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한국롯데에 대한 일본 주주 지배력 확대 어떻게 푸나  
▲ (왼쪽부터)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에 대해 법원이 ‘한정후견’ 판단을 내리면서 신동빈 회장이 ‘원리더’로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된 반면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입지가 더욱 좁아지게 됐다.

그러나 호텔롯데 상장이 지연되고 검찰수사로 신 회장이 궁지에 몰릴 경우 한국 롯데그룹에 대한 일본 주주의 지배력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일 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의 이번 판결로 신 전 부회장이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광윤사의 대표 및 최대주주 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광윤사는 신 총괄회장의 위임장을 근거로 2015년 10월 주총을 열어 신 총괄회장의 지분 1주를 신 전 부회장에게 넘겨주는 거래를 승인했다.  또 신 회장을 등기이사에서 해임하고 신 총괄회장을 대신해 신 전 부회장이 광윤사 대표로 선임됐다. 이로써 신 전 부회장은 광윤사의 지분 '50%+1주' 를 보유한 최대주주에 올랐다.

신 회장은 1월 일본 법원에 “신 총괄회장의 판단력에 문제가 있는 만큼 주총의 근거가 된 위임장은 무효”라며 광윤사 주총 및 이사회 결의사항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만약 일본 법원이 한국 법원의 한정후견 개시 결정을 참조해 신 회장의 손을 들어준다면 신 전 부회장은 광윤사 대표와 과반 최대주주 지위를 모두 잃게 된다. 

이렇게 되면 롯데그룹에 대한 영향력을 전혀 행사할 수 없게 된다는 얘기다. 결과적으로 지난해부터 1년 넘게 이어진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은 신 회장의 승리로 막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신 전 부회장은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줄곧 ‘아버지의 뜻’을 내세웠는데 이번 법원의 판결로 그의 발언도 힘을 잃을 수밖에 없게 됐다.

롯데그룹은 법원의 판결 직후 입장자료를 통해 “정상적인 의사결정을 하기 어려운 신 총괄회장의 건강상태가 그릇되게 이용된 부분들은 순차적으로 바로 잡아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신 회장이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고 하지만 안심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검찰 수사가 장기화하면서 신 회장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호텔롯데 상장이 사실상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호텔롯데 상장은 지주사 전환과 호텔롯데에 대한 신 회장의 지배력 확보, 핵심 계열사 지배로 이어지는 ‘원롯데-원리더’ 확립의 첫 단추로 꼽힌다.

호텔롯데 상장이 무산된 것은 일본 주주들의 지배를 받는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를 바꿀 수 있는 계기가 사라졌다는 의미도 있다.

호텔롯데는 롯데쇼핑(지분율 8.83%), 롯데알미늄(12.99%), 롯데리아(18.77%) 등의 주요 주주인데 사실상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호텔롯데의 최대주주는 12개 L투자회사들(지분율 72.65%)이고 여기에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19.07%)까지 더하면 사실상 일본 롯데 계열사들이 호텔롯데 지분의 99%를 보유하고 있다.

호텔롯데의 상장으로 일본 주주들의 지분율이 떨어지면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율이 1%대로 미미한 신 회장 개인의 경영권 안정 측면에서도 도움이 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신 회장이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기대한 가장 큰 효과는 수조 원의 공모자금이 아니라 일본 국적 논란 해소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2015년 9월 국감에서 “중장기적으로 일본 주주 비중을 50% 아래로 낮추고 일반 주주의 비중을 절반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말했다.

안상희 대신경제연구소 지배구조연구실 연구위원은 “롯데그룹은 일본 기업화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보기 어렵다”며 “지배구조에 대한 부분을 더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 연구위원은 “(신 회장 입장에서) 호텔롯데 상장 등 지배구조 개선을 미루지 않고 추진해야 한다”며 “이 부분이 이뤄지지 않으면 경영권 분쟁도 더 미궁에 빠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