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7나노 미세공정 반도체 ASML 장비 활용, 중국 기술력 아직 갈 길 멀어

▲ 중국 SMIC가 생산해 화웨이에 공급한 7나노 미세공정 반도체가 자국산 장비를 활용하지 않았다는 정황이 파악됐다. 중국 SMIC 반도체공장 외부 이미지. < SMIC >

[비즈니스포스트] 화웨이 스마트폰에 탑재된 중국산 7나노 미세공정 반도체가 자국산 장비 대신 네덜란드 ASML의 제품을 활용해 생산되었다는 정황이 나타났다.

중국 정부가 7나노 반도체를 공급망 자급체제 구축에 핵심 성과로 내걸었지만 실상은 아직 뚜렷한 기술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해 미국의 규제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26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파운드리업체 SMIC가 화웨이 스마트폰에 7나노 반도체를 공급하기 위해 ASML의 노광장비를 이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블룸버그는 내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렇게 보도하며 “ASML의 대중국 장비 수출 규제가 너무 늦은 시점에 이뤄진 것”이라고 바라봤다.

화웨이가 9월 공개한 ‘메이트60프로’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은 중국 기업이 생산한 7나노 미세공정 반도체를 탑재한 것으로 확인되며 반도체업계에 큰 파장을 안겼다.

미국이 트럼프 정부 시절 화웨이와 SMIC를 상대로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기술과 장비 수출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놓았는데 중국 기업들이 이러한 악조건을 극복한 셈이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관영매체들은 중국이 미국의 불합리한 규제에도 첨단 반도체 공급망 자급체제 구축에 성공했다며 이를 자축하는 보도를 잇따라 내놓았다.

그러나 블룸버그의 보도 내용대로라면 SMIC가 여전히 미세공정 구현에 핵심인 노광장비를 ASML에 의존하고 있어 뚜렷한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

ASML이 미국의 규제 이후 중국에 첨단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장비만 수출을 중단하고 있었는데 최근 수출제한 조치가 강화되며 적용 범위를 대폭 넓혔기 때문이다.

로이터는 중국이 구형 반도체 생산에 쓰이는 ASML의 장비를 개조해 7나노 미세공정 구현에 활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바라봤다.

결국 SMIC가 화웨이 스마트폰에 공급한 것과 같은 7나노 반도체 생산 설비를 증설하는 일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중국 정부가 자랑하던 반도체 공급망 자급체제 구축 성과가 결국 단기간의 해프닝 수준에 끝날 수 있다는 전망도 힘을 얻는다.

미국의 반도체장비 수출 규제가 본격화된 뒤 중국 정부는 자국 반도체 설계 및 제조기업과 장비 공급업체에 대규모 지원금을 제공하며 육성 정책을 강화했다.

중국 장비기업들은 정부 지원에 힘입어 기술 발전과 생산 능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조사기관 시노리서치에 따르면 상반기 중국 반도체장비 공급업체 상위 10곳의 매출 총합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약 39%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ASML이 주력으로 하는 노광장비 분야에서 중국 기업 점유율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기술 장벽이 높아 자급체제를 구축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노광장비는 빛으로 반도체 회로를 그리는 공정에 쓰이는 제품으로 미세공정 기술 구현에 가장 핵심이다. 결국 중국이 미세공정 기술력을 자체적으로 확보하기는 아직 갈 길이 먼 셈이다.

ASML뿐 아니라 일본 장비업체들도 최근 미국 정부의 정책에 발맞춰 중국에 반도체장비 공급을 제한하는 데 동참하고 있다.

결국 중국 정부가 막대한 지원금을 들이며 추진하고 있는 반도체 자급체제 구축 목표가 ‘일장춘몽’에 그치고 말 가능성이 갈수록 유력해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SMIC의 7나노 반도체 생산 공정은 비용 측면에서 매우 비효율적”이라며 “대규모 증설을 통해 시장 경쟁력을 갖추기도 매우 어렵다”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