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YMTC 자금 지원 '밑빠진 독' 그치나, 미국 반도체 규제로 부담 커져

▲ 중국 YMTC가 미국의 반도체장비 수출규제 영향으로 생산 투자를 늘리기 쉽지 않은 상황에 놓이고 있다. YMTC의 3D낸드 메모리반도체 홍보용 이미지. < YMTC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메모리반도체 전문기업 YMTC가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경쟁사의 점유율을 빼앗겠다는 목표를 이뤄내는 일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미국 정부가 YMTC를 상대로 수출규제를 시행한 뒤 반도체 생산 증설에 필요한 장비를 사들이기 어려워졌고 자금 확보에 부담도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3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YMTC가 지난 1년 동안 70억 달러(약 9조3500억 원)에 이르는 자본을 미국 수출규제 대응에 사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YMTC가 미국산 반도체장비를 사들일 수 없도록 하는 규제를 도입했다.

당시 애플이 아이폰 일부 제품에 YMTC 낸드플래시 탑재를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국 정치권을 중심으로 이를 견제해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받은 데 따른 것이다.

중국 정부는 자국 반도체기업을 위해 조성한 ‘빅 펀드’를 통해 YMTC에 대규모 자금을 제공하며 연구개발 및 생산 투자 확대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왔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YMTC가 약 1년만에 70억 달러 상당의 정부 지원금을 반도체장비 연구개발에 모두 들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미국의 규제로 사들일 수 없게 된 장비를 자체 기술로 대체하기 위해 상당한 자금을 쏟아부은 것이다.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YMTC는 특히 중국 장비업체와 협력해 3D낸드 등 고사양 낸드플래시 생산에 필요한 장비를 중점적으로 개발해 왔다.

하지만 실제로 이러한 기술을 자체적으로 구현하는 데 성공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중국 정부는 미국의 수출규제가 강화되기 시작하면서 반도체장비를 비롯한 공급망을 모두 내재화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적극적으로 자국 장비업체를 지원하고 있다.

반도체산업 지원 펀드에 40억 달러(약 5조3천억 원)에 이르는 자금을 추가로 투입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YMTC의 사례와 같이 관련 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과정에서 자금 부담이 커지고 있는 만큼 지속가능한 연구개발 체제를 구축하는 것은 쉽지 않다.

중국 반도체기업의 한 임원은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기술 수준이 낮은 장비는 중국산으로 빠르게 대체할 수 있지만 고사양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장비는 큰 어려움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YMTC는 최근 232단 3D낸드와 같은 고사양 반도체 상용화에 성공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상위 업체의 기술력을 공격적으로 따라잡고 있다.

그러나 이는 미국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기 전 확보한 장비를 통해 생산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추가 증설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사업을 확장하기는 쉽지 않다.

결국 YMTC와 같은 중국의 대표 반도체기업이 막대한 정부 지원금을 받아 사용한 뒤에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 하는 ‘밑빠진 독’에 불과한 처지에 놓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IT전문지 톰스하드웨어는 “중국 장비업체가 자체 생산하는 최고 수준의 장비도 미세공정 반도체나 3D낸드 생산에 활용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