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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의 워터리스크 해법은 ‘해수담수화’, 이제는 바다가 오아시스

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 2023-10-23 15:4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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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의 워터리스크 해법은 ‘해수담수화’, 이제는 바다가 오아시스
▲ 제다 시내에 위치한 해수담수화 플랜트의 모습. 현재는 사용되지 않고 있으며 제다중앙박물관 등 문화시설로 바뀌어 2028년에 새로 개장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사우디아라비아 =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 ‘홍해의 신부(Bride of the Red Sea)’로 불리는 사우디아라비아의 항구 도시 제다(Jeddah).

제다에는 물줄기의 높이가 312m에 이르는 킹 파흐드 분수, 킹 압둘라 광장에 설치된 높이 171m의 국기 게양대, 아직 건설 중이지만 세계 최초로 1km 높이를 넘어서는 건물이 될 것이라는 제다 타워 등 세계 최고 높이를 자랑하는 거대한 랜드마크들이 곳곳에 위치해 있다.

제다 시내에는 그밖에도 다양한 건물과 조형물이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지만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시설이 하나 더 있다.

제다 해안가에 가장 가까운 주요 도로인 킹 압둘아지즈 로드를 따라 이동하다 보면 공장 같은 건물이 보인다. 거대한 굴뚝 4개가 우뚝 서 있는 웅장한 모습이 자연스럽게 지나가는 이의 눈길을 끈다.

그 규모에 잠시 감탄하며 바라보게 되지만 이내 의문이 든다. 왜 이토록 거대한 산업시설이 다소 어울리지 않게 도시 안에 위치해 있나?

어떤 시설인지 알게 되니 의아함은 사라진다. 거대한 굴뚝을 자랑하는 설비는 바로 사우디라아비아 정부기관인 해수담수화청(SWCC)의 해수담수화 플랜트다.

한때 제다 시민들의 식수를 책임졌던 시설로 기술 변화에 따라 이제는 사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해수담수화와 제다의 산업화 과정을 알리는 박물관을 비롯해 관광, 스포츠, 문화시설 등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특유의 거대한 굴뚝 역시 그대로 남는다.

해수담수화 플랜트를 단순한 산업시설, 공장 같은 존재가 아니라 도시의 역사와 함께 살아 숨 쉬는 소중한 유산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진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해수담수화 플랜트의 의미는 특별할 수밖에 없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국토의 대부분이 사막인 건조한 나라다. 물 자체를 보기가 어려운 지역이라 ‘워터리스크’라는 표현조차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고질적인 물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

하지만 해수담수화 플랜트는 바닷물을 사람이 마실 수 있는 담수로 바꿔준다. 해수담수화 플랜트 덕분에 거대한 바다를 이제는 오아시스처럼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워터리스크 해법은 ‘해수담수화’, 이제는 바다가 오아시스
▲ 2028년 개장될 제다중앙박물관 등 문화시설의 예상 조감도. 건설 디자인은 영국회사인 헤더윅스튜디오가 맡았다. <헤더윅스튜디오>
◆ 물 부족 국가 사우디아라비아, 해수담수화 플랜트로 활로

“사우디아라비아는 200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물이 부족해 제한 급수를 할 정도였어요. 하지만 언젠가부터 제한 급수는 하지 않을 정도로 물 사정이 나아졌죠.”

10일 제다에서 만난 아크아파워(ACWA POWER)의 배석영 상무가 말했다. 배 상무는 1990년대부터 중동 지역에서 일하며 다수의 해수담수화 플랜트에서 경험을 쌓은 전문가다.

아크아파워는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MENA)에서 가장 규모가 큰 에너지 및 해수담수화 부문의 민간 개발사업자(디벨로퍼)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워터리스크 해법은 ‘해수담수화’, 이제는 바다가 오아시스
▲ 배석영 아크아파워 상무.

사우디아라비아의 물 사정이 나아진 데는 단연 해수담수화 플랜트의 역할이 컸다. 특히 2010년대 중반을 지나며 해수담수화 플랜트를 통해 생산하는 담수의 양이 크게 늘었다.

사우디아라비아 해수담수청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해수담수화를 통한 담수 생산량은 2010년 10억5200만㎥, 2012년 9억5500만㎥ 등 2010년대 초반까지 10억㎥ 안팎이었다.

하지만 2016년에 22억4천만㎥, 2021년 21억5400만㎥ 등으로 이전과 비교하면 2배 이상 수준으로 증가했다.

배 상무가 몸 담고 있는 아크아파워는 사우디아라비아의 해수담수화 확대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기업이기도 하다.

아크아파워는 제다 인근 라빅, 슈아이바 등 지역을 비롯해 모두 4개 나라에서 16개 해수담수화 플랜트를 관리하고 있다. 이들 플랜트를 통해 생산되는 담수의 양은 하루 640만㎥에 이른다.

2022년 기준으로 사우디아라비아 내에서는 물 수요의 30%가 아크아파워의 해수담수화 플랜트를 통해 충당될 정도다.

사우디아라비아가 국가적으로 해수담수화 확대에 공을 들인 결과 배 상무의 말처럼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적어도 제다에서는 생활용수와 관련된 문제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기자가 제다에 일주일 남짓 머무는 동안 먹는 물은 물론 씻는 물까지 일상생활에서 물과 관련된 불편은 전혀 겪지 않았다.

주요 공공장소에서도 일반 시민들이 물을 사용하는데 별다른 거리낌이 없는 모습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워터리스크 해법은 ‘해수담수화’, 이제는 바다가 오아시스
▲ 제다 시내 한 모스크에 마련된 세면시설. 무슬림은 하루 5번 기도를 하며 기도를 하기전에 손, 발, 얼굴, 목 등을 물로 닦아 몸을 청결하게 만드는 '우두'를 해야 한다. <비즈니스포스트>
◆ 물 수요 증가 확실한 사우디아라비아, 더 많은 해수담수화 플랜트가 필요하다

사우디아라비아 내 해수담수화 플랜트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아라비아 해수담수청은 전체 150억 달러 규모의 29개 해수담수화 플랜트 프로젝트를 앞으로 2~3년에 걸쳐 발주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해수담수화 플랜트에 꾸준히 공을 들이는 이유는 지속적으로 물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물 수요를 늘릴 주요 원인은 인구 증가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020년 기준으로 35세 이하 인구의 비중이 67%에 이를 정도로 젊은 세대가 다수를 차지하는 국가다.

합계출산율(Total fertility rate) 역시 2020년 기준으로 2.34에 이른다. 합계출산율이란 여성이 가임기(15~49세)에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의 수를 뜻한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인구전망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의 인구는 2020년 3481만 명에서 2030년에는 3932만 명, 2060년에는 4535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15일 만난 나이프 아즈란 알콰라시 슈아이바3 해수담수화 회사의 프로젝트 매니저는 “인구 증가만 고려해 봐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일정 수준 이상으로 물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다”며 “산업, 농업의 확대 등 다른 요인까지 고려하면 인구 증가를 웃도는 수준으로 담수 생산의 증가도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슈아이바3 해수담수화 회사(Shuaibah Three Water Desalination Company)는 슈아이바 3단계 해수담수화 플랜트 프로젝트를 관리하기 위한 아크아파워의 특수목적법인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워터리스크 해법은 ‘해수담수화’, 이제는 바다가 오아시스
▲ 아크아파워의 라빅3 해수담수화 플랜트의 모습. 라빅3 해수담수화 플랜트는 지난해 3월 기네스 세계기록으로부터 세계 최대 규모의 역삼투 해수담수화 시설로 인정받았다. <아크아파워>
◆ 한국과 인연 깊은 사우디아라비아, 해수담수화에서도 한국과 협력은 이어진다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제협력 역사는 깊다.

특히 1970년대에 사우디아라비아가 고유가로 호황을 누릴 때 사우디아라비아 내 인프라 건설에 한국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뛰어들었고 이때 벌어들인 외화가 한국의 경제성장에 큰 힘이 되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해수담수화 플랜트 건설에서도 한국 기업의 사우디아라비아 진출은 예외가 아니었다.

특히 두산에너빌리티(전 두산중공업)는 1978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파라잔 프로젝트 참여로 처음 해수담수화 플랜트 사업에 진출한 뒤 다른 중동 지역 국가로도 해수담수화 플랜트 사업을 확대해 갔다.

현재까지 두산에너빌리티가 세계 각지에서 진행한 해수담수화 플랜트 프로젝트는 30건이 넘으며 이들 플랜트에서 생산되는 담수의 양은 약 2600만 명 이상이 매일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세계적으로 해수담수화 플랜트에 적용되는 기술이 다단증발법(MSF), 다중효율증발법(MED)에서 역삼투압법(RO)로 넘어가는 흐름에서도 두산에너빌리티는 경쟁력을 유지하며 꾸준히 수주에 성과를 내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해수담수화 관련한 세 가지 종류 기술 모두에서 독자적 특허기술을 보유한 세계 몇 안 되는 기업 가운데 하나다. 

2022년 8월에는 아크아파워로부터 역삼투압 방식이 적용되는 슈아이바 3단계 해수담수화 플랜트 건설공사 계약을 따내기도 했다. 공사 규모는 8400억 원이다.

배 상무는 “두산에너빌리티가 건설할 슈아이바 3단계 해수담수화 플랜트에서는 하루 60만 톤의 담수를 생산하게 될 것”이라며 “2025년 5월에 상업운전을 시작할 예정이지만 일정을 3개월 더 앞당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역삼투 방식의 해수담수화 플랜트에는 염분을 걸러내기 위한 역삼투막(Reverse Osmosis Membrane) 필터가 필요한 만큼 화학사들에게도 기회가 될 수 있다.

한국에서는 LG화학이 올해 8월 역삼투막 생산 거점인 청주공장에 2025년까지 1246억 원을 투입해 사업 규모를 2배로 늘리기로 결정하는 등 적극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LG화학은 세계 해수담수화 역삼투막 시장에서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워터리스크 해법은 ‘해수담수화’, 이제는 바다가 오아시스
▲ 2023년 10월22일(현지시각)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야마마궁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겸 총리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
사우리아라비아는 현재 ‘비전2030’이라는 국가적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비전2030에는 네옴시티 신도시 건설과 같은 굵직한 프로젝트가 담겨 있으며 대부분의 주요 프로젝트에는 상수원 확보를 위한 해수담수화 플랜트 건설이 포함돼 있다.

해수담수화 플랜트와 관련해 한국 기업들에 더 많을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의미다.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한국 기업의 적극적 참여를 원하고 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는 2022년 11월 한국을 방문해 윤석열 대통령과 오찬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한국이 1962년 수교를 맺은 이후, 한국 기업들이 사우디아라비아의 국가 인프라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며 “이 과정에서 축적된 신뢰를 바탕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비전 2030’의 실현을 위해 한국과 협력을 강화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역시 10월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해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사이 경제협력 강화에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22일(현지시각)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사우디 투자포럼’에 참석해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한 역사가 곧 대한민국 산업 발전의 역사”라며 “첨단 기술력, 성공적 산업 발전 경험을 보유한 한국과 풍부한 자본, 성장 잠재력을 갖춘 사우디가 손을 맞잡으면 그 어느 나라보다 강력한 시너지가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편으로 이어짐)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워터리스크, 물이 산업안보다] 폭우와 가뭄 등 극단적 기후현상은 세계 많은 지역에서 점차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9월 한반도에 몰아친 115년 이래 최악의 폭우로 포항제철소 고로는 사상 처음 가동을 완전히 중단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공장 운영에 필요한 수자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투자 계획을 고심하고 있다. 물이 너무 많아도, 부족해도 문제다.
인구 증가와 산업 활성화, 기후변화로 ‘워터리스크(water risk)’, 물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수자원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일이 산업 안보에 중요한 과제가 됐다. 워터리스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반도체, 철강, 화학, 발전 등 주요 산업은 물론 국가와 지역경제도 위험해진다.
비즈니스포스트는 CDP한국위원회를 맡고 있는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과 함께 국내외 주요 기업과 물 관리 선진국의 리스크 관리 및 대응사례를 발굴해 보도한다. 최신 동향과 해법 관련 기사들은 비즈니스포스트 워터리스크 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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