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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우건설 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10일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 본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우건설 신임사장 낙하산 인사에 대한 결사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
공공기관과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낙하산 바람’이 또다시 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연말까지 수장 교체를 앞둔 공공기관과 금융기관의 ‘알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전직 관료와 정치권 인사들의 ‘물밑 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한국증권금융은 29일 오전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9월 초 임기가 끝나는 한규선 감사위원 후임으로 조인근 전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조 전 비서관은 2004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대부터 메시지 담당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보좌해온 인물로 박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힌다.
박근혜 정부 출범 때부터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을 담당하는 연설기록비서관으로 일해오다 7월 건강상의 이유로 사표를 제출했다.
조 전 비서관은 금융분야 경력이 전무해 증권금융의 감사로 선임되면서 ‘낙하산 인사’ 논란이 또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에 따르면 올해 연말까지 대표나 감사가 교체 예정인 공공기관과 금융기관은 60곳이 넘는다.
수자원공사, 농어촌공사, 자산관리공사(캠코), 마사회, 도로공사, 기업은행, 무역보험공사, 신용보증기금 등이 대표적이다.
한 정치권의 인사는 “이번이 박근혜 정부의 사실상 마지막 인사인 셈”이라며 “4월 20대 총선에서 낙선하거나 경선에서 탈락한 인사들이 '낙점'을 받기 위해 특히 열심히 뛰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낙하산 인사가 문제가 되는 것은 업무와 연관성이 없는 인사가 수장을 맡으면서 경영실적을 악화시키고 대국민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릴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는 “전문성이 부족한 수장이 되면 그 기관의 미래가 위협을 받게 된다”며 “기관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하기보다 자신을 임명해준 세력에 충성을 바치게 돼 중장기적으로 국가 전체에 해악을 끼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정권마다 낙하산 시비가 끊이지 않는 것은 인선 절차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에 따르면 기관장을 뽑을 때는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 추천→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의 심의.의결→주무기관의 제청→대통령의 임명 등 여러 단계를 거치게 돼 있다.
문제는 임추위와 공운위의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사회 의사록은 공개하지만 각 단계에서 평가항목과 후보별 점수 등은 공개되지 않는다. 어떤 후보가 어느 평가 항목에서 몇점의 점수를 받아 선정됐는지 전혀 알 수 없다.
공운위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한 인사는 “임추위나 공운위 모두 형식상 절차로 시간만 뺏는 경우가 많다”며 “윗선에서 영향력을 행사 안 한 것처럼 보이게 해놓고 실제로는 드러나지 않는 방법으로 결과를 조종하니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최병대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낙하산 논란을 막기 위해서는 기관장의 자격 요건을 명확하게 정비하고 인사 논의 과정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