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생명과 재산만 위협? 군사활동은 숨겨진 온실가스 배출구

▲ 5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가자지구 북부에서 연기가 솟아오르는 모습. 전쟁에 따른 군사활동은 화석연료 및 탄약 사용, 화재, 피난민 이동, 인프라 파괴 및 재건 등 다양한 측면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늘어나게 한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서도 전쟁이 발생하는 등 세계적으로 무력 충돌이 잇따르고 있다.

연이은 전쟁에 따라 세계적으로 ‘숨겨진 온실가스 배출구’로 여겨지는 군사 활동이 크게 늘면서 탄소배출량 증가와 관련해 우려 섞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6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에 유도폭탄 장비의 판매를 승인했다. 규모는 금액 기준으로 4천억 달러에 이른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같은 날 미국 언론 ABC와 인터뷰를 통해 “이스라엘은 전쟁이 끝난 뒤 무기한으로 가자지구의 전반적 안보를 책임질 것”이라면서 “전술적 측면에서의 일시적 교전 중단은 있을 수 있으나 일반적 휴전을 없을 것 같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의 태도와 이를 지원하는 미국의 움직임을 고려하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은 당분간 진정될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 전쟁 역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5일(현지시각) 미국 언론 NBC와 인터뷰에서 러시아를 테러리스트라 지칭하면서 “우리는 테러리스트와 어떤 대화도 하고 싶지 않다”, “미국은 내가 테러리스트와 대화할 준비가 안 됐다는 것을 안다” 등 강경 발언을 내놓았다.

연이은 전쟁 발발과 주변국으로의 군사 긴장 확대 등 영향으로 세계적으로 군사 활동이 크게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군사 활동의 부정적 영향은 전쟁 지역 일대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과 재산에 직접적 위협을 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탱크, 전투기 등이 막대한 양의 화석연료를 소모할 뿐 아니라 탄약 등 화약 무기 사용 역시 온실가스를 배출하면서 기후변화를 강화해 전 지구적으로 해악을 미치는 데까지 이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기후변화가 세계적 아젠다가 된 이후 처음 발생한 전쟁이자 역사상 처음으로 탄소배출량 실측이 가능한 전쟁으로 평가된다.

올해 6월 유럽기후재단의 후원을 통해 제작된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기후피해’ 보고서를 보면 전쟁 발발 이후 1년 동안 직접적 전쟁 행위로 배출된 온실가스의 양은 러시아군의 연료 소비 1410만 톤, 우크라이나군의 연료 소비 470만 톤, 탄약 사용으로 200만 톤 등 2천만 톤을 웃돈다.

화재 발생, 피난민 이동 등에 따른 화석연료 사용, 인프라 파괴와 재건 등 간접적 영향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까지 고려하면 전쟁 1년 동안 모두 1억2천만 톤의 온실가스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싱가포르, 스위스, 시리아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을 합친 것과 맞먹는 수치다.

군사 활동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은 막대한 규모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파악이 어렵다는 점이 주요 문제로 지적된다.

영국의 시민단체 ‘분쟁과 환경 관측소(Conflict and Environment Observatory)’가 2022년 11월에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전 세계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가운데 군대가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비중은 5.5%에 이른다.

전 세계 군대를 하나의 나라로 보고 온실가스 배출 순위를 매겨보면 중국, 미국, 인도에 이어 4번째로 온실가스 배출 비중이 높은 것이며 5위를 차지한 러시아보다 많은 것이다. 

하지만 막대한 온실가스 배출에도 불구하고 군대, 군사활동 관련된 활동은 각국 정부가 보안 사안으로 취급한다는 특성상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교토의정서, 파리기후협약 등 기후 관련 주요 국제규약에서는 모두 탄소배출량 보고와 관련해 군사 활동을 예외로 두고 있다.

현재까지 나온 군사활동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 연구에는 늘 연구에 쓰인 수치에 최대한 보수적으로 추정됐다는 전제가 달려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군사활동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은 알려진 것보다 심각할 가능성이 크다.

영국의 싱크탱크인 ‘커먼웰스’와 미국의 싱크탱크 ‘기후 및 커뮤니티 프로젝트’가 6일(현지시각)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미국과 영국 두 나라 군대가 2015년 파리기후협약 이후에 배출한 온실가스만 최소 4억3천만 톤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영국 전체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 수준이다.

보고서의 저자인 켐 로갈리 커먼웰스 연구원은 제시된 온실가스 배출 규모를 놓고 “영국이 공개하지 않은 2017, 2018년의 데이터와 미국이 아직 발표하지 않은 2022년 데이터가 누락되는 등 불투명하고 불완전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것”이라며 “추정치는 정말 최소한의 규모”라고 설명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