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독일 반도체공장에 보쉬 인피니언 NXP 투자 확정, 고객사 기반 '탄탄'

▲ TSMC 독일 공장에 대형 자동차용 반도체기업의 투자 참여가 확정되며 건설 작업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TSMC 대만 본사 내부 사진. < TSMC >

[비즈니스포스트] 대만 TSMC가 독일 드레스덴에 신설하는 반도체 파운드리공장에 보쉬와 인피니언, NXP 등 주요 자동차용 반도체기업의 투자 참여가 확정됐다.

TSMC는 각국 정부 지원에 힘입어 대만에 편중되어 있던 반도체 생산거점을 유럽과 미국, 일본 등으로 빠르게 넓히며 투자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8일 로이터에 따르면 독일 반독점 규제당국인 연방 카르텔청은 차량용 반도체 전문기업인 보쉬와 인피니언, NXP의 ESMC 지분 투자를 승인했다.

ESMC는 TSMC가 독일 반도체공장 투자를 위해 설립한 법인이다. 보쉬와 인피니언, NXP는 각각 ESMC 지분 10%를 확보하게 되며 나머지 70%의 지분은 TSMC가 보유한다.

TSMC의 독일 반도체 파운드리 생산공장이 자동차용 반도체 주요 기업과 합작공장 형태로 운영되는 방안이 확정된 것이다.

드레스덴에 신설되는 TSMC의 유럽 첫 반도체공장에는 100억 유로(약 14조 원)의 투자가 예정되어 있다.

유럽연합(EU)과 독일 정부가 해당 공장에 대규모 보조금 지원을 약속한 데 이어 자동차용 반도체기업들이 투자 비용을 일부 책임지게 되며 TSMC가 자금 부담을 덜게 된 셈이다.

독일 정부는 전체 투자 비용의 절반에 해당하는 50억 유로(약 7조 원)를 지원금으로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TSMC는 지난해부터 유럽에 반도체공장 설립 계획을 검토해 왔지만 투자 대비 성과가 불확실하다는 점을 들어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미국에는 일찌감치 첨단 파운드리 공장 건설을 확정지었지만 유럽은 미국과 비교해 고객사 기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자동차용 반도체시장에서 상위 기업에 해당하는 보쉬와 인피니언, NXP의 투자 참여는 TSMC가 이러한 고민을 덜어내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유럽에서 안정적인 고객사 기반을 갖춰낸다면 꾸준한 수주 물량을 확보할 수 있어 가동률과 수익성 하락 등 리스크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보쉬와 인피니언, NXP는 8월에 TSMC 독일 반도체공장 지분 투자 결정을 발표하며 빠르게 성장하는 자동차용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TSMC는 당초 독일 공장에서 28나노급 구형(레거시) 공정을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두고 있었지만 고객사 수요에 맞춰 12나노 및 16나노 미세공정도 도입하기로 했다.

드레스덴은 이미 인피니온 등 기업의 생산공장이 위치한 반도체 생산 중심지로 꼽힌다. 따라서 TSMC도 공장 운영에 필요한 인프라 등을 확보하기에 유리하다.

TSMC는 반도체 생산 거점을 전 세계로 확대해 지정학적 리스크를 낮춰고 고객사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전략에 점차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TSMC는 일본 구마모토에 3조 엔(약 26조 원) 가까운 금액을 들여 두 곳의 파운드리 생산공장을 신설하고 있다.
 
TSMC 독일 반도체공장에 보쉬 인피니언 NXP 투자 확정, 고객사 기반 '탄탄'

▲ TSMC 반도체 연구개발센터 건설현장 참고용 사진. <연합뉴스>

구마모토 공장 역시 소니와 혼다, 덴소 등이 참여하는 합작공장 형태로 투자가 이뤄지며 이들이 주요 고객사로 자리잡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정부는 독일과 마찬가지로 전체 투자 금액의 절반 정도를 보조금으로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TSMC가 모두 400억 달러(약 52조 원)의 투자를 추진하고 있는 미국 애리조나 반도체공장도 2025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건설과 장비 반입 작업이 꾸준히 진전되고 있다.

최대 고객사인 애플이 이미 TSMC 미국 공장에 반도체 위탁생산을 맡기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상태다.

미국 투자 비용 가운데 일부분도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 지원법 시행에 따른 보조금을 통해 충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TSMC는 현재 대만에 대부분의 파운드리 공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중국의 침공 등 지정학적 리스크를 고려해 해외 투자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 모든 국가에서 안정적인 고객사 기반을 확보하고 정부 지원을 약속받은 만큼 이러한 전략은 파운드리 사업을 확장하는 데 긍정적으로 기여하게 될 공산이 크다.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에 새로 진출한 인텔도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으로 반도체 생산 거점을 다변화했다는 장점을 앞세우며 세계 여러 지역에 시설 투자를 늘리고 있다.

한국과 미국 이외에는 아직 파운드리 투자 계획을 내놓지 않은 삼성전자가 자칫하면 이러한 시장 흐름에 뒤처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TSMC가 단기간에 다수의 공장을 설립한 만큼 반도체 생산라인 운영에 필요한 전문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거나 반도체 공급 과잉을 주도할 수 있다는 전망도 고개를 든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