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 새 프로세서에 TSMC 3나노 활용 포기, 삼성전자 수주 기회 열리나

▲ 퀄컴이 신형 플래그십 모바일 프로세서 '스냅드래곤8 3세대'를 공개했다. 스냅드래곤8 3세대 홍보용 이미지. <퀄컴>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 갤럭시S24 등 내년 출시되는 스마트폰에 탑재될 퀄컴의 신형 모바일 프로세서가 TSMC의 최신 3나노 파운드리 미세공정 대신 4나노를 활용해 생산된다.

TSMC가 여전히 3나노 공정 수율 안정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퀄컴이 성능 경쟁력과 공급 안정성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딜레마에 놓였기 때문이다.

IT전문지 XDA는 25일 “퀄컴이 새로 공개한 ‘스냅드래곤8’ 3세대 프로세서로 애플 ‘A17프로’ 성능을 뛰어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며 “치열한 경쟁을 예고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애플은 최근 수 년 동안 스마트폰용 프로세서의 구동 성능과 그래픽 성능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지켜 왔다. 퀄컴과 삼성전자 등 경쟁사는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였다.

퀄컴은 내년 출시되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공급할 신형 프로세서에서 큰 폭의 성능 개선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두고 연구개발에 힘써 왔다.

그러나 퀄컴이 반도체 위탁생산 협력사인 TSMC의 가장 앞선 미세공정 기술을 활용하지 않았다는 점은 경쟁에 불리한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퀄컴은 현지시각으로 24일 발표행사를 열고 스냅드래곤8 3세대 프로세서를 처음 공개하며 4나노 미세공정을 활용했다고 밝혔다.

TSMC가 애플 A17프로와 대만 미디어텍의 ‘디멘시티9300’ 등 신형 프로세서를 모두 3나노 공정으로 생산하는 반면 퀄컴은 상대적으로 오래된 구형 공정기술을 활용하는 셈이다.

4나노 공정은 퀄컴이 지난해 출시한 스냅드래곤8 2세대 생산에 적용한 기술이다. 자연히 3나노 공정 대비 반도체의 성능과 전력효율 등이 다소 떨어질 수밖에 없다.

XDA는 퀄컴이 경쟁력 약화를 감수하고 이러한 선택을 내릴 수밖에 없는 배경으로 TSMC 3나노 파운드리의 수율 부진을 꼽았다.

TSMC가 여전히 3나노 수율 확보에 고전하고 있어 불량률이 높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에 퀄컴이 딜레마에 놓인 데 따른 결과라는 것이다.

XDA는 “TSMC 3나노 반도체 수율은 55%에 그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며 “전체 생산량 가운데 절반 정도가 고객사의 품질 기준에 맞추기 어렵다는 의미”라고 보도했다.

결국 퀄컴이 수율 부진에 따른 공급 차질 가능성을 안고 3나노 공정을 활용할지, 또는 안정적인 공급이 검증된 4나노 기술을 활용할지 검토한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볼 수 있다.
 
퀄컴 새 프로세서에 TSMC 3나노 활용 포기, 삼성전자 수주 기회 열리나

▲ TSMC가 3나노 반도체를 생산하는 대만 제18 파운드리 공장. < TSMC >

XDA는 퀄컴이 3나노 기술을 활용했다면 애플과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었겠지만 그만큼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만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퀄컴이 신형 프로세서에 TSMC의 구형 미세공정을 활용한 것은 충분히 이해할 만한 선택이라는 의미다.
 
다만 XDA는 퀄컴이 스냅드래곤8 3세대 생산에 이상적인 선택지를 확보하지는 못 했다며 이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전반에도 아쉬운 일이라고 바라봤다.

갤럭시S24 시리즈와 같이 퀄컴 프로세서를 주로 탑재할 스마트폰의 성능 경쟁력도 애플 아이폰15 프로를 따라잡기 어려워진 셈이기 때문이다.

퀄컴이 이번에 겪은 딜레마를 계기로 삼성전자와 같은 다른 파운드리 협력사와 생산 협력을 본격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전망도 힘을 얻는다.

삼성전자는 3나노 파운드리 기술을 TSMC보다 먼저 도입해 반도체 양산에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삼성전자의 3나노 반도체 수율 및 성능 경쟁력도 아직 시장에서 충분히 검증받지 못한 상황이지만 경쟁사인 TSMC의 생산 차질은 삼성전자에 반사이익으로 돌아올 수 있다.

퀄컴이 내년에 선보일 스냅드래곤8 4세대 물량을 삼성전자와 TSMC 파운드리에 나누어 맡길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1년 공개된 퀄컴 스냅드래곤8 1세대 위탁생산을 전량 담당했다. 그러나 4나노 공정의 기술적 문제 등으로 곧 TSMC에 수주 물량을 빼앗기고 말았다.

퀄컴과 같은 대형 고객사가 TSMC 대신 삼성전자에 다시 고성능 반도체 위탁생산을 맡기기 시작한다면 다른 반도체 설계기업도 이를 뒤따라 삼성전자 파운드리와 협력을 더욱 활발하게 검토할 공산이 크다.

TSMC의 3나노 파운드리 수율 부진 문제가 삼성전자에 수주 기회를 열어주고 있는 셈이다.

XDA는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때때로 TSMC에 의미 있는 경쟁상대로 주목받고 있다”며 TSMC에 대적할 만한 유일한 기업이 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