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만 따로 살펴보면 실적 위축이 더 크게 느껴진다. 메리츠증권은 2023년 3분기 영업이익 1617억 원, 순이익 1177억 원을 냈다. 2022년 3분기와 비교해 영업이익은 34.7%, 순이익은 45.9% 급락했다.
실적이 위축되며 2022년 말 15.3%를 보이던 메리츠증권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현재 10.9%로 하락했다.
자기자본이익률은 기업이 주주의 지분을 활용해 1년 동안 얼마를 벌었는지를 나타내는 수익성 지표다. 경영효율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메리츠증권의 경영효율성이 4.4%포인트 더 나빠진 셈이다.
메리츠증권은 3분기 실적을 두고 “국내 부동산 시장 침체의 장기화와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영향으로 기업금융 수수료 및 자산 운용수익 등이 다수 감소했다”며 “금융회사 건전성 악화가 우려되는 만큼 보수적 리스크관리를 통해 안정적 수익 포트폴리오 구축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메리츠증권은 앞서 2분기까지는 나름 실적 방어에 성공하고 있었다. 메리츠증권은 2분기 영업이익 2035억 원, 순이익 1615억 원을 냈다. 2022년 2분기와 비교해 영업이익은 2.3%, 순이익은 1.9% 증가했다.
한 분기 만에 순이익 증가세가 큰 폭의 감소세로 돌아섰다.
2분기 실적발표에서 메리츠증권은 하반기 리스크관리를 통해 안정적 수익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당시 리스크관리는 국내 증권업계에 불어닥친 거시경제 불확실성을 버티기 위한 카드가 될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증권업계에서는 메리츠증권이 3분기 실적 위축을 두고 리스크관리가 주효하지 못했던 것으로 바라본다.
최 부회장은 “기업금융 부문에서 부동산 시장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며 “이에 대응해 비부동산 관련 기업금융에 조금 더 집중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문제는 메리츠증권이 기업금융 부문에서도 내부통제 실패 위기를 겪고 있다는 점이다.
메리츠증권은 최근 임직원들이 내부정보를 투자에 활용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사모 전환사채(CB)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얻은 직무상 정보를 이용해 가족 명의로 사들여 사익을 챙긴 혐의다. 사모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에게 편익을 제공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을 두고 금융감독원은 “확인한 사항에 관해 자본시장법 등 법규 위반소지를 검토하고 위법사항에 관해 엄정하게 제재할 계획이다”며 “메리츠증권에 관한 추가 검사를 통해 자본시장 신뢰회복 및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메리츠증권이 기업금융 과정에서 다른 사익추구 개연성이 존재해 추가 검사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위축된 메리츠증권의 기업금융에서 다른 내부통제 실패 사례가 등장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메리츠증권의 이화전기 지분 전량 매도 사건도 아직 진행되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앞서 5월 김영준 이화그룹 회장이 구속되기 직전에 이화전기 지분 32.22% 전량을 매도했다. 약 90억 원의 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에서는 메리츠증권이 이화그룹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내부정보를 미리 알고 지분을 매각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최 부회장은 10월18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본원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화전기의 거래 정지 사실을 미리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지만 이복현 금감원장은 “절차에 따라 필요한 것을 조치한 부분이 있다”며 향후 조사할 정황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 부회장은 앞서 2022년 4연임에 성공하며 2005년 3월 정기주주총회까지로 임기를 두게 됐다. 국내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가장 긴 임기를 보내고 있다.
다만 최근 국내 증권업계에서 실적 위축과 내부통제 문제로 증권사 최고경영자를 교체하는 일이 많았다.
미래에셋증권은 앞서 10월23일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대표이사 회장과 이만열 미래에셋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물러났다.
황현순 키움증권 대표이사 사장도 9일 사임했다. 약 4천억 원에 달하는 영풍제지 미수금 사태에 관한 책임을 진 것으로 알려졌다.
최 부회장이 1년 가까운 임기가 남았지만 메리츠증권을 이끌기 위한 실적 개선과 내부통제 강화 노력에 더 적극적이어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조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