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스텔란티스 배터리공장 노사협상에 삼성SDI 빠졌다, 노조 리스크 불안

▲ GM과 스텔란티스가 전미자동차노조와 임금협상 등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한국 배터리업체들이 갈수록 불안한 처지에 놓이고 있다. 삼성SDI와 스텔란티스 합작법인 스타플러스에너지의 인디애나주 코코모 전기차 배터리공장 건설현장. <스타플러스에너지>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GM과 스텔란티스가 전미자동차노조(UAW)와 임금협상에 합의점을 찾지 못해 파업사태를 겪는 과정에서 전기차 배터리 생산공장과 관련한 논의가 핵심으로 떠올랐다.

GM 및 스텔란티스와 모두 미국에 배터리 합작공장을 설립하고 있는 삼성SDI가 이런 과정에서 소외되며 인건비 상승 등 리스크에 더욱 민감해질 수 있는 상황에 놓였다.

23일 지역언론 디트로이트뉴스에 따르면 삼성SDI 관계자는 “GM 또는 스텔란티스와 노사협약 문제를 두고 논의를 진행한 적은 없다”고 전했다.

미국 최대 자동차노조인 전미자동차노조는 GM과 포드, 스텔란티스 등 ‘빅3’ 자동차기업과 정기 임금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아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1개월 넘는 파업사태가 이어졌다.

노조의 핵심 요구사항은 자동차 및 부품 생산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임금 인상에 이어 전기차 배터리 생산공장 노동자에도 동일한 조건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요구는 자연히 GM과 포드, 스텔란티스에 협력해 미국 내 배터리공장을 신설하고 있는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 SK온에 불안요소로 꼽힌다.

배터리공장 노동자의 노조 결성 가능성이 커지고 인건비도 예상보다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GM은 이미 노사협상 과정에서 전미자동차노조의 의견을 받아들여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 배터리공장 근무자의 임금을 큰 폭으로 인상하고 자동차공장과 동일한 계약조건도 적용하기로 했다.

포드 역시 GM을 뒤따라 SK온과 건설하는 미국 테네시 및 켄터키 배터리공장의 기본 임금을 높은 수준으로 적용하겠다고 발표하며 노조와 협상에 나섰다.

대규모 파업을 앞세운 노조 압박이 갈수록 거세지는 만큼 GM 및 스텔란티스가 삼성SDI와 신설하는 배터리공장 역시 비슷한 상황에 놓이게 될 공산이 크다.

전미자동차노조와 GM, 스텔란티스가 합의하는 조건에 따라 삼성SDI 미국 배터리공장도 상당한 영향을 밖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삼성SDI가 노사협상과 관련해 GM 또는 스텔란티스와 논의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것은 다소 의아한 대목이다. 삼성SDI는 구체적인 배경이나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디트로이트뉴스는 이미 미국에서 GM과 합작공장 가동을 시작한 LG에너지솔루션과 달리 삼성SDI 배터리공장은 아직 건설 중인 단계에 불과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아트 위트먼 코넬대 산업노동관계학과 교수는 디트로이트를 통해 “아직 노조 가입자를 고용하지 않은 삼성SDI가 노사협상에 참여하는 것은 부적절할 것”이라고 전했다.

결국 GM 및 스텔란티스가 전미자동차노조와 배터리공장 노동자에 관련해 합의하는 내용을 삼성SDI도 미국에 신설되는 공장에서 따라야만 하는 상황에 놓일 공산이 크다.

위트먼 교수는 삼성SDI 미국공장 역시 LG에너지솔루션과 GM 배터리공장의 선례를 따라 전미자동차노조의 영향권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봤다.

디트로이트뉴스에 따르면 숀 페인 전미자동차노조 위원장은 GM 및 포드가 제시한 전기차 배터리공장 근무자 임금 및 처우가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한 수준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매릭 매스터스 웨인스테이트대 교수는 디트로이트뉴스를 통해 “숀 페인은 배터리공장을 자동차기업과 노사협상 대상에 포함시키는 일을 절대 미루거나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GM과 포드, 스텔란티스가 노조의 파업사태를 멈추고 사업 정상화를 이뤄내려면 결국 한국 배터리업체들이 모두 인건비 상승에 따른 리스크를 어느 정도 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디트로이트뉴스는 “전미자동차노조는 지난 수 년 동안 배터리공장을 노조 영향권 아래 놓이도록 하기 위해 투쟁해 왔다”며 “이를 포기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