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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오리건 반도체공장 투자 발표, 삼성전자 TSMC 앞서 1.8나노 도입 계획

김용원 기자 one@businesspost.co.kr 2023-10-24 16: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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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오리건 반도체공장 투자 발표, 삼성전자 TSMC 앞서 1.8나노 도입 계획
▲ 인텔이 미국 오리건주 반도체공장 및 연구개발센터 증설 계획을 정식 발표했다. 미국 오리건주에 위치한 인텔 반도체 연구개발센터. <인텔>
[비즈니스포스트] 인텔이 미국 오리건주에 200억 달러(약 26조9천억 원) 수준의 대규모 투자금을 들여 반도체공장을 신설하고 18A(1.8나노급) 첨단 공정도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TSMC와 삼성전자 등 주요 경쟁사보다 앞선 기술을 활용해 반도체를 위탁생산하며 고객사 수주 및 미국 정부의 지원금 확보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것이다.

인텔은 미국 현지시각으로 23일 공식 뉴스룸을 통해 오리건주 워싱턴카운티에 위치한 반도체 생산공장 및 연구개발센터 증설 계획을 발표했다.

투자 예정 금액은 애리조나주 및 오하이오주 신공장과 맞먹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인텔은 애리조나와 오하이오 반도체공장 신설에 각각 200억 달러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데 오리건 공장에도 비슷한 정도의 자금을 들이겠다는 의미다.

뉴멕시코주 공장에 들이는 35억 달러 상당의 증설 비용을 합치면 현재 인텔이 미국 반도체 시설 투자에 계획하고 있는 비용은 635억 달러(약 85조3천억 원)에 이른다.

팻 겔싱어 인텔 CEO는 9월 인텔 발표행사에서 미국에 5년 동안 1천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약속했는데 이를 점차 현실화하고 있는 셈이다.

인텔은 “오리건 캠퍼스는 첨단 반도체 기술 발전과 연구개발, 생산에 중심 허브 역할을 할 것”이라며 “미국의 반도체 경쟁력과 리더십 회복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에 발표된 신규 투자가 미국 반도체산업에 기여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배경은 미국 정부의 반도체 지원법 시행에 따른 보조금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여러 반도체기업을 대상으로 지원 여부와 규모를 심사하고 있는 미국 상무부는 정부 지원금이 미국의 발전을 위해 쓰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겔싱어 CEO는 이러한 목표를 이뤄내기 위해 반도체 지원금이 TSMC나 삼성전자와 같은 해외 기업이 아닌 미국 기업에 중점적으로 지원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 왔다.

이번에 발표한 오리건주 투자 계획을 통해 이러한 주장에 더욱 힘을 싣고 있는 셈이다.

인텔이 현재 미국에 진행하고 있는 투자 규모는 TSMC의 400억 달러(약 53조8천억 원)와 삼성전자의 170억 달러(약 22조9천억 원)를 모두 크게 웃돈다.

자연히 상무부의 심사 과정에서 더 많은 보조금과 세제혜택을 받기 유리해질 공산이 크다.

인텔은 기존에 운영하던 오리건 반도체공장에 네덜란드 ASML의 하이NA EUV(극자외선) 장비를 도입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하며 기술 우위를 적극 앞세웠다.

하이NA EUV는 ASML이 올해부터 출하를 앞두고 있는 신형 노광장비로 2나노 이하 미세공정 반도체를 생산할 때 필수적으로 쓰인다.

인텔은 이를 2025년 도입하는 1.8나노급 파운드리 공정부터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두고 있다.

TSMC와 삼성전자가 미국 공장에서 4나노 미세공정 반도체를 생산하겠다고 밝힌 반면 인텔은 훨씬 앞선 기술을 선제적으로 도입하겠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인텔 오리건 반도체공장 투자 발표, 삼성전자 TSMC 앞서 1.8나노 도입 계획
▲ 인텔의 EUV장비 기반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 안내 이미지. <인텔>
대만과 한국에 각각 연구개발센터 및 첨단 반도체공정을 주로 운영하는 TSMC와 삼성전자는 미국 공장에 최신 기술을 도입하는 일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핵심 연구개발 및 제조인력을 미국으로 보내야 하는데다 기술 유출 가능성에 따른 위험, 자국 정치권의 반발 등을 고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TSMC는 대만의 반도체 경쟁력을 유지하는 일이 미국의 군사 지원을 받고 중국 침공을 방어하는 데도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고 있어 미국에 최신 기술 도입을 꺼리고 있다.

반면 인텔은 미국에 대부분의 연구개발센터 및 핵심 인력을 두고 있어 첨단 반도체 시설 투자를 벌이기 훨씬 유리하다.

이는 향후 엔비디아와 애플, 퀄컴 등 미국 내 주요 파운드리 고객사 주문 수주에도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장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인텔은 “대규모 시설 투자와 하이NA EUV 장비 도입은 미국 반도체 지원법 덕분에 이뤄질 수 있었다”며 “앞으로 수 년에 걸쳐 일자리 창출과 반도체 기술력 강화에 힘쓰겠다”고 전했다.

이번 투자 발표에서 인텔은 2025년까지 계획된 파운드리 미세공정 신기술 상용화 로드맵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텔의 기술 발전과 대규모 투자를 통한 물량 공세, 미국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모두 실현되면 TSMC와 삼성전자 등 경쟁사는 파운드리 사업에서 비교적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

다만 인텔이 아직 파운드리 분야에서 대규모 고객사 확보 소식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는 점을 두고 회의적 시각도 나오고 있다.

파운드리 특성상 꾸준한 고객사 반도체 위탁생산 수주를 통해 진행되는 사업인 만큼 실제로 수주 성과를 올리지 못한다면 대규모 시설 투자는 재무 부담만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상무부가 특정 기업에 지원금을 몰아주는 일을 피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도 인텔의 대규모 투자 현실화 가능성이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로 꼽힌다. 김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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