어 내용은 '속 빈 강정'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 우드사이드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1년 만에 얼굴을 맞댄 미국과 중국 정상이 기후변화 대응에 한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방향성 외에는 실질적 내용을 내놓지 못했다는 데서 한계가 분명해 보인다.

15일(현지시각) 미국 백악관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 우드사이드에서 4시간 넘게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 사이의 대면 정상회담은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G20 회의를 계기로 진행된 첫 정상회담 이후 1년 만이다. 시 주석의 미국 방문도 2017년 이후 6년 만에 이뤄졌다.

양국 사이 군사 대화 재개, 마약류인 펜타닐 단속 등 일부 현안을 비롯해 기후변화 대응 협력에서 의견 접근이 이뤄진 점은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로 보인다.

특히 기후변화 대응 관련해서는 정상회담 전날 미국 국무부와 중국 생태환경부가 ‘기후위기 대응 협력 강화를 위한 서니랜드 성명’을 내놓기도 했다.

성명에는 양국 기후특사 공동으로 주재하는 ‘기후행동 강화 워킹그룹’을 가동하고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생산능력의 3배 확대를 추진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양국 정부는 성명에서 “미국과 중국 양국은 이번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를 전후로 워킹그룹을 통해 구체적 행동, 특히 실행 가능하고 실질적 협력 프로젝트를 가속화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밝혔다.

기후변화 대응에서 미국과 중국의 협력은 실질적으로도 매우 파급력이 클 수 있다.

기후변화 대응의 중요한 척도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살펴보면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 가운데 각 나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중국 33%, 미국 12.6%에 이른다. 유럽연합(EU)의 ‘지구 대기 연구를 위한 배출 데이터베이스(EDGAR)’의 2021년 자료 기준이다.

유럽연합 7.3%, 인도 7%, 러시아 5.1% 등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들이 1~2%대라는 점과 비교하면 두 나라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비중은 압도적이다.
  
다만 미국과 중국의 기후변화 협력과 관련해 구체적 내용이 마련되지 않은 점에서 이번 성명이 실질적 효과를 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중국이 석탄 등 화석연료 사용을 줄일 것인지,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을 중단할 것인지 여부 등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기 위한 구체적 노력이 명시적으로 약속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화석연료 사용 감축을 위한 구체적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는 점은 미국이 중국에 꾸준히 요구해 온 부분이기도 하다.

중국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2020년대, 앞으로 7년 안에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목표는 세우기로 미국과 합의했다. 중국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세우기로 약속한 것 자체가 처음이기는 하나 대부분 국가들이 2030년까지 ‘넷제로’를 목표로 삼고 있다는 점과 비교하면 충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미국과 중국 기후변화 대응 한목소리, 각자 사정 있어 내용은 '속 빈 강정'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이 기후변화 대응 협력에 실질적 내용을 담지 못한 데는 이번 정상회담 자체가 지닌 한계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은 ‘신냉전’이라고 불릴 정도로 오랜 기간 갈등을 이어오다 관계 개선을 추진하며 이번 정상회담을 열었다. 하지만 양국 사이 관계를 둘러싼 환경에 본질적 변화가 생겼다기 보다는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처한 정치적 상황이 정상회담 개최의 주요 동기로 작용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시 주석 역시 중국 경기 침체에 따라 지지를 많이 잃은 상황이다.

각자 국내에서 정치적 입지가 불안한 상황인 만큼 외교적으로 부정적 상황을 만들지 않겠다는 데는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의 이해가 일치했으나 막상 국가적으로는 새로운 합의를 볼 내용이 없는 상황인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을 마친 뒤 “우리는 실질적 진전(real progress)을 이뤘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만 문제, 무역 통제 문제 등 양국 사이 중요한 현안에서는 이견만을 확인했고 공동성명도 도출하지 못했으며 정상회담 뒤 열린 기자회견에 바이든 대통령이 혼자 참석하는 등 실질적 성과는 미미하다는 것이 대체적 평가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기자회견 막바지에 “시 주석을 여전히 독재자(dictator)라고 부를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글쎄, 보세요, 그는 독재자가 맞지요(well, look, he is)”라고 대답해 관계 개선 분위기에 찬 물을 끼얹었다. 이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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