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미래에셋증권 전문경영인 2기 체제를 구축하며 실적 부진 조기 탈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박 회장은 올해 이어질 거시 경제 위기를 헤쳐나가며 실적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인사 조치를 단행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미래에셋증권 경영진 교체를 통해 부진 탈출을 꾀하고 있다. |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부터 이어온 글로벌 경기 및 증시 악화로 실적에 부담을 겪어왔다.
지난해 시작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전 세계적 인플레이션의 여파로 주요 국가들은 모두 금리를 높이며 인플레이션 잠재우기를 이어가고 있다.
금리가 계속 높아지자 증시가 악화하며 증권사들의 실적도 점차 위축되고 있다.
올해 9월 약 7천 원대를 오가던 미래에셋증권 주가는 10월17일 6020원까지 떨어졌다.
해외 부동산의 공실률이 높아진 것이 미래에셋증권 실적에 가장 큰 부담이다. 해외 상업용 부동산 익스포저 평가손실이 올해 3분기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증권이 투자한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는 약 795억 원으로 국내 증권사 가운데 5번째에 해당되지만 해외 투자규모가 크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여겨진다. 미래에셋증권은 해외 투자 자산 비중이 약 4조 원 규모를 나타내고 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1180억 원, 순이익 966억 원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21%, 6.7% 감소하는 것이며 기존 전망치보다도 각각 16%, 18%가량 줄어드는 것이다.
실적 위축 전망에 주가가 하락하자 최근 미래에셋증권은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가 방어에 나섰다.
600억 원을 투입해 약 1천만 주에 해당하는 자사주를 매입할 계획을 세웠다.
미래에셋증권은 “주가 저평가 상태를 개선하고 주주권익 보호를 위한 미래에셋그룹의 의지가 반영됐다”며 “2024년부터 3년 동안 시행할 주주환원 정책을 검토하고 있으며 보다 적극적이고 지속적 방향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의 자사주 매입 소식에 6천 원 밑으로 내려가는 압력을 받던 미래에셋증권 주가는 6300원대를 기록하며 하락세를 멈췄다.
다만 증권업계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의 주가 방어 시도가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한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래에셋증권은 주주환원율 30% 이상 달성을 목표로 하는 3개년 주주환원책을 최근 내놓았지만 다른 증권사도 유사한 정책을 발표하고 있어 투자매력이 부각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올해 말까지 금리가 계속 오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미래에셋증권의 실적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인사 교체를 통한 새로운 리더십을 내세워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에 미래에셋증권은 김미섭, 허선호, 이정호 미래에셋증권 사장을 모두 부회장으로 선임했다.
이 가운데 그동안 미래에셋증권에서 글로벌 사업부를 이끌어 온 김 부회장이 눈길을 끈다.
김 부회장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미래에셋캐피탈, 미래에셋투신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등에서 일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는 해외법인 대표를 거쳐 대표이사를 지내기도 했다. 2021년 말부터 미래에셋증권에서 글로벌사업 총괄을 맡았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그룹의 자산운용, 보험, 캐피탈, 증권 등 계열사가 힘을 모아 해외 투자를 공동으로 진행해 왔다.
올해까지 이어질 금리 인상 등 거시 경제 위기에 대응하며 실적 개선을 이끌기 위한 이번 인사를 추진한 만큼 올해 하반기 미래에셋증권 실적을 방어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조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