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샘이 고배당을 지속하고 있다.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라고 한샘은 설명한다. 배당 규모도 회사에 부담을 주는 규모가 아니라고도 강조한다.
▲ 한샘이 고배당을 지속하면서 대주주인 사모펀드만 돕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나온다. |
하지만 흑자 규모의 수십 배에 이르는 분기 배당을 2개 분기 연속으로 한 것을 놓고 한샘의 의사결정을 비합리적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한샘의 조치가 회사의 기초체력을 다지는 데 투자하기보다 대주주인 사모펀드의 투자금 회수만 돕는 결정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16일 한샘에 따르면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고배당’ 기조를 이어간 것을 놓고 주주들 사이에서 이견이 크다.
한샘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3분기 배당으로 1주당 3천 원을 주주들에게 주기로 했다. 시가배당률은 5.2%이다.
한샘 주가와 분기 배당 규모가 현재 수준을 이어간다고 가정하면 연간 시가배당률만 20%가 넘는다. 통상 ‘황제배당주’라고 꼽히는 종목의 연간 시가배당률이 7~10%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한샘의 배당은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2년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보통주 평균 시가배당률은 2.70%였다. 최근 5개년 동안 시가배당률이 가장 높았던 때도 2018년 3.18% 수준이었다.
한샘의 3분기 배당을 반기는 주주들은 당장 통장에 들어오는 배당이 늘어난다는 점에서 한샘의 결정을 비판할 일이 없다고 말한다. 주식회사가 돈을 벌면 주주들에게 배당을 통해 이익을 공유하는 것이 당연한 만큼 한샘이 합리적 결정을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샘의 결정을 비합리적이라고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한샘이 3분기 배당으로 지급해야 하는 총액은 모두 498억 원이다. 3분기 영업이익이 49억 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익의 10배를 배당으로 쓰는 셈이다.
2분기 배당도 마찬가지였다. 2분기 배당금은 모두 249억 원이었는데 당시 한샘의 영업이익은 12억 원에 불과했다.
물론 배당은 영업이익과 무관하게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익을 많이 못 냈다고 해서 배당을 적게 하라는 법은 없다. 적자를 내도 배당하는 기업이 드물지 않게 존재한다.
한샘이 고배당과 관련해 하는 합리적 결정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도 바로 이 지점에 있다.
한샘 관계자는 “수익성 개선에 따른 현금창출 능력 향상과 비효율 자산 매각 등을 기반으로 보유 현금을 쌓아가고 있다”며 “유보금(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022년 말 43억 원에서 9월 말 972억 원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샘의 주장에도 빈틈은 있다.
통상 자본시장에서는 배당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지를 따질 때 순이익과 비교한다. 이를 배당성향이라고 한다. 순이익을 낼 때 배당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한샘은 3분기에 연결기준으로 순손실 131억 원을 봤다. 지난해 3분기보다 순손실 규모가 61.9% 확대했다. 한샘의 1~3분기 누적 순손실은 281억 원으로 이 추세대로라면 한샘은 올해 2년 연속으로 순손실을 낼 가능성이 높다.
한샘 결정에 비우호적인 투자자들은 “순이익이 잘 나올 때 통 큰 배당을 하면 반갑지만 분기 순손실만 몇백억 원씩 나는 회사가 배당을 이렇게 하면 재무만 안 좋아진다”는 의견을 내는 데도 이유가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한샘이 대주주인 사모펀드 IMM프라이빗에쿼티(IMMPE)의 투자금 회수를 위해 무리한 배당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보낸다.
IMMPE는 2021년 말 롯데쇼핑을 전략적투자자로 끌어와 한샘을 인수했다. 현재 IMMPE는 하임유한회사, 하임1호유한회사, 하임2호유한회사 등을 통해 한샘의 지분 35.44%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IMMPE는 한샘을 인수한 뒤에도 지분 공개매수 등으로 모두 1조5500억 원가량의 자금을 투입한 것으로 파악되는데 이를 회수하기 위해서라도 한샘의 고배당이 필요할 수 있다.
IMMPE는 이미 직접 한샘의 고배당을 이끌어내기 위한 의사결정 구조도 마련했다.
한샘은 7월 IMM오퍼레이션즈 본부장을 맡고 있던 김유진 대표를 새 대표집행임원으로 선임했다. IMMPE가 외부 출신 인사가 아닌 내부 출신 인사로 직접 한샘을 이끌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는데 이런 인사를 통해 배당을 높게 가져가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한샘이 2분기와 3분기에 분기 배당을 지속함에 따라 IMMPE 측이 받게 되는 배당은 모두 265억 원 규모인 것으로 파악된다. 인수 자금과 비교했을 때 크게 부족하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한샘이 고배당을 지속할 가능성도 커 보인다.
한샘 관계자는 “배당가능이익 한도 안에서 배당을 추진하고 있어 배당 확대가 문제될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시각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적정 선 안에서 배당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IMMPE 관계자도 “주주환원을 위해 적극적으로 배당을 하고 있다는 입장 이외에 할 말은 없다”며 말을 아꼈다.
한샘의 미래를 바라보는 증권가 시각은 우호적이지 않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한샘 분석리포트를 통해 투자의견을 중립(HOLD)으로 유지하면서 “평년과 비교해 주택 거래량이 저조해 한샘의 뚜렷한 이익 개선은 어렵다”고 내다봤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