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스텔란티스, 미국 배터리공장 '1조' 보조금 포기하고 인디애나 선택

▲ 삼성SDI와 스텔란티스가 미국 미시간주 당국에서 제시한 대규모 보조금을 포기하고 인디애나주에 제2공장 건설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회사의 인디애나 코코모 전기차 배터리공장 건설현장. <스타플러스에너지>

[비즈니스포스트] 삼성SDI와 스텔란티스가 미국에 두 번째 배터리 합작공장 부지를 확정하는 과정에서 미시간주가 제시한 10억 달러(약 1조3천억 원) 상당의 보조금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제1 배터리공장 건설이 진행되고 있는 인디애나주에 추가 투자를 벌이는 일이 효율적이고 규제 측면에서도 유리한 점이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14일 지역언론 크레인스디트로이트 보도에 따르면 미시간주는 삼성SDI와 스텔란티스의 전기차 배터리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10억 달러 이상의 지원을 약속했다.

미시간주는 삼성SDI와 스텔란티스가 인디애나주 코코모에 25억 달러(약 3조3천억 원)를 투자하는 첫 배터리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한 뒤 대규모 지원 프로그램을 구축했다.

인디애나주와 같이 대형 배터리 생산공장을 유치해 지역 경제 활성화와 세수 확보에 기여하도록 하겠다는 목적을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시간주는 모두 4곳의 공장 후보지를 준비하고 추가로 1조 원 가까운 세제헤택도 제공하기로 하며 적극적으로 삼성SDI와 스텔란티스에 ‘러브콜’을 보냈다.

그러나 두 회사가 최근 인디애나에 32억 달러(약 4조2천억 원)를 들여 제2 배터리공장 건설을 공식 발표하면서 미시간주의 노력은 결국 외면받고 말았다.

크레인스디트로이트는 인디애나주가 제시한 보조금 규모가 1억7500만 달러(약 2300억 원)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미시간주와 비교해 약 1조 원이 적은 보조금을 제시했는데도 삼성SDI와 스텔란티스의 제2 베터리공장 건설 지역으로 선택을 받은 셈이다.

스텔란티스 관계자는 크레인스디트로이트를 통해 “미시간주 역시 배터리 합작공장 건설 후보로 검토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자세한 배경은 밝히지 않았다.

크레인스디트로이트는 인디애나주가 삼성SDI를 비롯한 한국 배터리업체를 상대로 적극적인 영업을 벌인 성과가 제2 배터리공장 유치 성과로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인디애나주 경제개발 당국이 서울에 사무소를 열고 한국 배터리 제조사들과 관계를 강화하고 적극적으로 투자를 설득하면서 이러한 결실을 거둘 수 있었다는 것이다.

스텔란티스와 삼성SDI가 이미 인디애나주에 제1 공장을 건설하고 있었다는 점도 투자를 유치하기 유리했던 배경으로 분석된다.

같은 지역에서 공장을 운영하면 인프라 확보 등 측면에서 효율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크레인스디트로이트는 인디애나주가 여러 규제 측면에서 미시간주와 비교해 덜 엄격한 기준을 두고 있다는 점도 배터리공장 투자 유치에 기여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미시간주는 LG에너지솔루션과 토요타가 30억 달러(약 4조 원)를 투자해 합작 배터리공장을 건설하고 있는 지역이다. 이외에 여러 건의 공장 유치에 성과를 냈다.

LG에너지솔루션이 미시간 배터리공장에 생산 증설을 위해 추가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크레인스디트로이트는 미시간주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공장 확보 노력이 현재 다소 한계를 맞고 있다고 보도했다.

포드와 중국 CATL이 협력해 미시간에 배터리공장 건설 계획을 추진하고 있었지만 포드가 미국 정치권의 여론을 의식해 투자 절차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배터리업체 고션하이테크 역시 미시간에 24억 달러(약 3조2천억 원) 규모 전기차 배터리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와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그러나 막대한 보조금을 앞세워 전기차 배터리공장 유치에 강한 의지를 보이는 미시간주 당국의 의지를 고려한다면 대규모 투자 유치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한국 배터리업체가 미국에 추가 공장 투자를 추진한다면 미시간주 역시 유력한 후보지로 다시 거론될 공산이 크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