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셧다운 위기에 반도체 지원법도 불안, 삼성전자 파운드리 투자 '먹구름'

▲ 미국 정부의 '셧다운' 가능성에 반도체 지원법에 불똥이 튈 수도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정부의 예산 소진으로 업무가 중단되는 ‘셧다운’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다시금 떠오르면서 반도체 지원법도 영향권에 놓일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삼성전자와 TSMC 등 미국에 반도체공장을 건설하는 기업들에 제공하는 정부 지원금 규모가 축소되거나 시기가 예상보다 늦어지며 투자 부담을 키울 가능성도 높아졌다.

3일 미국 의회전문지 더힐에 따르면 미국 정부 셧다운 가능성이 반도체 지원법 시행에도 불가피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서명해 효력이 발휘된 반도체 지원법은 미국 내 반도체 연구개발센터 또는 생산공장을 짓는 기업에 총 520억 달러(약 69조 원)을 제공하는 법안이다.

추가로 받게 될 세제혜택까지 고려하면 상당한 규모의 지원이 이뤄지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정부의 예산 부족이 현재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실제로 반도체기업들이 지원금을 받는 시기와 금액을 예측하는 일이 더욱 어려워졌다.

미국 상무부의 한 관계자는 더힐을 통해 “반도체 지원 프로그램은 정부 셧다운 기간에도 계속 진행되겠지만 상당한 영향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상무부가 당초 계획한 일정대로 지원금 심사와 지급에 속도를 내기는 쉽지 않다는 의미다.

현재 상무부는 반도체 지원금을 원하는 기업들로부터 신청서를 받아 지원 대상과 금액을 평가하고 결정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TSMC, 인텔과 마이크론, 글로벌파운드리 등 수많은 기업이 미국 정부 지원을 노려 대규모 투자 계획을 제시하고 실행에 옮겼다.

그러나 정부 예산 부족 사태가 단기간에 해결되기 쉽지 않은 문제인 만큼 반도체 지원법과 관련한 예산이 확보되는 일도 자연히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놓였다.

미국 의회는 9월30일 정부의 셧다운을 막기 위해 임시예산안을 통과시켰는데 이는 11월17일 마감된다. 이 전에 연간 예산안 또는 임시예산안이 통과될 지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임시예산안 통과를 두고 여당인 민주당과 야당인 공화당 사이 계속해 마찰이 빚어지면서 이전부터 예산안 통과와 관련해 진통이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더구나 공화당은 바이든 정부의 예산 삭감을 이전보다 더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만큼 셧다운 사태가 일어나지 않더라도 예산 부족 문제가 장기간 자리잡게 될 가능성이 크다.

반도체 지원법도 지난해 의회에서 통과되기까지 상당한 논란을 겪었다. 공화당 의원 다수는 물론 일부 민주당 의원들도 대규모 예산 집행 효과에 회의적 시각을 보였기 때문이다.

바이든 정부는 미국이 반도체 경쟁력을 되찾고 중국과 기술 패권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미국 내 반도체공장 유치가 필수적이라는 주장을 적극적으로 앞세우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벌어진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도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 지원법 시행에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공급 과잉 사태가 벌어진 지금 이러한 명분은 다소 낮아진 상태다.
 
미국 셧다운 위기에 반도체 지원법도 불안, 삼성전자 파운드리 투자 '먹구름'

▲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위치한 삼성전자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 <삼성전자>

미국 정부의 반도체 지원금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이미 공장 건설에 많은 비용을 들이고 있는 반도체기업들도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현재 텍사스주 테일러에 170억 달러(약 22조6천억 원)를 들여 첨단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을 신설하고 있다. 2024년 말 가동이 계획되어 있다.

TSMC는 미국 애리조나에 400억 달러(약 53조2천억 원)의 투자 게획을 제시했고 인텔과 마이크론이 내놓은 투자 목표는 각각 1천억 달러(약 133조 원)를 넘는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경쟁사에 맞서 최대한 많은 정부 지원금을 받아 미국 반도체공장 건설과 운영에 필요한 비용 부담을 다소 완화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었다.

그러나 정부 예산 부족이라는 변수가 등장하면서 투자 계획에도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TSMC는 최근 미국 공장에 시설 투자를 늦추고 가동 시기도 반 년 가까이 미루겠다고 발표하며 투자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내 인력 부족 등 다양한 원인이 거론되고 있지만 미국 정부 지원금과 관련한 불확실성도 이러한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유력하게 나온다.

삼성전자는 주요 경쟁사보다 먼저 미국에 새 반도체공장 가동을 계획하고 있는 만큼 현지 고객사 확보 및 인프라와 협력사 기반 구축에 유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

그러나 정부 지원 규모가 축소되거나 시기가 늦어진다면 단기적으로 자금 부담을 피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더힐은 “미국 정부는 한정된 예산으로 우선순위를 따져야만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며 “지원금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찾는 데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