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공정거래위원회가 미국 통신 반도체 회사 브로드컴과 서버 가상화 소프트웨어 1위 사업자인 VM웨어의 합병을 조건부 승인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일 브로드컴이 VM웨어 주식 전부(610억 달러·약 82조5천억 원)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을 10년 동안 시정조치를 부과하는 조건으로 승인했다고 23일 밝혔다.
▲ 구태모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과장이 10월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미국 반도체 회사 브로드컴이 소프트웨어 업체 브이엠웨어의 주식 전부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의 심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번 결정은 브로드컴이 기업결합을 신고한 2022년 10월 이래 1년 만에 나온 결론이다.
공정위는 이번 기업결합을 하드웨어 업체(브로드컴)와 소프트웨어(VM웨어) 사이의 혼합결합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VM웨어의 소프트웨어가 다른 경쟁사 부품과 제대로 호환되지 않아 브로드컴의 하드웨어 경쟁사업자를 배제할 우려가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검토했다.
VM웨어는 한 서버 내부에 가상 서버를 생성해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도록 지원하는 서버가상화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압도적 1위 사업자다. 2위 사업자와 점유율 격차는 수량 기준으로 15%포인트, 매출액 기준으로는 71%포인트에 이른다.
브로드컴 또한 서버 가상화 소프트웨어와 직접 상호작용이 필요한 부품인 ‘FC HBA’ 시장의 점유율 64.5%를 차지하고 있는 1위 사업자다. 브로드컴의 유일한 경쟁사인 마벨의 시장 점유율은 35.1%다.
브로드컴이 VM웨어를 인수하게 되면 서버 가상화 소프트웨어 생태계에서 표준이나 다름없는 VM웨어의 지위를 이용해 경쟁·신규 사업자의 호환성 인증을 지연 및 방해할 우려가 있다.
공정위는 브로드컴이 경쟁사의 호환성을 저해하게 되면 인력 재교육, 애플리케이션 수정 등에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서버 가상화 소프트웨어의 특성상 VM웨어 소프트웨어를 계속 사용하기 위해 하드웨어 부품을 브로드컴 제품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VM웨어에 앞으로 10년 동안 경쟁사와 신규사업자들의 하드웨어의 호환성 수준을 현재 또는 브로드컴 수준보다 저하하는 것을 금지했다.
아울러 경쟁사가 브로드컴의 관련 부품 드라이버 소스코드와 라이선스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브로드컴은 30일 이내에 해당 사항을 경쟁사에 제공해야 한다.
브로드컴은 호환성 보장과 관련해 구체적 이행 방안을 공정위에 60일 내로 제출해야 한다.
브로드컴과 VM웨어의 합병은 캐나다, 미국, 영국에서는 무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유럽연합에서는 대한민국 공정위의 판단과 비슷한 수준의 조건부 승인을 내렸다. 중국에서는 아직 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