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가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차기작 쓰론앤리버티(TL)에서 수익성보다는 이미지 회복에 힘을 싣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엔씨소프트 기대작인 TL이 기존 엔씨소프트 사업모델이었던 확률형아이템을 적용하지 않기로 하면서 게임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엔씨소프트 차기작 TL에 사행성 배제, 김택진 수익성 대신 이미지 회복부터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가 새로 내놓을 게임에서는 수익성보다 이미지 회복에 힘을 싣고 있다.


3일 엔씨소프트에 따르면 12월7일 TL의 국내 출시를 위해 막바지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TL은 MMORPG PC-콘솔게임으로 엔씨소프트의 최대 기대작이다. 공식 개발 기간은 6년이지만 개발 시작점이 됐던 ‘리니지 이터널’ 프로젝트 기간까지 더하면 10년 이상이 소요됐다. 게임 개발에 투입된 연구개발(R&D) 등을 고려하면 1000억 원의 개발비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엔씨소프트가 2일 TL 출시날짜를 발표하면서 TL 국내 출시버전의 정보를 담은 쇼케이스를 함께 진행했는데 여기서 공개된 TL의 사업모델이 게임이용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이날 발표한 핵심내용은 사업모델에서 확률형아이템 대신 구독 형식의 '배틀패스'와 '스킨(외형) 아이템'을 중심에 뒀다는 점이다.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 회사가 정한 확률에 따라 게임 이용자가 투입한 가치보다 더 높거나 낮은 가치의 게임 아이템이 나올 수 있다. 확률형 아이템은 원하는 게임 아이템이 나올 때까지 반복해서 구매하기 쉽고,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문제점을 지목돼 왔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의 경우 게임 내 핵심 아이템 대부분을 확률형 아이템으로 판매했다.

엔씨소프트가 신작 TL에서 확률형 아이템을 적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발표에 국내외 게이머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TL 공식채널에 올라온 댓글들을 보면 국내 이용자들은 '보나마나 다시 말을 바꿀 것이다’라거나 ‘엔씨소프트가 하는 말은 믿기 힘들다'는 반응을 내놨는데 해외이용자들은 '이게 내가 기대했던 아이온이다. 출시 날짜가 몹시 기대된다'고 적었다. 한 해외 이용자는 '수 년만에 양질의 MMORPG 대작이 나오는 것 같아 기쁘다'고 적기도 했다.

실제로 TL은 비행, 그래플링액션, 공성골렘 등 과거 엔씨소프트의 PC게임 흥행작 리니지2와 아이온의 재미 요소들을 포함시켜 출시 이후 흥행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리니지2(2004년 출시)와 아이온(2008년 출시)은 월 2만~3만 원 상당의 유료 월정액 요금제를 채택했음에도 인기를 끈바 있다. 특히 아이온은 해외에서까지 흥행하면서 한때 미국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와 경쟁하기도 했다.
 
엔씨소프트 차기작 TL에 사행성 배제, 김택진 수익성 대신 이미지 회복부터

▲ 2일 'TL 론칭 쇼케이스'에 출연한 안종옥 엔씨소프트 PD가 TL의 사업모델을 설명하고 있다.


TL이 확률형아이템 수익을 포기한 데에는 엔씨소프트의 이미지 회복을 노리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의도가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3월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식회사이다보니 수익 극대화에 대한 압박이 있다. 주주들의 바라는 마음과 게임을 더 발전시키는 마음 사이에서 밸런스를 잡기 위해 노력 중이다”면서도 “당장 돈이 안되더라도 큰 시장으로 가기 위해 브랜드를 쌓고 잠재력 쌓는데 과감히 투자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단기 수익성보다는 게임기업으로서 엔씨소프트의 이미지를 재구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사실 게임기업으로서 엔씨소프트의 이미지는 바닥까지 추락한 상태다. 무분별한 확률형아이템 적용과 '유저 기만' 논란은 엔씨소프트의 신작 게임에 대한 기대치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2021년에는 IP 다변화를 위해 내놓은 트릭스터M, 블레이드앤소울2 등이 모두 실패하는 사태를 겪기도 했다.

게다가 국내 게임시장에서 리니지M을 모방한 게임들이 범람하고 있고 '원신', '붕괴' 등 중국 모바일게임의 한국시장 침투가 본격화하면서 더 이상 리니지 IP에 의존하기도 어려워졌다.

이에 엔씨소프트는 PC와 콘솔게임시장으로 게임라인업을 확장하려고 하고 있으며 특히 리니지가 아닌 신규 IP 기반의 프로젝트들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게임기업으로서 이미지를 회복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나온 작품이 바로 TL이다.

다만 확률형아이템을 포기한 TL의 경우 실적 개선 효과가 전처럼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가 존재한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매출과 이익 부문에서 고전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2023년 상반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9190억 원, 영업이익은 1169억 원을 냈다. 2022년 상반기보다 매출은 35%, 영업이익은 68% 줄어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용자의 아이템 결제 비율이 높은 확률형아이템 시스템을 신작게임에 도입하지 않으면 리니지M과 같은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지 쉽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쇼케이스 전인 10월 최승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TL은 사업모델의 강도를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춘 것으로 보여 과거 리니지 모바일처럼 분기 3천억 원을 상회하는 매출을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다"라면서도 "그러나 유저 자체만 확보해도 절반의 성공이다. 많은 유저만 모아도 주가는 실적과 무관하게 긍정적인 흐름으로 반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김택진 대표는 TL을 통해 수익성보다 기업 이미지 변신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실제 이 게임 개발에 김 대표가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지난해 12월 27일 열린 ‘TL 디렉터스 프리뷰’에서 “TL은 국가와 세대를 초월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MMORPG를 지향한다"며 "모바일에서는 느낄 수 없는 MMORPG만의 가치와 감성을 PC와 콘솔에서 구현하겠다”고 말했다.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