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잠식 왓챠 생존 위기, 박태훈 기사회생 위한 투자 유치 가능할까

▲ 박태훈 왓챠 대표이사가 2022년 왓챠 미디어데이에서 사업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태훈 왓챠 대표이사가 왓챠만의 매력을 살려 반전을 이룰 수 있을까.

박 대표는 왓챠에 ‘성인영화’ 유료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수익성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오히려 ‘역풍’을 불러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 대표로서는 왓챠의 성장성을 입증해 투자를 유치하는 것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어 보인다.

30일 콘텐츠업계 관계자는 “왓챠만이 가진 매력과 차별점은 분명히 있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최신작이나 오리지널 작품 위주로 콘텐츠 소비가 일어나기 때문에 왓챠가 가진 매력을 살리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왓챠가 가진 경쟁력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노란문:세기말 시네필 다이어리’(노란문)를 통해 알 수 있다.

노란문은 봉준호 감독이 1990년대 초반 ‘노란문’이라는 영화연구소에서 영화를 공부하던 시절의 이야기를 담았다.

1990년대 초반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는커녕 제대로 된 비디오 대여점도 없어 불법복제가 당연시되던 때다.

봉준호 감독도 보고 싶은 영화테이프를 찾기 위해 세운상가, 황학시장 등을 뒤졌다. 원하는 테이프를 찾으면 차곡차곡 쌓아놓고 몇 번이나 돌려봤다고 한다.

다큐멘터리 노란문에서 언급되는 영화들 가운데 왓챠에서만 시청 가능한 것들이 상당하다.

장 뤽 고다르 감독의 ‘사랑과 경멸’,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분노의 주먹’ 등이 대표적이다.

김기영 감독 작품을 개별결제 없이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플랫폼도 왓챠다. 왓챠는 고전영화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현재 왓챠가 제공하고 있는 콘텐츠는 10만여 편이다. 이런 점이 영화매니아들에게는 매력적이다.
 
자본잠식 왓챠 생존 위기, 박태훈 기사회생 위한 투자 유치 가능할까

▲ 왓챠가 가진 경쟁력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노란문:세기말 시네필 다이어리’(노란문)를 통해 알 수 있다. 노란문 포스터.


하지만 왓챠가 가진 매력과 왓챠의 생존 가능성은 다른 문제다.

올해 6월 LG유플러스와의 매각 협상이 결렬 된 이후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왓챠는 LG유플러스와 협상을 진행한 10개월 동안 다른 제안들을 모두 물리쳤다고 하지만 왓챠를 인수하겠다고 나서는 기업이 없다. 콘텐츠업계에서 왓챠의 생존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왓챠와 LG유플러스는 기술 탈취 의혹으로 분쟁 중이다.

왓챠는 LG유플러스가 인수와 투자를 내세워 핵심 기술을 빼간 뒤 매각 협상을 백지화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인수합병에 필요한 자료를 요청했을 뿐이라며 기술 탈취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기술 탈취 의혹으로 분쟁 중인 상황에서 다른 기업들이 왓챠 인수를 위해 뛰어들기는 부담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인수 기업을 찾기가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박 대표가 고심 끝에 내놓은 ‘성인영화 서비스’ 역시 ‘악수’가 아니냐는 평가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왓챠는 ‘왓챠개봉관’에 성인영화 카테고리를 추가했다. 성인비디오(AV)로 불리는 일본 포르노 영화 230여 편이 개별결제로 서비스되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왓챠가 성인영화 서비스를 시작한 것에 대한 반발로 왓챠 구독을 해지했다는 인증글들이 올라오기도 했다.

자본잠식 상태가 이어지고 있어 회사 존폐 위기에 놓인 왓챠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왓챠는 감사자료가 공개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자본잠식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왓챠 자본총계는 2019년 –484억 원, 2020년 –697억 원, 2021년 –346억 원, 2022년 –600억 원을 기록했다.

문제는 2019년부터 매년 영업손실을 이어가고 있고, 그 규모도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왓챠는 2019년 109억 원, 2020년 155억 원, 2021년 248억 원, 2022년 555억 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콘텐츠업계 관계자는 “성인영화 서비스를 내놓는 것이 왓챠로서도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왓챠를 12년이나 이끌어온 박 대표로서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 해볼 수 있는 것은 다 해보겠다는 의지 아니었겠냐”라고 말했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