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AMD 퀄컴 자체 CPU로 인텔 정조준, TSMC 수혜 전망에 힘 실려

▲ 엔비디아가 AMD와 퀄컴에 이어 ARM 아키텍쳐를 활용한 자체 CPU 출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는 로이터 보도가 나왔다. 인텔 CPU 참고용 이미지. <인텔>

[비즈니스포스트] 엔비디아가 ARM의 반도체 아키텍쳐(설계기반)를 활용한 CPU를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인텔과 AMD 등 경쟁사의 주력사업을 정조준한 셈이다.

대만 TSMC가 첨단 미세공정 파운드리로 엔비디아와 AMD의 CPU 위탁생산을 담당하며 이러한 경쟁의 수혜를 보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증권사 번스타인의 스테이시 래스건 연구원은 24일 미국 CNBC와 인터뷰에서 “엔비디아의 CPU 시장 진출은 이와 관련한 모든 반도체기업에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번스타인 연구원은 엔비디아뿐 아니라 인텔과 ARM, AMD와 퀄컴이 모두 앞으로 반도체사업에 큰 영향을 받게 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2025년 자체 CPU를 시장에 선보이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ARM 아키텍쳐를 기반으로 윈도 운영체제를 구동할 수 있는 반도체다.

AMD와 퀄컴 역시 ARM 기술을 활용한 CPU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경쟁에 가세하며 기존에 PC용 CPU 시장을 지배하던 인텔의 입지를 위협하게 되는 셈이다.

인텔이 자체 기술로 개발하고 생산하는 CPU와 AMD가 기존에 출시하던 CPU는 x86 아키텍쳐를 활용한다.

ARM의 아키텍쳐는 주로 모바일 프로세서에 활용되던 기술로 전력효율 등 측면에서 우위를 갖추고 있다.

퀄컴과 AMD에 이어 엔비디아까지 ARM 기반 CPU를 잇따라 출시하고 시장 진출을 본격화한다면 현재 CPU 시장에서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인텔의 지배력을 흔들 수 있다.

번스타인은 엔비디아의 진입이 ARM 기반 CPU 생태계를 본격적으로 키우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애플이 이미 ARM 아키텍쳐를 활용한 CPU로 인텔 반도체를 대체한 사례를 언급했다.

IT전문지 WCCF테크는 TSMC가 이러한 시장 경쟁에 수혜를 보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TSMC가 엔비디아와 AMD, 퀄컴에 모두 파운드리 주요 협력사로 자리잡고 있어 새로 출시되는 CPU 위탁생산을 담당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인텔이 직접 생산하던 CPU 수요가 TSMC에서 생산하는 여러 고객사의 CPU로 대체된다면 자연히 TSMC는 파운드리 수주 물량이 늘어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CPU 특성상 성능 경쟁력이 중요해 주로 단가가 높은 첨단 미세공정을 활용한다는 점도 TSMC에 큰 수혜가 예상되는 배경으로 꼽힌다.

WCCF테크는 “엔비디아와 AMD는 ARM 아키텍쳐 기반 CPU가 애플에 대적할 만한 수준이 되기를 노리고 있다”며 “TSMC가 유일한 생산 능력을 갖춘 업체로 주목받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번스타인 연구원은 파운드리 사업에 새로 진출한 인텔도 이론적으로 이러한 고객사들의 반도체 위탁생산 주문을 받으려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관측을 전했다.

그러나 인텔이 CPU 시장에서 이들과 직접적 경쟁 관계에 놓인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파운드리 협력은 양측에 모두 부담스러운 선택지로 꼽힌다.
 
엔비디아 AMD 퀄컴 자체 CPU로 인텔 정조준, TSMC 수혜 전망에 힘 실려

▲ 대만 신주과학단지에 위치한 TSMC 반도체공장 건물 전경. <비즈니스포스트>

WCCF테크는 TSMC가 3나노 미세공정과 같은 첨단 기술을 고객사의 CPU 생산에 곧바로 활용할 수 있다며 앞으로 계속 수혜를 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도 3나노 등 파운드리 신기술을 앞세워 고객사 수주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엔비디아나 AMD 등 고객사와 첨단 미세공정 분야에서 협력 사례는 상대적으로 매우 적다.

TSMC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엔비디아와 AMD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위탁생산을 사실상 독점하며 성장세에 힘을 싣고 있다.

결국 인텔이 중심이던 CPU 시장이 ARM 아키텍쳐 기반 제품을 앞세운 엔비디아와 AMD, 퀄컴 등으로 다변화된다면 TSMC는 이들 고객사와 협력 관계를 더욱 강화할 공산이 크다.

다만 TSMC가 이미 애플 모바일 프로세서와 엔비디아 인공지능 반도체 등을 생산하며 공급 부족 위기에 놓이고 있다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주요 고객사가 TSMC의 파운드리 물량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워진다면 인텔이나 삼성전자에 반도체 생산을 맡기게 될 가능성도 열려 있는 셈이다.

로이터는 그동안 인텔의 x86 아키텍쳐를 기반으로 PC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던 기업 및 개발자들이 ARM 기반 CPU 생태계에 합류할 지 여부도 아직 불확실하다고 바라봤다.

X86 CPU를 위해 개발된 소프트웨어를 ARM 아키텍쳐용으로 전환하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23일 미국증시에서 인텔 주가는 엔비디아의 CPU 개발 소식에 3% 넘는 하락폭을 보였다. 반면 엔비디아 주가는 3.8%, ARM 주가는 4.9% 상승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