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중머우 TSMC 해외 투자에 비판적, "대만에 반도체공장 운영이 성공 비결"

▲ 장중머우 TSMC 창업자가 대만 이외 국가에서 이뤄지는 TSMC 반도체공장 건설에 비판적 시각을 보였다. 장중머우 TSMC 창업자.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장중머우 TSMC 창업자가 최근 본격화되고 있는 TSMC의 해외 반도체공장 증설을 두고 재차 비판적인 시각을 내놓았다.

TSMC가 대만에 반도체공장을 운영하며 관련된 자국 인재 확보와 교육에 기여해 온 것이 반도체사업에 중요한 성공 비결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26일 MIT뉴스에 따르면 장중머우는 현지시각으로 24일 미국 MIT(메사추세츠 공과대학)에서 TSMC의 역사와 미국 반도체산업 등을 주제로 한 강연을 진행했다.

MIT뉴스는 MIT가 공식적으로 발행하는 교내 신문이다.

장중머우는 미국에 거주할 당시 하버드대학교에서 MIT에 편입한 뒤 1952년 기계공학 학사, 1953년 석사학위를 받았다.

MIT 캠퍼스에는 장중머우와 그의 아내의 영어 이름을 딴 모리스&소피 창 빌딩이 자리잡고 있을 정도로 학교 역사에 중요한 인물 가운데 한 명으로 인정받고 있다.

장중머우는 1987년 TSMC를 처음 창업한 뒤 성장을 이끌어 온 역사와 기술 발전 성과, TSMC의 미국 애리조나 반도체공장 투자 등을 강연에 주요 소재로 삼았다.

그는 TSMC와 대만이 글로벌 반도체시장에서 성공한 비결로 꾸준한 인재 확보와 전문성 강화, 낮은 이직률과 지리적 효율성 등을 꼽았다.

특히 장중머우는 기업 경영과 관련해 ‘경험 곡선’ 이론을 중요하게 강조했다. 경험 곡선은 기업이 특정 산업을 오래 진행할수록 비용 측면에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이론이다.

장중머우는 “TSMC가 대만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대만에서 교육을 잘 받은 우수한 기술 인재를 확보해 왔기 때문”이라며 “많은 학생들이 기술자로 성공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TSMC가 반도체 생산 거점을 대만에 집중해 왔다는 점도 중요한 비결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기업의 경험 곡선은 단일 지역을 기반으로 두고 있을 때만 유효하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장중머우는 최근 공식 석상에서 TSMC의 해외 반도체공장 투자와 관련해 비판적인 언급을 내놓는 사례가 많다.

그는 미국 정부가 TSMC의 반도체공장 투자 유치를 추진하던 2021년부터 TSMC의 성공을 미국에서 재현하는 일은 불가능할 것이라며 충분한 전문인력 및 경제성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중머우는 지난해 낸시 펠로시 전 미국 하원의장을 만난 자리에서도 미국 정부의 반도체 지원법이 좋은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값비싼 실수에 그치고 말 것이라고 비판했다.

MIT 강연에서도 TSMC의 성공 비결은 대부분의 생산공장을 대만에 운영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앞세우며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한 셈이다.

TSMC는 최근 미국 애리조나에 이어 일본 구마모토, 독일 드레스덴 등에 새 반도체공장 투자 계획을 확정하며 생산 거점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각국 정부의 보조금 혜택을 노려 공장 증설 비용을 절감하는 동시에 공급망 차질 또는 중국의 침공 등 지정학적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TSMC가 최근 인력 확보 문제를 이유로 애리조나 반도체공장 가동 시기를 2024년에서 2025년까지 늦춰 내놓으며 장중머우가 우려했던 일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고개를 든다.

장중머우는 이날 강연에서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악화하면서 반도체 생산이 중요한 경쟁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며 “국가 안보를 지킬 수 없다면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는 만큼 모든 힘을 다해 냉전이 벌어지는 일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