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탁 포스코인터내셔널 대표이사 부회장이 최근 글로벌 식량 사업 확장에 전방위적으로 나서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포스코그룹에 합류할 당시인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철강 관련 트레이딩(무역)을 하는 종합상사였다. 그 뒤 에너지사업으로 발을 넓히며 외형과 수익성을 크게 키워 왔다.
 
포스코인터내셔널 에너지사업 이어 식량사업 박차, 정탁 세계 톱10 본다

정탁 포스코인터내셔널 대표이사 부회장이 식량사업에 글로벌 톱10 도약을 추진한다. 


정 부회장은 앞으로 식량사업도 포스코인터내셔널의 핵심사업으로 키워 이 분야 글로벌 톱10 도약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23일 포스코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글로벌 식량사업의 생산 곡물을 바탕으로 유통 및 가공 영역으로 가치사슬(밸류체인)을 확장하고 세계 10위권 식량기업으로 도약할 기반을 마련하는 데 경영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최근 허세홍 GS칼텍스 대표이사 사장과 인도네시아 팜유 정제사업 합작투자 계약을 맺고 식량사업 확대 전략을 본격화했다.

이에 따라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인도네시아에 설립한 법인 ARC(AGPA Refinery Complex)에 포스코인터내셔널 60%, GS칼텍스 40% 비율로 2억1천만 달러(약 2800억 원)를 공동 투자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팜유 정제사업에 진출한다.

팜유 정제사업은 농장에서 생산한 팜 원유를 활용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형태로 이뤄진다. 정제된 팜유는 식품, 화장품, 바이오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된다.

ARC는 투자금으로 내년 1분기 인도네시아 칼리만탄티무르주 발릭파판 산업단지 30만m2 부지에 팜유 정제공장을 착공한다.

25년 2분기부터 연간 50만 톤의 정제유를 생산하고 생산된 제품은 인도네시아 내수시장뿐 아니라 한국, 중국 등 인근 국가로도 수출된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GS칼텍스와 팜유 정제사업에서 바이오항공유 등 친환경 바이오연료 및 차세대 에너지 사업으로 확장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를 위해 양사는 팜유를 생산할 때 발생하는 폐유 회수설비를 도입하고 ARC부지에 회수한 폐유를 활용한 바이오항공유 플랜트를 설립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011년 인도네시아 파푸아섬에서 농장개발에 들어간 뒤 2018년부터 팜 원유를 생산해왔다. 지난해에는 팜 사업에서 영업이익 1천억 원을 달성했다.

이는 같은해 포스코인터내셔널 전체 영업이익 약 9000억 원의 10%를 넘어서는 것이다. 해당 사업의 영업이익률은 47%에 달한다.

정 부회장은 세계 최대 곡물시장인 미국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 9월 미국 캔자스시티를 방문해 현지 대표 곡물기업인 바틀렛앤컴패니(바틀렛)와 식량 투자사업에 관한 '합작투자 기본 합의서'를 체결했다.

바틀렛은 옥수수, 밀, 대두 등의 곡물을 조달해 미국 내수시장과 멕시코에 판매하는 식량전문 기업이다. 연간 취급 물량은 약 1천만 톤이다. 미국 10위 규모의 제분공장도 운영하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과 바틀렛은 △곡물 조달사업과 대두 가공사업 합작 추진 △미국산 곡물의 안정적 조달체계 구축 및 해외 수출시장 공동 개발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아울러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바틀렛이 건설하고 있는 대두 가공법인에 연내 지분을 투자하고 원곡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합작법인을 바틀렛사와 공동으로 설립하기로 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미국에 식량 가치사슬을 구축해 2030년 연간 500만 톤의 곡물을 취급하는 조달체계를 구축하고 미국산 곡물의 자력 수출 역량을 확보하는 전략을 펼친다. 
포스코인터내셔널 에너지사업 이어 식량사업 박차, 정탁 세계 톱10 본다

▲ 포스코인터내셔널 글로벌 식량사업 계획. <포스코인터내셔널>

정 부회장은 미국 외에도 글로벌 식량 공급망 확장을 위해 해외 식량사업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선 전후 재건 시점에 맞춰 현재 보유하고 있는 곡물터미널 기반의 가치사슬을 구체화할 계획을 갖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우크라이나가 상대적으로 식량사업 경쟁 강도가 낮고 외국인이 농지를 경작할 수 있는 점에 주목해 첫 해외 식량사업 거점으로 낙점하고 2019년 곡물터미널 가동을 시작한 바 있다. 현재 전쟁으로 인해 터미널 운영은 하지 않고 유지 및 보수 직원만 남아있다. 

다만 종전 뒤 빠르게 사업을 재개하기 위해 현재 제 3국 영농기업과 협업을 위한 네트워크를 만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12월에는 호주 핸콕과 파트너십을 구축했고 현재 25만ha(헥타르, 7억5625만 평) 규모의 밀 재배지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흑해지역에서도 우량 영농기업 인수 등을 통해 추가로 50만ha(15억1250만 평)의 영농 자산을 확보할 계획을 세웠다.

가공분야에선 지난 2월 국내 최대 전분당 기업인 대상과 업무협약을 맺고 베트남 전분당 사업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030년까지 식량사업에서 경작지 86만ha 확보, 조달물량 2천만 톤, 가공물량 234만 톤 체제를 구축하고 세계 10위권 식량 메이저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철강 트레이딩(무역) 중심의 종합상사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010년 포스코그룹에 편입되던 해 매출 15조6720억 원, 영업이익 1717억 원을 냈다.

그 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013년 에너지사업(미얀마 가스전), 2015년 식량사업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며 10년 만인 2022년 매출 41조7천억 원, 영업이익 1조1740억 원을 거둬 매출 약 3배, 영업이익 약 7배의 성장을 이뤘다. 

올해 초 포스코에너지를 흡수합병한 뒤 초대 대표로 취임한 정 부회장은 지난 4월 식량, 에너지, 철강 3대 핵심사업 가치사슬을 단단히 해 2030년 시가총액을 23조 원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23일 종가 기준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시가총액은 10조7313억 원이다.

'산업의 쌀' 철강 무역을 중심으로 성장한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식량사업 확장을 통해 한국의 식량안보를 강화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015년 식량사업 진출 뒤 지금까지 약 10배의 양적 성장을 달성했다. 현재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한국 연간 수입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800만 톤의 물량을 취급하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 관계자는 "2022년 기준 한국의 곡물자급률은 19% 수준에 그쳐 쌀을 제외한 주요 곡물들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며 "곡물 조달능력과 해외자산 투자를 확대 등 해외 곡물 공급망 확보에 힘써 세계 10위권 식량사업회사로 도약하는 것은 물론 국가 식량안보에도 기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